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승전 공식 재가동…트럼프가 ‘해상봉쇄’ 택한 이유 [Focus 인사이드]
미국과 이란 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종전 협상을 위한 2주간의 휴전이 진행하는 가운데 이뤄진 미국-이란의 1차 협상이 결렬하자, 미국은 지상군 투입 대신 해상봉쇄 카드를 꺼냈다. 이는 지상군을 투입했을 때 예상하는 대량사상자 발생과 전쟁의 장기화 가능성을 우려해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 2026년 4월 13일 오전 10시부터(미국 동부 시간) 시행한 대이란 해상봉쇄는 미국에 다양한 전략적 이익을 제공하며 이란을 압박하는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다.

미국은 역사적으로 해상봉쇄를 통해 여러 차례 전략적 이득을 획득한 국가다. 그래서 해상봉쇄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 남북전쟁 당시 북군은 남부 연합의 주요 항구를 봉쇄하는 아나콘다 계획(Anaconda Plan, 1861~1865년)을 시행했다. 해상봉쇄의 목적은 남부의 핵심 수출품인 면화의 수출을 막고, 무기의 밀반입을 차단해 남부의 전쟁 수행 능력을 고갈하는 것이었다. 성공적인 봉쇄로 북군이 승리했다.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해상봉쇄는 핵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는 위기 상황에서 미국에 외교적 승리를 안겨준 쾌거였다. 케네디 정부는 전쟁 행위로 인식되는 것을 방지하려고 ‘봉쇄(blockade)’ 대신 ‘격리(quarantine)’로 지칭했다. 그러나 1962년 10월 24일부터 11월 20일까지 이뤄진, 쿠바에 대한 실질적인 해상봉쇄는 소련의 탄도미사일 쿠바 배치를 성공적으로 차단했다.
최근 베네수엘라 친미 정권 수립에서도 해상봉쇄는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두로 정권을 ‘테러 단체’로 지정하고, 2025년 12월 16일 해상봉쇄를 명령했다. 해상봉쇄는 2026년 1월 3일 마두로 대통령이 체포될 때까지 19일간 진행했고, 봉쇄 기간 중 제재 대상 유조선 나포, 마약 운반 의심 선박 공격, 마두로 대통령 체포를 위한 발진 기지를 제공했다.
미국이 대이란 해상봉쇄를 선택한 것은 역사적인 경험과 함께 다양한 전략적 이점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첫째, 지상군 투입 대신 해상봉쇄로 군사적 위험 부담과 전쟁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지상군 투입이 거론돼 온 하르그 섬 점령, 호르무즈 해협 초크포인트 점령, 특수부대에 의한 농축 우라늄 탈취 등은 작전 수행의 어려움과 더불어 작전 과정에서 대규모 사상자 발생 가능성으로 위험 부담이 큰 작전이다. 반면, 원거리에서 비접촉으로 이뤄지는 해상봉쇄는 지상군 투입보다 훨씬 위험 부담이 적고 경제적이다.
둘째, 종전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강력한 압박 카드가 될 수 있다. 미국은 해상봉쇄 해제를 위한 요구 조건으로 이란의 핵 프로그램 전면 중단,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포기, 해외 대리 세력 지원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제시한 15개 종전 조건의 핵심 요소들과 일치하는 것이다. 결국 미국은 해상봉쇄를 통해 이란이 미국의 종전 요구 조건과 경제적 파탄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압하고 있다.
셋째, 경제적 붕괴로 이란의 전쟁지속능력을 고갈할 수 있다. 이란은 원유와 석유 제품의 수출로 전쟁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미국의 해상봉쇄는 이란의 자금줄을 막아 전쟁 수행을 어렵게 하고, 제3국으로부터 군수 물자나 생필품의 수입도 차단해 전쟁 수행 역량을 고갈할 수 있다. 그동안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위협하며 미국의 전략적 선택을 제약해 왔지만, 미국의 역봉쇄로 이란도 전쟁지속능력 확보에 많은 제약을 받게 됐다.
넷째, 이란 국론 분열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원유 수출 차단으로 이란 정부의 수입이 끊기면 혁명수대비(IRGC) 등 정권을 지탱하는 핵심 군사·정치 세력에 대한 보상 제한으로 지배층의 분열을 유도할 수 있고, 헤즈볼라·후티 반군 등 해외 대리 세력의 지원도 불가능해 이들의 영향력 약화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생필품 조달이 어려워 시민의 삶이 한계로 내몰리면 민중봉기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대이란 해상봉쇄에 따른 위험성도 존재한다. 국제 유가 시장을 자극해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고, 외부의 강력한 압박이 이란 민족주의를 자극해 국민적 결집을 이룰 수도 있다. 또한 광활한 해역을 장기간 봉쇄에 따른 함대 전력 유지의 부담, 이란의 지대함 미사일·자폭 드론·해상기뢰 공격 등에 노출 위험성, 선별적 봉쇄에 따른 중국 등 비우호국 선박의 불응 등이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해상봉쇄로 인한 위험성보다 전략적 이익이 훨씬 크므로 미국은 해상봉쇄를 계속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위한 명분으로 미국은 해상봉쇄가 이란에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강제하는, 불가피한 조처임을 국제사회에 강조할 것이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면 미국은 언제든지 해상봉쇄를 해제할 것임을 천명하며 해협 봉쇄의 책임을 이란에 전가할 것이다.
미국은 이란 정권과 국민에 대한 전방위적 인지전을 강화할 것이다. 이란 정권과 혁명수비대에게는 ‘완전히 패배했다’, ‘완전히 봉쇄됐다’는 메시지와 함께 제재 해제와 전후 복구지원 등의 당근책을 다양한 형태로 제시하며 내부 분열을 유도할 것이다. 그리고 이란 국민에게는 정권의 무능을 부각해 국민적 결집을 방해하고 반정부 세력의 활동공간을 마련하려고 할 것이다.

아울러 미국은 장기 해상봉쇄에 대비한 군사적 조치도 병행해 나갈 것이다. 장기 봉쇄에 따른 군사적 부담은 의외로 크지 않을 수 있다. 이란 해군은 이미 무력화해 전투력 발휘가 어렵다. 반면, 미 해군은 2018년부터 추진해 온 ‘유령함대(Ghost Fleet)’ 프로젝트의 하나로 대규모 무인함정과 무인잠수정을 개발해 운용하는 등 막강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란의 위협 사거리 밖에 해상봉쇄선을 형성하고 다양한 유·무인 합동전력을 활용해 촘촘히 봉쇄망을 유지하는 경우, 시간은 이란보다 미국 편이 될 수 있다. 신속한 종전 합의가 가장 바람직하지만, 장기화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정연봉 동국대 특임교수·전 육군참모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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