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드래곤이 몰고온 하드 스톤 다이얼의 다채로운 매력 [더 하이엔드]
최근 지드래곤의 손목 위에서 포착된 한 점의 시계가 명품 업계의 시선을 끌었다. 그가 개인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공개한 사진 속에서 착용한 시계는 피아제(Piaget)가 지난해 발표한 식스티 컬렉션으로 맑은 하늘빛이 감도는 터쿼이즈(터키석)를 다이얼로 사용한 한정판이다. 사진 몇 장에 등장한 게 전부였지만 이 시계는 시계 애호가와 팬 사이에서 빠르게 입소문을 탔다.

매장 문의도 늘었다. 피아제는 “현재 동일 사양의 제품은 국내 재고가 없는 상태”라고 했다. 지드래곤 효과와 희소성이 맞물린 결과였다.
자연 그대로 광물에서 추출, 하드 스톤 다이얼이 다시 뜬다
이 시계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셀러브리티의 선택 때문만은 아니다. 그 중심에는 시계의 얼굴 역할을 담당하는 하드 스톤(hard stone) 다이얼이 있다. 이 다이얼은 터쿼이즈를 비롯해 말라카이트(공작석), 라피스라줄리(청금석), 오닉스, 타이거아이(호안석), 오팔 같은 천연 광물을 얇게 절단해 만든다.

보통 컬러 다이얼은 금속판 위에 화학 처리나 래커칠, 에나멜링을 거쳐 색을 낸다. 하지만 하드 스톤 다이얼의 경우에는 자연 그대로의 색을 사용한다. 광물이 가진 패턴도 그대로 살린다. 그 결과 같은 모델이라도 시계마다 서로 다른 무늬와 질감을 지닌다. 바꿔 말하면 시계 하나하나가 세상에서 하나뿐인 ‘유니크 피스’다.

스톤마다 패턴이 다른 것도 매력이다. 터쿼이즈는 거미줄처럼 퍼지는 패턴을, 말라카이트는 나이테처럼 반복되는 녹색 층을, 라피스라줄리는 짙고 깊은 청색 위에 마치 은하수처럼 흩뿌려진 것처럼 금빛 입자를 드러낸다. 자연이 만들어낸 이러한 질감은 각도에 따라 오묘한 빛과 색을 낸다. 하드 스톤 다이얼 시계가 주얼리 이상으로 대접받는 이유다.

명품 브랜드 통한 잇따른 출시
최근 몇 년 사이 여러 파인 워치 브랜드가 하드 스톤 다이얼 시계를 선보이고 있다. 럭셔리 브랜드 전반으로 트렌드가 확산하는 중이다.
지난해엔 제니스(Zenith)가 설립 160주년을 맞아 라피스라줄리를 탑재한 기념 모델을 내놨다. 롤렉스(Rolex)는 타이거아이와 레드 재스퍼, 실버 헤마타이트를 결합한 ‘타이거 아이언’ 다이얼의 GMT-마스터 II로 화제를 모았다. 피아제 역시 앤디 워홀 워치와 라임라이트 컬렉션에 하드 스톤 다이얼을 탑재했다.

올해 초 공개한 여러 브랜드의 신제품에도 이런 트렌드가 보인다. 루이 비통(Louis Vuitton)은 타이거아이를 내세운 에스칼 컬렉션, 불가리(Bvlgari)는 말라카이트를 얹은 세르펜티 세두토리를 공개했다. 반클리프 아펠(Van Cleef & Arpels), 쇼파드(Chopard), 에르메스(Hermès)는 여성 주얼리 시계를 통해 하드 스톤의 매력을 강조하고 있다.

오데마 피게(Audemar Piguet)와 모저앤씨(H.Moser & Cie.)처럼 투르비용·미니트리피터를 포함한 초복잡 기능과 스톤 다이얼을 결부해 개성과 기능 모두를 사로잡는 경우도 있다.

기술력 뒷받침돼야 제작 가능
하드 스톤 다이얼의 부상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기계식 시계 시장의 흐름 변화와 맞닿아 있다. 브랜드 간 기술 경쟁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이 성능을 넘어 디자인으로 옮겨가고 있어서다. 이 과정에서 자연이 만든 색과 무늬를 그대로 담은 하드 스톤은 직관적인 차별화 요소로 떠올랐다. 동시에 천연 광물을 얇게 가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파손 위험과 균일한 품질 확보의 어려움은 희귀성을 더하는 요인이 된다. 이를 통해 브랜드는 시계에 담아낸 디자인 철학과 장인 정신을 강조할 수 있다.

하드 스톤 다이얼 유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60~70년대에 황금기를 한 번 맞았다. 피아제를 필두로 바쉐론 콘스탄틴(Vacheron Constantin), 파텍 필립(Patek Philippe), 오데마 피게, 쇼파드 등 여러 하이엔드 브랜드로 퍼지며 하나의 장르가 됐다. 유색 스톤 ‘붐’이 일어날 수 있었던 건 초박형 무브먼트의 개발 때문이다. 두께 2~3㎜ 내외로 무브먼트가 얇아지면서 디자이너들이 구조적 제약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로운 형태와 장식적 요소를 실험할 수 있었다. 스톤 다이얼도 바로 그중 하나였다.
이현상 기자 lee.hyunsa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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