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청학련' 투옥 학생에서 '장관급' 국가 원로로... 강창일의 귀환
[고창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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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창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에 임명된 강창일 전 주일대사 |
| ⓒ 강창일 수석부의장 제공 |
이재명 대통령은 16일 오후, 지난 1월 서거한 고(故)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후임으로 강창일 전 대사를 낙점했다. 청와대 이규연 홍보소통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우리 근대사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정파를 초월해 평화 협력을 추진해온 국가 원로"라며 "외교적 경륜을 통일 담론에 담아 통합의 가치를 이끌어낼 적임자"라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이날 발표는 단순한 인사 발표 이상의 울림이 있다. 고3시절 '3선 개헌 반대'에서부터 시작하여 이후 유신독재에 항거하다 감옥에 갇혔던 청년 학도가 4선 국회의원과 주일대사를 거쳐, 이제는 남북 평화와 통일 담론을 이끄는 장관급 인사가 되어 돌아온 것이다.
고3 때 시작된 '투쟁', 민청학련 10년형으로 이어지다
강창일 수석부의장의 삶은 대한민국 근현대 민주화 투쟁의 궤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1952년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에서 태어난 그는 오현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사학과에 진학했는데, 그의 '투쟁'은 10대 시절부터 시작됐다. 1969년 오현고 3학년 재학 당시, 그는 박정희 정권의 장기집권을 위한 3선 개헌 반대 시위를 주도하며 범상치 않은 기개를 보였다. 이 사건으로 그는 기소와 정학 처분을 받았으나 굴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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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지들 민청학련동지회 전현직 대표들 |
| ⓒ 강창일 수석부의장 제공 |
강창일 수석부의장은 임명 직후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마지막 헌신의 길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주어진 역할을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특히 그는 현재의 경색된 남북관계 국면에 대해 "꽁꽁 얼어붙은 남북관계도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상의해 잘 풀어나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노무현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을 지내며 '개성공단 모델'을 주도했던 정동영 장관과의 협업을 직접 언급한 대목은 의미심장하다. 이는 원로들의 지혜와 경험을 모아 남북 관계의 돌파구를 찾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조만간 예정된 취임식 이후 강 부의장이 내놓을 구체적인 평화 메시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4·3의 해결사'에서 '평화의 메신저'로
그의 정치 여정은 언제나 '역사'와 '평화'를 향해 있었다. 제주4·3특별법 개정을 통해 수형인들을 희생자에 포함시키고 제주4·3평화재단 설립의 기틀을 닦은 이가 바로 그다. 4선 의원을 지내는 동안 그는 한일의원연맹 회장과 주일대사를 역임하며 꼬인 실타래 같던 한일 관계의 막후 조정자 역할을 자처했다.
이번 인선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전임자가 '민주당의 거물' 고(故) 이해찬 전 총리였다는 점이다. 이 전 총리의 서거 이후 공석이었던 자리에 강 전 대사가 임명된 것은, 이재명 정부가 통일 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도 강 부의장의 '외교적 실용성'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제주 지역 사회는 이번 인선을 반기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최근 중앙 정치 무대에서 제주 출신 인사들의 존재감이 다소 주춤했던 터라, 장관급 보직에 제주 원로가 기용된 것은 지역의 목소리를 국정에 반영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특히 강 부의장은 지역구 의원 시절부터 단순한 지역 민원을 넘어 4·3 문제의 세계화, 평화 섬 제주의 위상 강화 등 굵직한 의제를 주도해 왔다. 그가 민주평통이라는 헌법기관의 키를 잡음으로써, 제주의 '평화 정신'이 국가 통일 정책의 핵심 가치로 투영될 가능성도 커졌다.
"역사학자가 그리는 평화의 지도"
기자가 만난 강창일은 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말해왔다. 이제 그는 역사책 속의 기록이 아닌, 살아있는 평화의 역사를 써 내려가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의 임기는 2028년 4월까지 2년이다. 이재명 정부의 통일 동력을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자리다. 한일 관계의 전문가이자 역사학자, 그리고 4선 정치인이라는 그의 다채로운 이력이 '평화'라는 하나의 점으로 수렴될 수 있을지 국민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유신 독재의 감옥을 견뎌냈던 그 청년의 기개가, 이제는 남북의 벽을 허무는 지혜로 꽃피우기를 기대해 본다. 제주 한경면의 거친 바닷바람을 맞으며 자란 강창일의 '평화 행보'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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