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딛는 과정이 예술”…‘베토벤 2.0’에 담긴 연출가적 고집 [D:인터뷰]
서사와 음악, 인물관계까지 싹 바뀐 '베토벤 2.0'의 탄생
"'예민한 내면' 박효신, '유약한 강함' 홍광호...두 색깔의 베토벤"
“이번 시즌 ‘베토벤’은 초연과 완전히 다른 시즌으로 봐도 좋습니다. 앞서 쌓아온 것들을 발판 삼아 한 단계 더 나아가고자 합니다.”
2023년 ‘베토벤; Beethoven Secret’이라는 부제로 관객을 만났던 뮤지컬 ‘베토벤’이 3년 만에 대대적인 개편을 거쳐 다시 무대에 오른다. 오는 6월 9일부터 8월 11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이번 시즌은 단순한 재연을 넘어 서사와 음악, 인물 관계를 새롭게 정립한 ‘베토벤 2.0’의 탄생을 예고한다.

길 메머트(GIL MEHMERT) 연출은 이번 재연에서 서사 구조를 완전히 재편하며 ‘한국 관객을 위한 재해석’에 집중했다. 뮤지컬 ‘베토벤’은 1810년 오스트리아 빈을 배경으로 청력을 잃어가면서도 음악을 놓지 않았던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삶을 그린다. 초연 당시 ‘불멸의 연인’에게 쓴 편지와 사랑의 힘 자체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그 사랑이 예술적 성취를 위한 도구이자 뮤즈로서의 역할로 재정의됐다.
메머트 연출은 “유럽 문학에서는 유부녀가 등장하는 삼각관계가 흔한 소재였지만, 한국 관객들이 이 관계에 대해 느끼는 민감도를 우리가 과소평가했음을 깨달았다”며 “이제 토니는 루드비히가 청력 상실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예술적 목표를 다음 단계로 이루어내도록 돕는 뮤즈로서의 비중이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서사의 선명도를 높이기 위해 극의 몰입을 방해하던 상징적인 장치들도 과감히 정리했다. 비엔나의 커피하우스에 욕조가 들어오는 오페라적 메타포는 한국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하에 삭제됐고, 한국인들에게 특정 카트 알림음으로 인식되면서 몰입을 방해했던 ‘엘리제를 위하여’ 멜로디 역시 이번 시즌에서는 들을 수 없다. 또한 유럽 관객에게는 익숙하지만 한국 관객에게는 공감이 어려웠던 지리적 배경이나 ‘비밀 편지’라는 미스터리 설정 대신, 인물의 내면적 투쟁에 더 집중하기 위해 부제인 ‘시크릿’도 떼어냈다.
음악적인 면에서도 베토벤의 오리지널 선율과 실베스터 르베이의 현대적 감각을 통합해 하나의 언어로 엮어냈다. ‘월광’ ‘비창’ ‘열정’ 소나타와 교향곡 ‘합창’ 등 원곡의 선율을 활용하면서 실베스터 르베이의 신곡 비중을 50%까지 대폭 끌어올렸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 관객들이 실베스터 르베이 감독의 감각적인 터치를 더 원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베토벤의 오리지널 멜로디가 가진 혁명적인 힘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뮤지컬 언어도 조화롭게 통합시키는 것에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클라이맥스 역시 강화됐다면서 “베토벤이 분노와 불신을 넘어 전 세계의 조화를 노래하는 ‘9번 교향곡(합창)’을 완성하기까지의 여정을 실러의 시와 함께 드라마틱하게 그려낼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배우들 역시 캐릭터의 입체감을 더하는 핵심 요소다. 루드비히 역에는 박효신과 홍광호가 이름을 올렸다. 초연 당시 고독한 예술가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흥행을 이끌었던 박효신은 이번 재연에서 더욱 깊어진 감정을 선보인다. 새롭게 합류한 홍광호는 캐릭터를 위해 반년간 매일 4시간씩 피아노 연습에 매진하며 실연 장면까지 준비하는 열의를 보였다.
메머트 연출은 두 배우가 가진 정반대의 에너지가 작품에 풍성한 디테일을 더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박효신은 겉으로 예민해 보이지만 그 과정을 통해 강인한 내면의 힘을 증명해내는 배우”라고 평했고, 홍광호에 대해서는 “굉장히 강한 첫인상을 주지만, 이번 여정을 통해 그 안에 숨겨진 유약함과 섬세함을 표현해낼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이 두 가지 서로 다른 스토리텔링을 보는 것이 이번 공연의 큰 챌린지이자 흥미로운 지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메머트 연출은 뮤지컬 ‘베토벤’이 단순히 한 음악가의 일대기를 넘어 ‘예술의 가치’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작가진의 전작인 ‘모차르트!’가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엔터테이너의 삶을 다뤘다면, ‘베토벤’은 예술가적 책임을 지고 미래를 위해 투쟁하는 어른스러운 예술가의 모습을 그린다는 것이다.
그는 “예술은 삶의 부가적인 요소가 아니라 핵심이다. 이 작품의 메시지 역시 마찬가지”라며 “베토벤은 청력 상실이라는 가혹한 현실 앞에서도 자신의 고통을 음악에 담아 새로운 차원을 열었다. 당장의 박수보다 영원히 남을 유산을 위해 투쟁한 그의 삶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깊은 울림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확 바뀐 뮤지컬 ‘베토벤’ 6월 개막…박효신·홍광호 출연
- 뮤지컬 ‘겨울왕국’도, 영화 ‘스파이더맨’도…‘성범죄 의혹’ 황석희 손절
- 앨리샤 키스 음악 뮤지컬로…‘헬스키친, 7월 한국 초연
- 2297억 vs 2221억…라이선스 추월한 창작 뮤지컬, 시장 무게추 옮기나
- 뮤지컬 ‘쉐도우’, 중국 상하이·베이징 진출…내년 국내 재연도 확정
- '지방선거 코앞인데'…때 아닌 국민의힘 원내대표 조기교체설 왜
- '부산 북갑', 별들의 '정치 정거장' 되어선 안 된다 [기자수첩-정치]
- [중동 전쟁] “日 유조선, 호르무즈 첫 통과”…통행료 여부는 확인 안 돼
- 첫 주 1억 달러 눈앞…팝의 황제 ‘마이클’, 전기영화 다시 극장 킬러로 [D:영화 뷰]
- ‘장외포 쾅!’ 타구 질 달라진 김도영의 영리한 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