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문신사법’ 시행 앞두고… “안전 기준 없으면 국민 건강 위협”

신소영 기자 2026. 4. 1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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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피부과학회, ‘춘계학술대회’ 개최
16일 대한피부과학회 춘계학술대회 정책 세션에서 좌장을 맡은 연세스타피부과 이상주 원장(왼쪽)과 서울대병원 피부과 이동훈 교수./사진=신소영 기자
국내에서 문신 및 반영구화장 시술을 받은 사람은 1300만 명을 넘어선다. 시술은 빠르게 대중화됐지만, 상당수가 비의료 환경에서 이뤄지며 감염·면역질환 등 건강 위험은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2027년 문신사법 시행을 앞둔 가운데, 비의료인 중심 시술 확대가 국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의료 기준에 기반한 제도 설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피부과학회는 16~17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제77차 춘계학술대회’를 열고 정책 세션 ‘Voice of KDA’를 통해 문신 시술의 의료적 위험성과 제도적 한계를 짚고, 국민 건강 보호를 위한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문신은 다양한 의학적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사진=신소영 기자
◇문신은 침습 시술… 감염·실명까지 유발
현재 문신 시술의 80% 이상은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문신은 피부 장벽을 손상시켜 진피층에 색소를 주입하는 침습 행위로, 감염 위험이 상시 존재한다. 순천향대병원 피부과 배유인 교수는 “문신은 단순 미용 시술이 아니라 다양한 의학적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며 “감염, 색소 이상 반응, 알레르기 등 부작용 위험에도 불구하고 체계적인 안전 관리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비의료 환경에서는 감염 위험이 더욱 높다. 중앙대광명병원 피부과 한혜성 교수는 “세균·바이러스 감염, 비결핵항산균 감염, B형·C형 간염, HIV 등 혈액매개 감염을 비롯해 알레르기 반응과 피부암까지 발생할 수 있다”며 “문신으로 유발된 면역 반응이 포도막염으로 진행해 영구적인 시력 손상까지 초래한 사례도 보고된다”고 말했다. 단순 피부 질환을 넘어 전신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시술 전 충분한 설명과 시술 후 면밀한 관찰이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잉크 속 발암물질·중금속 포함 가능
문신 잉크의 안전성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경희대병원 피부과 신민경 교수는 “문신 잉크는 단순 색소가 아니라 금속염과 유기화합물, 보존제 등이 혼합된 화학물질”이라며 인체 유해 가능성을 지적했다. 실제로 일부 잉크에서는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 방향족 아민을 비롯해 납·카드뮴·니켈 등 중금속이 검출되며, 이들 물질은 발암성·유전독성·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부에 주입된 뒤 림프절 등 체내로 이동해 축적될 수 있고, 자외선 노출이나 레이저 시술 과정에서 분해되며 독성이 더 강한 물질로 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 교수는 “문신 잉크의 약 70%는 용매·분산제·방부제 등 첨가물로 구성되며, 일부 성분은 라벨에 제대로 표시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현재까지 인체 주입 시 장기적 안전성이 입증된 색소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보다 정밀한 성분 관리와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문신사법 ‘골든타임’… 의료 기준 설계 시급
전문의들은 2027년 시행 예정인 문신사법과 관련해 지금을 의학적 안전 기준을 설계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이 시기를 놓치면 향후 의료적 안전망 부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건국대병원 피부과 유다애 교수는 단순 금지나 전면 허용이 아닌, 멸균 시스템 의무화와 시술 공간의 의료 수준 관리, 무균 조작 기준 적용, 의료기기 수준의 재료 추적 시스템(UDI) 도입 등 의료 기준을 제도에 반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문신 시술 합병증의 부담이 의료기관으로 전가되는 구조를 지적하며, 책임보험 의무화와 전문의 중심의 의학적 판단 체계 구축 필요성도 강조했다.

연세조은피부과 김재홍 원장(대한의사협회 문신사 TF 위원)은 감염 관리 및 위생 기준 표준화, 문신사 건강검진 의무화, 의료 기반 교육과정 설계, 감염사고 신고·대응 시스템 구축, 염료 및 의약품 안전 관리 강화 등을 정책 과제로 제시했다.

김 원장은 “문신 교육은 단순 기술 교육이 아니라 감염·면역·약물까지 포함한 의료 안전 교육이어야 한다”며 “피부과 전문의 중심의 교육·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문신사가 의료인이 아니더라도 행위 자체가 의료적 특성을 갖는 만큼 의료계의 개입은 필수적”이라며 “향후 2년간 어떤 기준을 세우느냐에 따라 국민 건강 보호 수준이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문신사법은 하위법령을 통해 구체적인 집행 기준을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 제도의 안정적 정착과 국민 안전 확보를 위해서는 아직 마련되지 않은 하위법령에 의료적 안전 기준을 충분히 반영하고, 위해요소 예방과 사고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을 위한 가이드라인 구축에 의료계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신사 제도화 논의는 2007년 관련 법안 발의를 시작으로 약 18년간 이어졌으며, 2025년 9월 법 통과로 제도화가 이뤄졌다. 법은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7년 시행되며, 이 기간 동안 면허체계와 교육, 위생 기준 등이 마련될 예정이다. 초기에는 기존 종사자의 경력과 교육 이수를 인정하는 ‘임시 면허제’ 도입도 검토되고 있다.

대한피부과학회 이지범 회장은 “안전 관리 없는 문신사법 제도화는 국민 건강에 중대한 위해를 초래할 수 있다”며 “의료 기준에 기반한 정책 설계가 필수적이고, 피부과 전문의는 합병증 치료를 담당하는 의료 주체로서 제도 설계 과정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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