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가 보이스피싱도 잡는다… LG유플 ‘보안 삼총사’
악성 앱 감염이나 사기 차단·구제
진화하는 범죄 수법 깊게 파고들어
경찰·기관과 공조… 현장 출동도

지난달 경찰과의 보이스피싱 수사 공조를 위한 제주도 출장을 앞둔 때에 회사로부터 심상치 않은 트래픽 신호가 감지됐다는 연락이 왔다. LG유플러스 고객 수십 명의 단말기에서 본인도 모르는 새 도박 사이트 광고 문자가 대량 송출되기 시작했다는 내용이었다. 초기에는 전형적인 스미싱 공격으로 보였으나, 석연치 않은 지점들이 속속 발견됐다. 연락처에 저장 안 된 생판 모르는 타인에게 메세지가 전송된 데다, 보통의 스미싱 수법과 달리 피해자 휴대전화에 문자 발송 이력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LG유플러스 사이버위협대응팀 홍석원 책임의 ‘감’이 발동한 순간이었다.
오후 10시가 넘은 시간이었지만, 홍 책임은 즉시 분석에 돌입했다. 홍 책임과 함께 대응팀에서 ‘삼총사’로 통하는 이진영 책임, 이지환 선임 역시 출장 짐을 꾸리다 말고 노트북을 열었다. 이튿날 어렵사리 피해자 중 한 명과 연락이 닿았고, 2시간이 넘는 설득 끝에 피해 휴대폰에 설치된 수백 개 앱의 목록을 넘겨받을 수 있었다. 분석 결과 감염의 근원지는 다름아닌 불법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앱이었다. 문제의 앱은 악성코드 검사조차 피해가도록 설계돼 교묘히 보안망을 빠져나갔고, 가입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불법 스팸 발송자’로 몰려 번호가 정지될 위기에 처해 있었다. 대응팀은 곧바로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을 비롯한 관련 기관에 해당 정보를 공유했고, 경보 발령과 함께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
삼총사의 활동 무대는 사무실 안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보이스피싱 예방과 피해 구제를 위해 경찰과 함께 현장 출동도 마다하지 않는 ‘괴짜’들이다.
한번은 보이스피싱 표적이 된 60대 할머니의 동선을 추적한 끝에 은행에서 막 현금을 인출하려는 일촉즉발의 상황을 포착하기도 했다. 하지만 할머니는 경찰의 제지에도, 대응팀의 간곡한 요청에도 요지부동이었다. 이미 가해자들의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에 당해 주변의 도움까지 되레 함정으로 여기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 책임은 “보이스피싱 조직의 공통적인 전략은 ‘한번 물리면 놓아주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원하는 바를 얻을 때까지 피해자를 24시간 감시하고, 그 누구도 믿지 않는 상태로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 책임이 꺼낸 묘수는 ‘익숙함’이었다. 파출소 대신 할머니가 수년간 이용해 온 동네 대리점으로 향한 것이다. 이 책임은 “어떤 말도 듣지 않던 할머니가 자신이 살던 동네에 들어서자 그제야 안심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가해자들이 공들여 쌓은 ‘불신의 벽’을 허무는 것이 가장 어려운 작업”이라고 말했다. 실제 피해자 한 명을 설득해 휴대폰 초기화에 이르게 하기까지 통상 3~4시간은 소요된다고 한다. 기술적 탐지만큼 사람의 마음을 돌리는 데에도 많은 공이 들어가는 셈이다.
대응팀이 매일 되새기는 지침은 명확하다. “범죄자를 잡으려면, 스스로 범죄자가 돼봐야 한다.” 책상 앞에만 앉아있어서는 그림자처럼 진화하는 보이스피싱·스미싱 전략을 결코 무너뜨릴 수 없다는 의미다. 멀쩡한 공기계를 악성 앱에 감염시키는 ‘위험한 실험’은 이미 일상이 됐다. 캄보디아 사태 당시 현장에 다녀온 경찰 관계자에게 확보된 데이터를 공유해달라며 매달리기도 했다. 홍 책임은 “수법을 워낙 깊게 파고들다 보니, 팀원들끼리 이제 보이스피싱 조직 취직만 남았다는 농담을 건넬 정도”라며 웃었다.
기세가 꺾일 줄 모르는 사기 범죄와의 전쟁 속에서 연일 격무가 이어지지만, 노력이 가시적 결과물로 나타날 때면 고단함은 이내 보람이 된다. 이 책임은 “‘LG유플러스 가입자 구제율이 올라가는 것 같아요’ ‘LG유플러스 망 내에서 피해가 제일 적어요’라는 얘기가 들려올 때면 더할나위 없이 기쁘다”며 “피해 구제를 받은 고객이 직접 ‘이렇게까지 하는 통신사는 없다’고 말해준 일은 지금도 남는 장면”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앞으로도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뛰겠다고 다짐했다. 이 선임은 “최근에도 수사에 도움이 될 만한 새로운 분석 결과를 선제적으로 경찰에 전달했다”며 “가장 안전한 통신사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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