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주 넘으면 나이롱?… “환자 진료권 박탈” “보험금 누수 방지”

교통사고 손해보험 보상 체계를 바꾸는 ‘8주 룰’ 도입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상해 12~14급에 해당하는 교통사고 경상 환자가 8주를 넘겨 장기 치료받기 어렵게 하는 내용이라 이런 별칭이 붙었다. 금융 당국과 손보업계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시행령 일부 개정이 과잉 진료로 인한 자동차보험금 누수를 막아 전체 금융 소비자의 보험료 인하를 이끌 것이라고 본다. 반면 대한한의사협회를 주축으로 한 의료계와 일부 시민단체는 환자 진료권이 침해되고 보험업계 배만 불릴 것이라며 8주 룰 도입을 무기한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자배법 시행령 개정안은 최근 법제처 심사를 통과했다. 국무회의 상정과 의결을 남겨두고 있다. 애초 정부는 이달 1일 시행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의료계와 일부 시민단체의 극렬한 반발에 부닥쳐 세부 지침을 마련하느라 기한을 넘겼다. 정부는 남은 절차에 속도를 내 올해 상반기 중 시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8주 초과 진료를 받으려는 경상 환자는 치료 경과 기록지 등을 내고 적정성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심사는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 산하 손해배상보장위원회가 맡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진료 기간이 4주를 넘길 때 진단서만 내면 별도의 심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상해 1~11급 환자는 지금처럼 8주 초과 진료를 얼마든지 받을 수 있다”면서 “경상 환자의 경우 8주 초과 진료를 못 받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성을 입증하게 하는 제도”라고 말했다.
8주 룰 적용에 찬성하는 쪽은 경상 환자의 장기 진료가 차보험금 누수의 주원인이라고 본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중상 환자 보험금이 8% 증가하는 동안 경상 환자 몫은 50% 뛰었다. 이 기간 한방 치료비는 3101억원에서 8082억원으로 2.6배 폭증했다. 금융위는 이런 결과가 의료계의 과잉 진료에서 비롯됐다고 여긴다.
경상 환자 진료비가 과도하다는 증거는 더 있다. 차보험의 경상 환자 치료비가 건강보험 대비 훨씬 높다는 점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경상 환자의 차보험 치료비는 건보 부담금 대비 2.7배 크다. 경상 환자 중 합의금의 일종인 ‘향후 치료비’를 받은 사람의 26%가 2년 내 같은 상병으로 건보 진료를 받는다. 이로 인한 건보 부담금은 2019~2022년 연평균 822억원이나 된다.
금융 당국은 이런 누수를 바로잡아 아낀 보험금을 다음 해 보험료 산정 시 즉각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제도 안착 시 개인 차보험료는 3% 안팎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 측에서는 개정 논의를 촉발한 전제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2014년 상해 등급표가 개정되면서 경상 환자 집단이 늘어났으므로 ‘경상 환자의 진료비가 중상 환자보다 과도하게 많다’는 논리를 적용하면 안 된다는 주장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전체 자동차보험 부상자 156만8000명 중 경상 환자는 85.9%에 해당하는 134만7000명이다. 경상 환자 구간이 전체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구조다.
기간을 8주로 획일화해 제한하는 데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교통사고 피해자의 회복 기간은 상해 유형과 나이, 성별, 합병증 발병 여부 등에 따라 크게 갈린다. 자동차 추돌 사고 직후 목이 채찍처럼 꺾이면서 인대 등이 손상되는 ‘편타성 손상’의 경우 1년 뒤에도 증상이 남는 환자가 최대 40%에 이른다는 연구가 있다.
금융정의연대 관계자는 “보험금 누수 방지라는 명분을 방패 삼아 대다수 선량한 교통사고 피해자의 권리를 박탈하고 손보업계의 비용 절감에만 치중하는 특혜 개악”이라면서 “신체적 취약층에는 적용을 면제하거나 별도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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