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박물관 에르미타주가 서울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겨울궁전이 ‘빛’으로 서울에 옮겨온다. 세계 3대 박물관으로 꼽히는 에르미타주 박물관 공식 디지털 특별전 ‘찬란한 에르미타주’가 오는 4월 30일 서울 상암 문화비축기지에서 개막한다. 전시는 7월 31일까지 이어진다.
1차 얼리버드 티켓은 4월 28일까지 네이버·인터파크(NOL)·카카오에서 판매한다. 성인 기준 정가 2만2000원에서 40% 할인된 1만32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청소년(만 18세 이하·정가 1만8000원)과 어린이(만 13세 이하·정가 1만3000원)도 동일하게 40% 할인된다. 구매 티켓은 5월 31일까지 사용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해외 전시가 아니다. 에르미타주가 처음 선보이는 ‘디지털 분관’ 프로젝트다. 약 300만점에 달하는 소장품을 이동시키지 않고 디지털로 구현해 공유한다. ‘실물이 아닌 가치의 이전’이라는 점에서 박물관 개념을 확장한 시도로 평가된다.


붓 터치·질감까지 세밀하게 표현
전시는 몰입형 ‘이머시브(Immersive)’
방식으로 구성된다. 에르미타주가 직접 제작에 참여한 전시장은 상트페테르부르크 겨울궁전의 건축 구조와 기둥, 장식 요소를 정교하게 재현했다.
특히 상암 문화비축기지의 원형 탱크 구조를 활용해 공간 전체를 하나의 전시장으로 확장했다. 관람객은 단순히 작품을 보는 것을 넘어 공간 속을 이동하며 체험하게 된다. 대형 프로젝션과 초고화질 영상, 공간 음향 시스템을 결합해 관람객이 실제 겨울궁전을 거니는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대표 작품도 디지털로 구현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꽃을 든 성모’,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자’, 앙리 마티스의 ‘춤’,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잔 사마리의 초상’, 클로드 모네의 ‘건초더미와 들판 풍경’ 등 걸작 50점이 초대형 스크린을 통해 선보인다. 항공우주 산업에 활용되는 초정밀 스캐닝 기술이 적용돼 붓 터치와 캔버스 질감, 색의 층까지 세밀하게 관람할 수 있다. 단순 이미지가 아니라 작품의 물성을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우선 르네상스를 활짝 열어젖힌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성모상 두 작품이 눈길을 끈다. ‘브누아 마돈나(1478~1480년)’는 다빈치가 처음으로 인간적인 성모를 그린 순간을 담고 있다. 중세 성모상은 신성을 중시했지만 다빈치는 자신의 아이와 놀아주고 있는 피렌체의 젊은 여인을 그렸다. 이전 종교화에서 보기 어려웠던 따뜻한 일상을 담은 이 작품은 르네상스적 사고의 전환을 보여주는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그 후에 그린 ‘리타 마돈나(1490년대)’는 신성한 존재를 묘사하면서도, 동시에 매우 인간적인 순간을 담고 있어 르네상스 회화의 정수로 평가받는다.
이번 전시의 또 다른 백미는 가장 많은 관람객이 몰리는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자’다. 렘브란트가 생을 마감하기 직전 완성한 마지막 걸작으로, 아들의 회개와 아버지의 사랑·용서를 담고 있다. 비참한 말년을 보냈던 렘브란트는 성경 속 이야기를 통해 신의 무한한 사랑과 인간의 존엄을 특유의 빛과 어둠으로 승화시키며, 불후의 명작을 탄생시켰다. 예카테리나 2세가 1766년 프랑스 귀족으로부터 사들인 작품이다.

인상주의 화가를 좋아한다면 클로드 모네의 ‘생타드레스 정원의 여인(1867년)’을 눈여겨봄직하다. 그림이 그려진 시기는 모네가 기존 아카데믹 회화에서 벗어나 자연 속 빛을 직접 포착하려는 실험을 이어가던 때다. 그림의 정원 속 여인은 단순한 초상이 아니라, 빛 속에 놓인 하나의 존재로 표현된다. 드레스 위로 떨어지는 햇빛, 나뭇잎 사이로 번지는 색의 변화는 형태보다 순간의 인상을 강조한다. 화면 전체가 정지된 장면이 아니라 바람과 햇살이 흐르는 시간처럼 느껴지게 한다. 모네가 인상주의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보여주는 그림으로 평가된다.

문화·IT 강국서 박물관 미래 실험
에르미타주 박물관은 18세기 중반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졌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혹독한 겨울에도 생활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황제의 공식 겨울 거처였다. 예카테리나 대제가 유럽 각지에서 수집한 방대한 미술품을 보관하기 시작하면서 황실 미술 컬렉션의 중심 공간으로 활용돼왔다. 보유 작품만 300만점이 넘다 보니 한 작품을 1분씩 감상해도 모두 둘러보는 데 약 6년이 걸릴 정도다.


우선 K팝과 K드라마로 대표되는 K컬처 확산이 한국에 대한 인지도를 높였다. 삼성전자와 대한항공 등 기업의 문화 후원 활동도 긍정적 이미지를 축적하는 데 기여했다.
전시를 총괄하는 아트웍스가 그동안 러시아 현지에서 쌓아온 신뢰도 작용했다. 유민석 아트웍스 대표는 2022년 이후 러시아 현지에서 한국 현대미술 전시를 진행하며 협력 관계를 구축해왔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서도 교류를 지속한 덕분에 신뢰를 쌓을 수 있었고, 원화 이동이 어려운 환경에서 디지털 전시는 현실적인 대안이자 전략적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의 디지털 콘텐츠 제작 역량도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디지털 전시는 단순 영상 기술을 넘어 공간 연출과 서사를 결합하는 작업이다. 높은 IT 인프라와 콘텐츠 기획 능력이 요구된다. 유 대표는 “디지털은 원화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관객과 연결하는 방식”이라며 “에르미타주의 가치와 철학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경험을 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에르미타주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궁전 내·외부 구조를 그대로 재현해 관람객이 작품을 감상하는 동시에 겨울궁전에 직접 들어온 듯한 경험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단순한 문화 이벤트를 넘어 향후 한국 내 디지털 센터 설립과 공동 콘텐츠 개발, 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 장기 협력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시된다. 이번 전시 기간 동안 미하일 피오트롭스키의 방한도 예정돼 있어 문화 교류 확대의 계기가 될 전망이다.


에르미타주가 반환 논란서 자유로운 이유
특히 에마뉘엘 마크롱이 “아프리카 문화유산은 포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선언하며 반환 정책을 추진한 이후, ‘보편적 박물관’이라는 명분은 힘을 잃고 있다.
에르미타주 박물관은 루브르·대영박물관과 달리 약탈 문화재 반환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곳으로 평가된다. 300만점에 이르는 컬렉션이 전쟁 전리품이 아닌 ‘구매’로 형성됐기 때문이다. 출발은 1764년 예카테리나 2세가 베를린 상인에게서 명화 225점을 대량 매입한 사건이다. 당시 유럽 열강들이 타국 문명을 파괴하고 약탈해 박물관을 채울 때, 러시아 황실은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서구 거장들의 작품을 묵묵히 수집했다.
이 차이는 오늘날 소유권 논쟁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 됐다. 유민석 아트웍스 대표는 “약탈 문화재 논란에서 자유로운 에르미타주 가치는 현대 미술계가 추구하는 윤리적 미학과 맞닿아 있다”며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러시아 황실의 정당한 자부심을 디지털 기술로 경험하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5호(2026.04.15~04.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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