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정상 890번 올랐다…85㎏ 뚱보 아줌마의 인생역전
걷기로 삶을 바꾼 이들이 있다. 김경미(52)씨도 그중 한 사람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뚱뚱한 돼지”라고 놀림당한 그는 딱 마흔이 되던 해에 걷기 시작했다. 결혼 후 육아와 맞벌이로 심신이 지쳐 있던 때다. 우울감도 상당했다. 의사는 약을 먹으라고 권했지만 그는 걷기를 택했다.
시작은 집 근처를 살살 걷는 것이었다. 일부러 어두운 저녁시간을 택해 걸었다. 85㎏이라는 몸무게를 숨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시간의 공기는 차가웠지만, 그 덕분에 나 자신을 의식하지 않고 발만 움직일 수 있었다(김경미씨의 공저『트레일워킹:걷기도 배워야 하나요?』 내용 중).”
12년 걷기 후 신체 변화는 놀라울 정도다. 지금 몸무게는 62㎏으로 23㎏ 줄었고, 하체는 운동선수 못지않을 정도로 단단해졌다. 아이들은 엄마의 장딴지를 볼 때마다 “징그러우니 제발 반바지 좀 입지 말라”고 핀잔을 준다. 4년 전, 수십 년 만에 나간 초등학교 동창회에선 예전 자신을 놀리던 남학생을 만나 돌덩이 같은 장딴지를 걷어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하루에 100㎞도 달리는데, 너는 배가 남산만 해졌구나.”
그의 몸은 철인(鐵人)에 가깝다. 월·수·토, 1주일 세 번씩 한라산에 간다. 새벽 4시 반에 집을 나와 오전 5시 한라산국립공원 관음사 입구에서 시작해 백록담(1950m)에 오른다. 왕복 4시간 반, 뛰는 듯 걷는다. 그러고 나서 오전 10시부터 일과를 시작한다. 어떤 날은 관음사에서 백록담(약 9㎞)에 오른 뒤 반대편 등산로인 성판악(약 9㎞)까지 내려간 후, 다시 거슬러 오기도 한다. 40㎞에 달하는 먼 길이지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걸을 수 있는 일상이 됐다. 이렇게 한라산 정상을 890번 올랐다. 1주일에 한두 번은 꼭 한라산 꼭대기에 간 셈이다.

지난해 10월 제주 서귀포 일원에서 열린 트랜스제주 트레일러닝대회에선 100마일(약 160㎞) 코스를 완주했다. 제주 여성으로는 유일했다.
걷기 시작 후 가장 큰 변화는 자존감 회복이다. 걷기 전엔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게 싫어” 숨어지내듯 살았지만 이제는 매사 당당하다.
지난 11일 오후, 김경미씨와 함께 제주시 구좌읍 다랑쉬오름(382m)에 올랐다. 그는 “다랑쉬오름 앞 다랑쉬굴을 보여주고 싶어서였다”고 말했다. 4·3사건 당시 굴에 피신해 있던 제주도민 11명이 희생당한 곳이다.

제주 토박이인 그는 제주를 걷고 달리기 시작하면서 그제야 제주의 인문지리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제주와 한라산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에 5년 전, 제주대 자연문화유산교육학과 석사 과정에 입문했다. 지금은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지난해엔 제주트레일워킹협회 창립에도 발 벗고 나섰다. 제주를 걷는 사람은 많아졌지만, 인문지리를 생각하며 걷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한 달에 두 번씩 제주 곳곳을 걸으며 기록하고 연구한다. 지리, 지질, 역사, 문화를 연구하고 이를 제주를 방문하는 이들에게 전파하는 게 목표다.
Q : 지독하다고 할 정도로 산을 걷고 달리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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