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불복 소송 49명, 법왜곡죄 고발 75명…판사가 동네북 됐다

지난해 정당한 직무수행과 관련해 부당하게 소송에 휘말린 법관이 49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한 소송 당사자가 법관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부당소송에 매년 40여명 휘말려

법원은 ‘법관 및 법원공무원에 대한 부당소송 등에 관한 지원 내규’에 따라 변호인과 소송대리인 선임비용을 지원해왔다. 법관이 민사 부당소송에 휘말리면 정부법무공단을 연결해 소송대리인 선임을 지원한다. 형사 부당소송의 경우, 부당소송 지원 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 기소 이전 수사 과정에 한해 500만원 이하로 변호인 선임 비용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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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불복’ 민사 소송, 법왜곡죄로 확대된다
이제껏 법관 부당소송 지원은 민사 소송이 대부분이었다. 직권남용, 직무유기 등 혐의로 고소·고발 당하더라도 수사 단계에서 불송치나 각하 결정이 나오는 경우가 거의 대다수였기 때문이다. 한 수도권 부장판사는 “형사 고발을 당해도 소환 조사 받을 일은 적어 지금까진 변호인이 필요한 경우가 거의 없었다”며 “불송치 결정서가 오고서야 고소·고발 당했다는 걸 알게 되는 게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민사 부당소송은 주로 판결 불복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당사자가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하고 재심 청구도 기각당하자 재판장들에게 각 1억1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례가 있다. 원고 A씨는 보험대리점 지점장으로 근무하며 금융감독원에 본인 회사의 불공정 행위 조사를 요구하는 민원 68건을 제기했다. 회사는 민원으로 손해가 발생했다며 A씨를 해촉하고, A씨가 지점장으로 있던 보험대리점도 폐쇄했다.
이후 A씨는 금감원이 민원에 형식적 답변만 했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과 2심 모두 금감원 손을 들어줬다. 재심 신청도 기각됐다. A씨는 “오로지 금감원의 주장에 따라 판단한 건 권리 남용이다”, “법관들의 불법적 판결로 배우자가 사망했다”며 판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다. 2024년 1월 부산지법 동부지원 신헌기 부장판사는 앞선 판결이 부당하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고, 배우자의 사망과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도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법조계 일각 “소환 시 재판 보이콧 가능성”
법조계에선 이 같은 민원성 민사 소송이 법왜곡죄 도입으로 형사 소송으로 번질 거란 우려가 크다. 이미 민사 소송에서도 원고가 “법관이 법률을 왜곡해 판결을 조작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가 있었던 만큼, 당사자가 법왜곡죄로 형사 고발에도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13일 경찰은 법왜곡죄로 총 104건이 접수됐고, 법관 75명이 고소·고발당했다고 밝혔다.

형사 부당소송 위험이 커지자 “법관이 법왜곡죄로 수사기관에 소환당하는 일이 벌어지면 형사 재판 보이콧 사태가 벌어지지 않겠나”(현직 부장판사)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수도권 부장판사는 “경찰이 법관의 결정이 왜곡됐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며 “실제로 기소되는 사례는 거의 없겠지만, 법관을 협박할 용도론 빈번히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도 지난 13일 법왜곡죄로 재판이 위축될 수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법원행정처는 법왜곡죄 대응 TF를 발족하고 부당소송 전담 인력 배치, 예산 확대 등을 검토하고 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민사 부당소송과 달리 형사 부당소송은 비용만 지원받을 뿐, 변호인 선임은 개별 법관이 해야 하는 고충이 있다”며 “변호인을 연결시켜 주기 위한 실무적 해법을 찾는 게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조수빈·김보름 기자 jo.su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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