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동네 마트’에 AI 심은 ‘그 회사’ [내일은 천억클럽]
고물가, 내수 침체 여파로 이커머스 업계 전반에 적자 경고등이 켜졌다. 거대 물류센터와 천문학적인 마케팅비를 앞세운 출혈 경쟁이 한계에 다다른 탓이다. 이런 가운데 오프라인 동네 마트를 거점 삼아 ‘나 홀로 흑자’를 이어가는 스타트업이 있다. 식자재 마트 디지털 전환(DX·Digital Transformation) 플랫폼 ‘큐마켓’을 운영하는 애즈위메이크다.
벤처 투자 혹한기를 뚫고 애즈위메이크는 굵직한 투자 유치에 연이어 성공했다. 지난해 5월 100억원 규모 시리즈C 투자를 유치한 지 6개월 만인 12월 시리즈C2 투자 유치를 마무리했다. 누적 투자 유치금액은 300억원을 웃돈다. 이번 투자에 솔루엠, 플랜에이치벤처스(호반건설 CVC·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털), 엑스플로인베스트먼트(GS건설 CVC) 등 전략적투자자(SI·Strategic Investor)가 합류했다. 단순 자금 수혈을 넘어 확고한 사업적 우군을 확보한 애즈위메이크는 상장을 앞두고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한다.

동네 마트에 IT DNA 이식
“대학생 시절 자취를 하면서 동네 마트에서 장을 보는 일이 잦았는데, 온라인에서는 다음 날 배송이 기본이었습니다. 동네 마트 물건을 바로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학교 커뮤니티에서 주문을 받아 직접 배달해보니 수요가 분명했습니다. 이후 식자재 마트와 지역 유통망이 거대한 산업임에도 주문은 전화나 메신저로 이뤄지고 데이터가 없는 구조를 발견했습니다. 기존 유통을 대체하기보다 마트가 가진 오프라인 경쟁력을 데이터와 기술로 강화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데 집중했습니다.”
손수영 대표가 설명한 창업 이유다. 2019년 창업한 그는 얼마 안 돼 이를 현실로 만들었다. 이런 사업 구조를 짜기 위해 우선 연구한 대상은 쿠팡과 같은 대형 이커머스 회사였다. 이들 기업은 물건을 팔기 위해 도심 외곽에 대규모 물류센터를 짓고 물건을 미리 사서 쌓아둔다. 여기서 주문이 들어오면 포장해서 배송한다.
애즈위메이크는 대신 동네마다 자리 잡은 커다란 식자재 마트를 하나의 창고로 활용한다. 소비자가 앱으로 주문하면 반경 3㎞ 안에 있는 마트에서 3시간 안에 물건을 가져다주는 식이다. 그런데 단순히 각 지역 식자재 마트가 가입할 수 있는 앱만 만든 게 아니다. 식자재 마트는 이전까지는 종이 전단지를 돌리거나 장부에 손으로 적어가며 주먹구구식으로 장사하는 경우가 잦았다. 애즈위메이크는 이런 마트에 새로운 운영체제(OS)를 깔아줘 차별화했다.
손 대표는 “아날로그식 동네 마트에 최신식 디지털 두뇌를 심어준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며 “POS(Point of Sales·판매 시점 정보 관리 시스템),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전사적 자원 관리), 결제, 마케팅, 배달 대행 등 매장 운영 전반을 관리하는 풀스택 리테일 테크 인프라(Full-stack Retail Tech Infrastructure·매장 운영에 필요한 모든 정보기술을 한 번에 제공하는 시스템)를 지원한다”고 소개했다.
이렇게 하니 전국 식자재 마트가 반겼다. 그 덕에 큐마켓과 제휴를 맺은 마트만 전국 2119개소에 달한다. 회사 관계자는 “전체 표적 시장 내 24%에 달하는 점주가 사용하는 필수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내실도 건실하다. 지난해 결산 기준 매출액 430억원, 영업이익 69억원을 냈다.

마트 사장 필수 IT 인프라 제공
식자재, 배달 대행 등 관련 업계에서 흑자를 내는 곳은 사실 많지 않다. 애즈위메이크는 어떻게 성장도 하고 흑자도 낼 수 있었을까.
가장 큰 비결로 ‘자산 경량화(Asset-light·직접 시설을 보유하지 않고 비용을 줄이는 방식)’ 모델을 꼽을 수 있다. 유통업에서 돈이 제일 많이 새나가는 곳은 물류센터 건축비와 안 팔리고 남는 재고 처리 비용이다. 애즈위메이크는 기존 식자재 마트 물건과 소비자를 연결만 해줬기에 막대한 빚을 낼 필요가 없었다.
플랫폼 구조를 고도화해 수익을 끌어올린 점도 돋보인다. 마트 장부는 상품 종류도 많고 외상 거래도 잦아 세금 계산이 복잡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삼쩜삼 등 범용 플랫폼이 장악한 시장에서 마트 경영주 전용 세무 서비스인 ‘택스큐(TaxQ)’를 선보였다.
여기에 마트 손님들의 실제 구매 기록을 바탕으로 맞춤형 광고를 노출하는 리테일 미디어 네트워크(RMN·유통 업체가 자체 보유한 온·오프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광고를 띄우는 시스템)까지 도입했다. 마트 사장 입장에서는 장사부터 세금 처리, 광고까지 애즈위메이크 시스템 하나로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셈이다.
김태규 에이벤처스(애즈위메이크 투자사) 부사장은 “한 번 쓰면 다른 서비스로 갈아타기 힘든 이른바 ‘록인 효과(Lock-in Effect·특정 상품이나 서비스에 소비자를 묶어두는 현상)’가 발생하며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했다는 점에서 동네 상권에서 압도적인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증시 불안, 계속 이익 내야
탄탄한 실적과 차별화된 사업 모델을 갖췄으나 성공적인 상장(IPO)을 위해 넘어야 할 산도 존재한다. 애즈위메이크는 최근 NH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본격적인 코스닥 상장 준비에 돌입했다.
그런데 중동 정세 불안 등으로 공모주 시장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 상장 직후 시장에 주식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주가를 끌어내리는 오버행(Overhang·잠재적 대규모 매도 물량) 우려도 무시할 수 없다. 게다가 비슷한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 기업들이 주식 시장에서 높은 몸값을 인정받지 못하는 밸류에이션(Valuation·기업가치 평가) 하락 현상도 부담이다.
이를 극복하려면 애즈위메이크가 적자 늪에 빠진 단순 배달 앱이 아니라, 지속해서 이익을 내는 리테일 테크 기술 기업임을 투자자에게 증명해야 한다. 데이터 기반 광고, 금융 서비스 연계, 글로벌 영토 확장 등 뚜렷한 청사진을 자본 시장에 설득하는 일이 핵심 과제다.
이런 세간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애즈위메이크는 최근 확보한 투자금으로 뉴리테일 테크(New-Retail-Tech) 고도화에 나선다. 식자재 마트는 취급하는 상품 수가 방대하고 유통기한이 짧아 매일 가격 조정과 발주, 재고 관리 판단을 내려야 하는데 애즈위메이크는 ‘다이내믹 프라이싱 인공지능(Dynamic Pricing AI·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을 실시간으로 유연하게 바꾸는 시스템)’, 매입 자동 솔루션 등을 상용화할 계획. 여기에 더해 지난해 베트남 K-마켓과 K-DX 솔루션 공급 계약을 맺으면서 해외 시장 공략도 본격화했다.
손수영 대표는 “상장의 핵심은 지속 가능한 성장성과 사업 모델의 차별성”이라며 “애즈위메이크는 단순 커머스 기업이 아니라 식자재 유통과 매장 운영을 연결하는 AI 플랫폼이자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5호(2026.04.15~04.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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