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뜨면 바뀌는 코스닥 시총…공시는 깜깜이, 리포트는 실종, 피해는 개미 몫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자리가 며칠 새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변동성이 큰 바이오주가 시총 선두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깜깜이 공시와 증권사 리포트 공백까지 겹치면서 개인 투자자 피해가 커지고 있다.
한 달간 다섯 번 바뀐 코스닥 시총 1위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코스닥 시총 1위는 다섯 번 바뀌었다. 에코프로(3월 16일), 삼천당제약(3월 20일), 에코프로(4월 1일), 알테오젠(4월 3일), 에코프로비엠(4월 6일), 다시 에코프로(4월 8일) 순이다. 중동전쟁으로 증시가 출렁이기도 했지만, 기업 정보 공개가 불투명하게 이뤄진 탓에 변동성이 더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천당제약 사례가 대표적이다. 삼천당제약은 지난달 말 경구용 인슐린 개발과 유럽 제약사와의 계약 기대감이 부각되며 시총 1위에 올랐지만, 열흘 만에 자리를 반납했다. 계약 부풀리기 의혹 함께 핵심 특허 소유권 논란까지 불거지며 주가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이날 삼천당제약 종가는 50만5000원으로 고점(118만4000원) 대비 약 60% 추락했다. 거래소는 이날 삼천당제약에 대해 공시위원회 심의를 거쳐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여부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결정 시한은 23일이다.
문제는 허위 공시처럼 명확한 위법 사항이 아닌, 공시 밖에서 이뤄지는 과장된 투자설명(IR)은 제재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삼천당제약도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공시 대신 보도자료로만 실적 전망을 배포해 문제가 됐다. 보도자료나 기업설명회에서 향후 사업 전망을 부풀리더라도 이를 현행 규정으로 제재하기는 쉽지 않다. 표현과 뉘앙스로 기대감을 키우는 방식은 사실상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지난 10일 ‘제약·바이오 공시 종합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일반 투자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바이오 기업 공시의 문법을 손보고, 보도자료 등에 담긴 긍정적인 표현이나 기대감을 과도하게 강조해 투자자에게 혼선을 주는 관행까지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기업 수 코스피 2배인데…리포트는 5분의 1
이런 와중에 증권사 리포트 공백도 정보 왜곡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애초에 중소기업 비중이 큰 코스닥은 현재 실적보다 미래 가치에 대한 추정이 클 수밖에 없어 분석 부담이 크다. 최근 삼천당제약 사례처럼 법적 리스크까지 커지면서 코스닥 종목 분석을 꺼리는 분위기가 증권사 사이 심해졌다. 삼천당제약은 “추가 임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 신중론을 제기한 iM증권 연구원과 해당 증권사를 상대로 고소를 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괜히 리포트를 냈다가 소송에 휘말리느니 아예 쓰지 않는 게 낫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말 코스닥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증권사에 리포트 확대를 주문했지만,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날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들어 발간된 코스닥 관련 리포트는 673개로, 코스피(3159개)의 5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상장기업 수는 코스닥이 1793개로 코스피(849개)의 두 배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코스닥 기업은 재무제표 등 시장에 유통되는 정보 자체가 적고, 실제 매출이 뒷받침되지 않는 회사도 많다”며 “투자자 반발까지 고려하면 목표주가를 산정하기 부담스러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변동성은 결국 개인 투자자의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윤철환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증권사도 정부 기조에 맞춰 분석을 늘리려 노력하고 있지만 1700여 개 이르는 코스닥 기업을 커버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개인 투자자 역시 ‘카더라’식 미확인 정보를 스스로 걸러내기 쉽지 않다”며 “코스닥 활성화 정책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투자를 고려한다면 개별 종목보다는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장서윤 기자 jang.seo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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