고양이가 마중하는 송광사, 고요함에서 오는 편안함에 젖다

이민선 2026. 4. 17.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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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병'이란 말에 귀가 솔깃... 약간의 피곤함과 함께 느껴지는 기분 좋은 낯섦

[이민선 기자]

 완주 송광사, 고양이 마중을 받으며 경내에 발을 들였다.
ⓒ 이민선
아무리 바빠도 봄꽃 냄새는 맡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에 설득돼 나선 여행길이었다. 여행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1박 2일이었지만, 그래도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잠시 쉬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여행의 묘미는 흔히 여행지의 풍경과 음식의 맛, 갖가지 체험, 그리고 함께하는 사람들과 만들어 가는 추억에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난 이보다는 일상을 잠시라도 내려놓을 수 있다는 것에서 진정한 묘미를 찾아야 한다고 본다. 이것이 일상과 멀어질 수 있는 낯선 곳을 찾아 떠나는, 즉 '여행'하는 이유일 것이다.

전라북도 완주에 있는 '송광사'라는 작은 절에 도착한 것은 지난 11일 오전. 스님이 아닌 고양이의 마중을 받으며 절에 발을 들이자 너른 마당이 있는 시원한 절 풍광이 한눈에 들어왔다. 절 담장에 살포시 앉아 있는 고양이. 다가가 사진을 찍는데도 도망치지 않는 것을 보니, 사람의 보살핌을 받는 고양이인 게 분명해 보인다.

"승병 하면 사명대사만 이야기하는데, 송광사도..."
 완주 송광사 사천왕상
ⓒ 이민선
"승병 하면, 사명대사만 이야기하는데 이곳 송광사도 알고 보면 승병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벽암 스님이란 분이 있는데..."

해설사 말이다. '전북특별자치도관광마케팅지원센터' 소속이라고 소개했다. 역사 덕후는 아니지만 역사를 아버지가 들려주던 '옛날이야기'만큼이나 좋아하는 나. '승병... 벽암 스님'이란 말에 귀가 솔깃해 휴대폰을 열었다.

벽암 스님은 임진왜란 때 승병으로 해전에 참여했다. 임진왜란 이후 인조가 승군 조직인 팔도도총섭(八道都摠攝)으로 임명하자 1624년부터 1627년까지 3년 동안 의승군을 이끌고 남한산성을 짓기도 했다. 또한 벽암 대사는 1636년 병자호란이 발발하자 3000여 명의 항마군(降魔軍)을 모집하고 남한산성으로 출정했으나 인조의 항복 소식에 회군하기도 했다.

그는 조선 후기 불교 미술사에도 족적을 남겼다. 예술적 재능이 뛰어난 승려 장인을 길러내 승려 장인 시대를 연 스님으로 알려졌다. 학계에서는 '17세기에 제작된 불교 미술사에서 중요한 작품 대다수는 벽암이 주도한 불사에서 그가 길러낸 승려 장인들에 의해 제작됐다'고 평가한다. 벽암대사는 또한 임진·정유 양란으로 전소된 송광사를 중건한 인물로 알려졌다. 구례 화엄사와 보은 법주사 등에도 그의 족적이 남아있다.

일주문을 거쳐 금강문을 통과하니 천왕전에 있는 사천왕상이 보인다. 눈을 부릅뜬 사천왕. 왜 이렇게 무서운 표정을 짓는 것일까. 다시 휴대폰을 여니 '분노와 위엄으로 악귀·잡귀·사악한 요소를 제압하는 수호신의 역할을 상징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검색된다.

절에서 느껴지는 고요함과 옛것에서 느껴지는 경외감
 완주, 오성 한옥마을
ⓒ 이민선
여느 절과 마찬가지로 송광사 역시 고요함이 가득하다. 고요함 속에 몸을 여행객들의 소근거림과 웃음이 간혹 들리지만 소음이라 할 만큼 크지 않다. 두 팔을 쭉 뻗고 하늘을 보니 고요함 속에 몸을 담그고 있다는 느낌이 오면서, 마음이 편안해진다. 절이 주는 고요함과 중후함, 옛것에서 느낄 수 있는 경외감에서 오는 편안함이리라 생각한다.

송광사 인근 위봉사 역시 고요하기는 마찬가지. 다른 게 있다면 비구니들만의 사찰이라 그런지 꾸밈새 하나하나에서 여성스러운 아기자기함이 느껴진다는 점이었다.

완주, 하면 유명한 게 오성 한옥마을. 20여 채의 한옥으로 이루어졌으니 전날 들렀던 전주 한옥마을에 비하면 소박한 수준이다. 주민들이 실제 거주하고 있으며, 카페와 갤러리 같은 휴식 공간도 존재한다. 지난 2019년 BTS(방탄소년단)이 일주일간 머무르며 'BTS 2019 SUMMER PACKAGE' 뮤직비디오 및 화보집을 촬영한 장소로 얄려지면서 관광객들 발걸음이 잦아졌다고 한다.

사실상 위봉사를 끝으로 전주와 완주 1박 2일을 마치고 돌아와 마주한 익숙한 일상. 1박2일 그 짧은 새에 여행지 일상이 몸에 밴 것인지, 약간의 피곤함과 함께 기분 좋은 낯섦이 느껴진다. 툭하면 어디론가 떠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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