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의 ‘안분지족’은 어디쯤… [편집장 레터]
삼성전자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때를 보내고 있습니다.
한 분기 영업이익 57조2000억원. 대한민국 경제사(史)에서 전례 없는 수치입니다. 전쟁으로 험악한 요즘, 삼성전자가 나 홀로 한국 경제를 ‘하드캐리’하는 중입니다.
별다른 지배구조 이슈도 없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해 길고 길었던 사법 리스크를 떨궈냈죠.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꽤 이어질 태세라 삼성전자 미래는 ‘일단 맑음’입니다.
그런데 최근 만난 삼성전자 부사장은 “평온하시겠다”는 인사에 손사래를 칩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골치 아픈 일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노조입니다. 그는 한숨을 쉬며 얘기하더군요. ‘칩워(반도체 전쟁)’에서 노조 때문에 시끄러운 회사는 삼성전자밖에 없을 거라고요.
총파업 카드 불편…협력사 구조조정 신음은 들리는지
성과급 좋습니다. 하지만 미래를 담보로 잡은 인센티브란 없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진보하는 요즘, R&D는 어찌하나요. 노조가 요구한 성과급 45조원은 지난해 R&D 비용 37조7000억원을 훌쩍 뛰어넘습니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주주 약 400만명에게 지급한 배당금(약 11조1000억원)의 4배에 달하기도 하고요.
노조는 SK하이닉스도 있는데 왜 우리만 뭐라 하느냐고 합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9월 노사 합의를 통해 기존 기본급 1000%로 제한한 성과급 상한을 폐지했죠. 그러면서 영업이익의 10%를 초과이익분배금(PS)으로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이 방식대로라면 아마 올해 한 사람당 10억원 가까이 받을 겁니다. 이 역시 지나칩니다. SK하이닉스가 상한을 없앤 결정을 내렸을 때도 “미래는 뒷전이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컸습니다.
글로벌 테크 기업은 성과급으로 수십억원씩 준다고 반문할 수 있죠. 잘 보시면 테크 기업은 인재를 철저히 가려냅니다. 기여도가 높으면 엄청난 보상을 주지만, 못하면 당장 해고입니다. 우리나라처럼 노조가 앞장서 모두에게 ‘N분의 1’을 주장하는 경우는 없죠.
파업을 거론하는 점도 불편합니다. 2018년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이 정전 사고로 28분 멈췄을 당시 500억원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1분당 18억원, 하루 기준 2조6000억원입니다. 현재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생산능력이 2018년 대비 3.2배 늘었습니다. 공장 중단이 불러올 손실 규모는 상상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삼성전자에 과반 노조가 공식 출범했는데, 이 노조는 5월 예고한 총파업을 실행하면 최소 20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45조원을 못받으면 대한민국 1등 기업인 삼성전자에 엄청난 손실을 가하겠다고 위협성 발언을 내놓는데, 주주로서 또 국민으로서 씁쓸합니다.
삼성전자 노조는 사측이 제시한 1인당 5억원(메모리 사업부 기준)도 마다했습니다. 노조가 목소리를 키우는 동안 평균 연봉 5000만원을 밑도는 협력사는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에 대해 “내 알 바 아니다”라고 외면한다면 할 말은 없습니다.
AI(인공지능)가 노동을 대체한다는 시대, 노동의 힘이 더 세지는 아이러니를 보는 듯합니다. 달콤한 성과급에 매달리는 그들을 보며, ‘안분지족(安分知足)’이라는 사자성어를 곱씹어봅니다.
[명순영 편집장·경영학 박사 myoung.soonyou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6호(2026.04.20~04.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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