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의 귀향, 마이산에서 받은 뜻밖의 선물
[이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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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안 마이산 벚꽃 터널의 풍경 |
| ⓒ 이완우 |
마이산 주차장에는 바람에 날리는 벚꽃 잎이 꽃비가 되어 내리고 있었다. 벚꽃 축제를 맞아 마이산을 찾은 많은 인파의 물결 속에서 40년 만에 고국을 찾은 호주 동포 부부가 전북 진안 마이산을 처음 올랐다. 암마이봉 등산을 목적으로 한 기자는 이 부부와 함께 금당사를 지나 탑사로 향하는 벚꽃 터널을 걸었다. 그들이 마주한 것은 벚꽃 터널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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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안 마이산 십리벚꽃길 풍경 |
| ⓒ 이완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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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안 마이산 탑사 |
| ⓒ 이완우 |
마이산은 수령이 오래된 재래종 산벚꽃 수천 그루 군락은 꽃 색깔이 더 진하고 깨끗하다고 한다. 산벚꽃은 왕벚꽃과 달리 붉은빛이 감도는 꽃과 구리색의 어린 잎이 동시에 피어나서 더 화려하고 진한 핑크빛 봄의 색채를 띤다.
마이산 탑사는 문화재 관리 구역으로 입장료가 있는데, 70세가 넘으면 무료입장이었다. 이 부부는 푸른색 여권을 꺼냈다. 이들은 40년 전인 30대 초반에 이민 가서 호주에 뿌리를 내린 호주 국적의 재외동포였다. 40년 동안 케빈과 그레이스가 이들의 이름이었다. 영문 이름이 적힌 여권은 그들의 낯선 땅 오랜 세월의 증명서였지만, 산사의 작은 매표소는 고국을 찾은 동포를 환대 하며 문을 활짝 열어주었다.
마이산 탑사의 타포니는 1억 년 전의 백악기에 호수에 퇴적되어 형성된 역암 표면의 풍화로 만들어진 독특한 지형이다. 거대한 역암이 솟아올라 형성한 부부봉(숫마이봉과 암마이봉)의 독특한 형상은 음양의 조화를 상징하는 태극(太極)의 두 축으로 비유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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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안 마이산 타포니 지형 |
| ⓒ 이완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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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안 마이산 탑사 천지탑 |
| ⓒ 이완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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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안 마이산 은수사 |
| ⓒ 이완우 |
천왕문 안내판에는 "이성계는 마이산에서 돌탑을 쌓아 비보(裨補)를 만들고 꿈속에서 나라를 다스릴 권한인 금척을 받았으며, 이곳에서 왕이 하늘로 오른다는 뜻으로 천왕문이라 명명하였다고 한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암마이봉으로 오르는 등산을 시작하였다. 등산 안내판에는 450m의 길지 않은 등산로지만, 체감 거리는 약 1km 이상으로 느껴지는 가파른 역암 지형을 올라가야 한다. 암마이봉 오르는 길은 숫마이봉의 웅장한 자태를 몇 번이고 마주하게 된다.
숫마이봉이 잘 보이는 곳이면 멈추어 서서 한참씩 바라보았다. 한곳에서는 나무데크 바닥에 두 발을 뻗고 앉아서 오래도록 머물렀다. 숫마이봉은 어찌 보면 진안 고원의 매가 하늘로 솟구치는 모양이었다. 그들의 눈빛은 영락없이 고향을 찾은 소년과 소녀의 표정이었다. 여행 길 위에서, 그들은 40년 동안 마음속으로 그려온 고국 자연의 진짜 얼굴과 마주하는 듯하였다.
암마이봉 남쪽은 역암이 풍화가 많이 진행되어 수직 단애(斷崖)인 지형인데, 북쪽 사면은 역암 위에 흙이 덮여 있어 나무가 자라고 있다. 산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고, 진달래가 한창이었다. 암마이봉 오르는 길과 암마이봉 정상에도 개나리가 줄지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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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안 마이산 숫마이봉과 암마이봉 정상 |
| ⓒ 이완우 |
기자는 작년 8월 중순에 부귀산 전망대에서 야영하면서 마이산에서 일출과 일몰의 장면을 지켜보았다. 이 자리에는 40여 년간 마이산의 풍경을 기록해 온 진안의 정길웅 사진 작가와 함께하였다 (관련 기사: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다는 세계 유일 봉우리, 공들여 담은 이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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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이산 은수사 |
| ⓒ 이완우 |
"멀리서는 신비하게 솟아오른 두 봉우리, 가까이 다가서니 섬세하면서도 장대하고 고즈넉해요. 산사 사이에 기이한 돌탑 등 전설 속 환상의 세계에 들어온 듯했어요."
이들은 고국에서 한 달 살기 계획으로 고향 마을에 거처를 마련했다. 초등학교 동창회도 처음으로 참가해 보았다. 어린 시절 추억이 어린 고향 산천을 이곳저곳 찾아다녔다. 이제 친척과 지인이 사는 바닷가와 도시 지역을 두어 곳 돌아보고 호주로 돌아갈 예정이다.
마이산 계곡의 십리벚꽃길을 따라 내려왔다. 산벚꽃나무의 낙화가 흩날려 여울의 맑은 물 위로 내려앉았다. 벚꽃잎들이 분홍색 융단을 깔아 놓은 듯한 풍경이었다. 맑은 여울 한편에 잔잔한 소용돌이가 생겨, 고운 꽃잎들이 한데 모여 화사하게 빛나고 있었다. 봄날의 우아한 정취를 물씬 풍기면서 덧없는 세월이 느껴졌다.
벚꽃 축제 마당의 식당을 찾아 햇볕이 밝은 자리에 앉았다. 진안 고원의 산나물로 마련한 산채비빔밥이 한 상 차려졌다. 케빈과 그레이스는 다시 먼 길을 떠날 채비를 할 것이다. 시드니로 돌아가면 몇 년 후 노년의 여생을 고국에서 보낼까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그레이스는 숟가락에 내려 앉은 벚꽃 한 잎을 한동안 신기한 듯이 바라보았다.
| ▲ 진안 마이산 십리벚꽃길 계곡의 벚꽃잎 낙화 여울물ⓒ 이완우 |
기자가 정길웅 사진 작가에게 전화하였다. 예상대로 그는 마이산 탑사로 산길이 통하는 너도산 움막에서 마이산을 지키고 있었다. 시드니에 사는 케빈과 그레이스 부부가 처음으로 마이산을 찾아왔다고 말했다. 마이산을 평생 사진 찍고 있다는 정길웅 작가의 이야기를 듣고, 작가의 마이산 풍경 사진을 보고 싶어한다는 이들 부부의 마음을 작가에게 전했다.
정길웅 작가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기다렸다는 듯이 마이산 사진을 보내겠다고 했다. 마이산을 처음 찾은 이들 부부에게 "호주로 돌아가서도 마이산을 늘 곁에 두라"는 마음의 선물이었다.
"마이산을 처음으로 오르며 그 품에 안긴 마음이 얼마나 깊을지 짐작해 봅니다. 이 사진들이 머나먼 이국에서 고향으로 안내하는 작은 창문이 된다면, 제가 도리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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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안 마이산 봄 (2026년 4월14일 촬영) |
| ⓒ 정길웅마이산사진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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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안 마이산 여름 (2025년 6월22일 촬영) |
| ⓒ 정길웅마이산사진작가 |
이들 부부가 호주로 이민을 떠난 때가 40년 전이었다. 정길웅 작가가 마이산 사진을 평생의 과업으로 삼은 지가 40년이 되었다. 어쩌면 이 사진 네 장은 고국과 고향의 산천을 마음에 담고 사는 수많은 해외 동포에게 보내는 정길웅 작가의 마음일 것이다. 사진을 받아 든 케빈과 그레이스 부부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레이스는 40년 만에 마주한 고향의 사계절을 보고 또 살펴보았다. 케빈과 그레이스 부부가 입을 모아 말했다.
"정말 뜻밖이에요. 고향의 선물, 잊지 못할 거예요. 이제 호주에 돌아가서도 마이산이 곁에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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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안 마이산 가을 (2025년 11월22일 촬영) |
| ⓒ 정길웅마이산사진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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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안 마이산 겨울 (2026년 1월6일 촬영) |
| ⓒ 정길웅마이산사진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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