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드, 90년의 찬란한 빛을 한국 고택에서 기념하다 [더 하이엔드]
빈센트 레이네즈 프레드 최고경영자와
발레리 사무엘 아티스틱 디렉터의 대담
과거·현재 잇는 헤리티지 랑데부 이벤트
봄 기운이 완연한 서울 성북동 주택가에 자리한 한국가구박물관. 지난 3월 19일 수백 년의 세월을 견딘 고가구의 묵직한 나무 질감과 단아한 한옥의 서까래 사이로, 프랑스 리비에라의 눈부신 햇살을 머금은 보석들이 숨을 쉬듯 내려앉았다. 프랑스 하이 주얼리 메종 프레드(FRED)가 창립 90주년을 기념하는 대장정의 첫 기착지로 선택한 이곳은, 한국의 전통 생활 문화와 서양의 화려한 주얼리 문화가 묘한 긴장감 속에 조화를 이루는 문화 교류의 장이었다.

이 특별한 문화유산의 만남을 위해 프레드의 두 수장이 한국을 찾았다. LVMH 그룹 내에서 하이엔드 워치·주얼리 브랜드의 요직을 거치며 럭셔리 비즈니스의 정점을 경험해 온 빈센트 레이네즈(Vincent Reynes) 프레드 글로벌 최고경영자(CEO)와 창립자 프레드 사무엘의 손녀이자 GIA 보석 감정 전문가로서 메종의 정체성을 수호하는 발레리 사무엘(Valérie Samuel) 아티스틱 디렉터가 그 주인공이다. 고택의 대청마루에서 마주 앉은 두 사람은 90년 역사가 지닌 무게를 ‘삶의 환희’라는 에너지로 치환하며 다음 세기를 향한 비전을 나눴다.
한옥에서 마주한 90년의 미러링
프레드가 90주년 세레머니의 포문을 한국에서 열기로 한 결정은 문화적 공감대와 비즈니스적 확신에 근거한다. 레이네즈 CEO는 1994년 한국을 처음 방문했던 개인적인 인연을 언급하며 “한국 고객은 역사와 헤리티지에 대한 이해도가 깊은 동시에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힘이 있다”며 “이는 메종이 지향하고 보전하는 과거와 현재의 연결성과 일맥상통하는 가치”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과거와 현재를 비추는 ‘미러링(Mirroring)’은 우리에게 아주 중요하고, 한국은 이런 가치를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구현하고 있는 시장이기 때문에 매우 각별하다”고 덧붙였다.


그가 강조한 미러링은 프레드의 주얼리가 한옥의 고풍스러운 공간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광경에서 그 실체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 전통 옷장인 의걸이장, 혼례 시 음식이나 예물을 올렸던 교배상 등 고가구에 진열된 프레드의 헤리티지 작품들은 서로 다른 국가의 문화적 이질감 없이 조화를 이뤘다. 레이네즈 CEO는 현장을 보고 “이곳에 들어섰을 때 마치 역사 속 인물의 공간에 들어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친근한 환경 속에서 주얼리가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경험은 프레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얼리의 일상성’을 잘 나타낸다”며 감동을 표했다.



발레리 사무엘 아티스틱 디렉터 역시 한국인의 창의적인 성향과 메종의 조화에 주목했다.
“자기표현 욕구가 강한 한국 고객의 성향은 프레드의 현대성과 잘 부합한다. 특히 취향과 시간·장소·상황(TPO)에 맞춰 변형이 가능한 우리의 트랜스포머블 주얼리는 세련된 디자인을 유지하면서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고 싶어하는 한국인과 잘 통한다고 생각한다.”
이날 이벤트는 이곳에 초대된 사람들과 작품 사이의 거리감을 걷어내고, 창립자의 구아슈(주얼리 디자인을 위한 그림)와 헤리티지 컬렉션을 손이 닿을 듯한 거리에서 관람할 수 있도록 기획돼 프레드가 전하는 정서적 친밀감을 한층 더했다.
대담함으로 빚어낸 혁신
프레드의 역사는 주얼리 업계의 전형성을 파괴해 온 ‘대담함’의 기록이다. 1966년 요트 마린 케이블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포스텐(Force 10)이나 모듈식 디자인의 빵 드 쉬크르(Pain de Sucre)는 혁신적인 모습에 출시 당시 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런 메종의 아카이브를 현대적으로 재창조하는 사람이 바로 발레리 아티스틱 디렉터다. 과연 그는 할아버지의 유산을 어떤 마음으로 대할까.
“과거를 회상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영감의 원천을 발견하는 일이며 우리의 DNA와 정체성, 메종의 토대와 뿌리에 충실하기 위한 과정이다. 동시에 그 유산을 재창조하고 동시대성을 유지하고자 한다. 창작의 마지막 단계에선 늘 ‘이 작품이 감정과 스토리텔링, 즐거움, 상상력을 충분히 전달하는가’, ‘결국 고객으로 하여금 자신감과 자부심을 갖고 주얼리를 통해 더욱 빛날 수 있도록 만드는가’를 나 자신에게 묻는다.”

실제로 창립자 프레드 사무엘은 28세의 나이로 첫 부티크를 열었을 때 명함에 ‘모던 주얼러 크리에이터(The Modern Jeweler Creator)’라고 적을 만큼 미래지향적인 인물이었다. 이번 행사에서 공개한 새로운 ‘포스텐 하이 주얼리 크리에이션’은 그 혁신의 정점이다. 60주년을 맞이한 포스텐 컬렉션은 이제 17점의 새로운 하이 주얼리 작품으로 진화했다.
발레리 사무엘은 특히 메종의 독자적인 다이아몬드 커팅인 ‘프레드 히어로 컷(FRED Hero Cut)’을 소개하며 “돛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36개의 단면은 메종이 창립된 1936년을 상징하며 독특하고 남다른 광채를 발산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1920년대 파리의 자유롭고 대담한 시대정신을 담아낸 포스텐 폼폼(Pompon)은 메종의 예술적 스펙트럼을 확장했다.


정서적 동반자 꿈꾸는 삶의 예술
빈센트 레이네즈 CEO는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본 신라 시대 금 유물에서 받은 깊은 감동을 공유하며 대담을 마무리 지었다. “주얼리는 동시대 문화에 매우 깊이 연관돼있는 존재다. 창의성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수백 년 전에 만들어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매우 현대적으로 느껴졌다.”
그가 꿈꾸는 프레드의 미래는 ‘삶의 예술(Art de Vivre)’을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 아이콘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그는 “이는 비즈니스와 크리에이티브가 공통의 비전을 나누며 완전히 차별화된 가치의 체계를 담아낼 때 비로소 완성된다”고 설명했다.
발레리 아티스틱 디렉터 역시 “착용했을 때의 편안함과 유연성, 움직임에 따라 빛을 어떻게 담아내는지가 중요하다”면서 “그저 전시된 주얼리는 우리에게 의미가 없다. 주얼리는 그 역할을 맡을 때 외모는 물론 내면의 아름다움까지 돋보이게 한다”고 강조했다.
프레드라는 브랜드명이 창립자의 성이 아닌 이름을 사용한다는 점은 메종이 고객과 맺는 관계가 마치 절친한 친구의 집에 방문하는 것처럼 편안해야 한다는 철학을 반영한다. 빈센트 레이네즈 CEO는 “럭셔리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지만, 고객은 언제나 빅 브랜드에 대한 대안을 필요로 한다”며 “서로 다른 가치, 서로 다른 주얼리에 대한 접근 방식에서 그 대안을 발견할 수 있다”며 프레드의 긍정성과 낙천주의가 그 강력한 해답이 될 것임을 확신했다.
■ 한국가구박물관에서 만난 프레드 하이 주얼리 17점
「 이번 90주년 기념 이벤트에서 프레드는 메종의 아이콘을 하이 주얼리의 영역으로 격상시킨 새로운 ‘포스텐 하이 주얼리 크리에이션’을 헤리티지 작품들과 함께 공개했다. 고즈넉한 고택의 정취 속에서 펼쳐진 이번 컬렉션은 메종이 추구하는 대담한 도전 정신과 삶의 환희를 마린 케이블이라는 상징적 소재와 독보적인 다이아몬드 커팅 기술을 통해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새로운 하이 주얼리 작품들은 과거의 영광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다음 세대의 럭셔리를 정의하려는 메종의 의지를 가장 빛나는 방식으로 보여줬다.

포스텐의 역사는 1960년대 창립자 프레드 사무엘 가문의 바다에 대한 지극한 열정에서 시작했다. 항해 스포츠를 사랑했던 프레드 사무엘의 정신은 두 아들에게 이어졌고, 1966년 장남 앙리 사무엘은 마린 케이블의 양 끝을 리벳으로 고정한 브레이슬릿을 고안해 아내에게 영원한 사랑의 증표로 선물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의 포스텐이다. 보퍼트 풍력 계급에서 폭풍우를 의미하는 ‘포스 10(Force 10)’에서 이름을 딴 컬렉션은 어떤 시련도 견뎌내는 강인한 의지와 도전 정신을 상징한다. 출시 후 60년 동안 포스텐은 자유로운 삶의 방식을 대변하는 상징적 주얼리로 영감의 원천이 됐다.
다이아몬드에 담긴 메종의 영혼
이번 크리에이션의 정점은 다이아몬드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포스텐 XL’과 독자 기술을 적용한 ‘프레드 히어로 컷 다이아몬드’에 있다. 새로 선보인 포스텐 XL은 상징적인 버클 모양에 다이아몬드를 파베 세팅한 네크리스를 통해 하이 주얼리의 권위를 드러낸다. XL 버클은 다이아몬드 라인 또는 케이블로 교체할 수 있어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다.


프레드 히어로 컷은 돛과 방패 모양에서 영감을 얻은 커팅 기술이다. 창립 연도인 1936년을 기념해 36개의 단면(패싯)으로 다이아몬드를 커팅해 남다른 빛과 광채를 발산한다. 이번 이벤트에서는 프레드 히어로 컷 다이아몬드를 사용한 두 가지 하이 주얼리 세트를 선보였다. 그중 하나인 포스텐 듀얼리티 프레드 히어로 컷 하이 주얼리 세트는 중심에 프레드 히어로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버클의 네크리스와 링, 싱글 이어링으로 구성됐다.

또 다른 작품 ‘포스텐 폼폼’은 창립자가 청년 시절을 보낸 1920년대 파리의 문화를 재해석한 작품이다. 당시 유행한 재즈와 자유로운 춤의 이미지를 태슬 디테일로 표현했다. 네크리스와 이어링으로 구성된 컬렉션은 다이아몬드가 파베 세팅된 버클에 태슬을 달아 착용자의 움직임에 따라 흔들리도록 설계했다. 아르데코 양식을 현대적으로 접목해 실용적이면서도 화려한 디자인을 완성한 게 특징이다.
」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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