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살 때 따지는 '가성비' 왜 주식 살 땐 안 따져보나"

류승연 2026. 4. 16.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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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벌어도 쌓기만' 하는 기업 구조 '저PBR' 불렀다... "투자·배당 없는 가성비 실종이 원인"

[류승연 기자]

 16일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최로 열린 'PBR 1배 미만 상장사 기업 가치 제고 공시 의무화를 통한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 토론회.
ⓒ 류승연
"마치 펀드 매니저가 고객 돈 90%를 투자하지 않고 예금에만 묵혀두는 꼴이다."

한국 기업들이 수익을 재투자하거나 주주에게 돌려주지 않고 비영업 자산으로 쌓아두면서 투자금 대비 수익성이 미국 기업의 절반 수준으로 추락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투자 매력을 상실한 기업이 시장에서 장부상 가치보다 못한 평가를 받으면서 국내 자본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는 '저PBR(주가순자산비율)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16일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최로 열린 'PBR 1배 미만 상장사 기업 가치 제고 공시 의무화를 통한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 토론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물건을 살 때 가성비를 따지는데 정작 지금 우리는 주식 투자에 가성비를 보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똑같은 100억을 벌어도, 1000억을 들여 돈을 벌었을 때와 1조 원을 들여 벌었을 때는 ROE(자기자본이익률)가 다르다"라는 것이다. ROE란 자기자본 대비 당기순이익의 비율로, 자본의 효율성을 나타내는 이른바 기업의 '가성비' 지표다.

김 교수에 따르면 한국 상장사들의 10년(2014~2023년) 평균 ROE는 7.98%로 14.85%를 기록한 미국의 절반 수준이다. 김 교수는 "어떤 언론사는 이 수치를 보고 우리나라 기업들이 수익성이 나빠져서 그렇다고 분석한다"라며 "하지만 살펴보니 우리나라 기업들의 평균 이익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늘었다"라고 지적했다. 결국 "회사가 기계적으로 이익금을 쌓아두고 있다 보니 ROE가 떨어졌다"라는 분석이다.

가령 초기 자본 1000억 원으로 100억 원(ROE 10%)을 벌던 기업이 매년 100억 원씩 이익금을 계속 쌓아두기만 하면, 10년 뒤 자본은 2000억 원으로 불어나는 반면 수익률은 5%로 반토막 나게 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반면 미국은 기계적으로 ROE의 분모(자기 자본)를 줄인다"라며 "애플은 매년 100조 원씩 자기 주식을 산다. 소각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수익률을 높일 만한 투자처가 없으면 주주 환원을 해서 투자자들이 그 돈을 갖고 다른 신산업에 투자를 해 자본시장에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셈"이라고 짚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부장 역시 이날 같은 문제의식을 내비쳤다. 김 본부장은 "우리 자본시장에서 PBR이 1 아래로 떨어진 기업의 유형은 총 2가지"라며 "영업을 하고 있지만 산업 자체에 진입 장벽이 없어 경쟁 우위를 상실한 케이스가 한 가지다. 이건 어쩔 수 없다고 볼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우리나라에 훨씬 많은 케이스다. 비영업 자산이 워낙 많아 생긴 케이스"라며 "주주들이 ROE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회사가 벌어들인 현금을 계속 쌓아두고만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예금에 투자금 대부분을 예치한 펀드매니저'에 비유하기도 했다.

김 본부장은 코스피 상장사 '삼영전자'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시가총액이 2300억 원인 데 정작 비영업용 자산은 5450억 원으로, 시총의 두 배를 넘는 상황이다. "회사가 본사 인근 부지를 투자가 아닌 농구장, 주차장, 텃밭으로 활용하고 있다. 부동산 가치를 아주 보수적으로 따져봐도 2000억 원"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김현정 의원은 지난달 6일, PBR이 2개 사업연도 연속으로 1배 미만인 상장사에 대해 '기업가치 제고 계획(밸류업 계획)' 공시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다만 김 본부장은 법 시행 이후 2년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시행 시점에 이미 2년 연속 저PBR 상태인 기업부터 즉시 공시 대상에 포함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한다. 또 기업가치 제고 계획서에는 막연한 목표 대신 ROE와 자본비용(COE, Cost of Equity) 현황까지 구체적인 숫자로 명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 이행 방안과 명확한 타임라인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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