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세월호 12주기'…"점차 잊혀지는것 같아 안타까워요"

호남취재본부 민현기 2026. 4. 16. 15:28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2026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어느덧 12번째 봄이 찾아왔다.

참사 이후 매년 가족과 함께 팽목항에서 '기억의 차(茶)' 봉사를 해온 박소희 씨(31·진도)는 "예전엔 줄을 서서 차를 받아 가실 정도로 사람이 많았는데, 올해는 평일이라 그런지 더욱 조용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기억과 상생 사이 "지워지지 않는 낙인 아닌 교훈으로"진도항은 연안여객터미널이 들어서며 물류와 관광의 거점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건물 올리고 이름 바꿔도 예우는 제자리
화려한 항구 성장 속 방치된 '팽목기억관'
"일상 속에 역사가 녹아드는 상생 필요"

2026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어느덧 12번째 봄이 찾아왔다. 아이들이 차가운 바다에서 처음으로 뭍을 밟았던 전남 진도군 진도항(옛 팽목항)은 이제 거대한 연안여객터미널과 세련된 도로가 들어서며 외형적 변화를 끝마쳤다. 하지만 화려한 항구의 성장이 무색하게, 그 한편에서 기억을 지키는 공간은 여전히 녹슨 컨테이너 속에 머물러 있었다.

세월호 참사 12주기인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임회면 진도항에서 한산한 분위기 가운데 추모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민현기 기자
"이것이 12년의 현주소인가"… 방치된 추모 공간의 역설

참사 12주기 당일, 진도항 방파제 입구에 자리한 '4·16 팽목기억관'은 세월의 무게를 고스란히 이겨내고 있었다. 노란빛이 바래다 못해 이제는 흰색에 가까워진 리본들이 바닷바람에 힘없이 나부꼈다. 항구의 다른 편에서는 현대식 여객터미널이 분주하게 승객을 실어 나르고 있었지만, 단 두 동의 컨테이너로 버티고 있는 추모 공간은 12년 전의 열악한 환경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 모습이었다.

이날 처음으로 팽목항을 찾았다는 대학생 정우진 씨(24·대전)는 "전 국민이 함께 울었던 참사의 상징적인 장소가 이렇게 녹슨 컨테이너로 남아있을 줄은 몰랐다"며 "화려하게 변한 주변 항구 시설들과 대비되어 더욱 가슴이 아프다. 아이들이 느꼈을 고통과 추위를 생각한다면 최소한의 예우는 갖춰야 하는 것 아니냐"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잊히는 것이 가장 두렵다"… 한산해진 추모의 길

세월호참사 진도연대가 주관한 이날 추모식을 앞두고 이른 오전부터 노란 리본 달기 등 기억 행사가 열렸다. 전국 각지에서 추모객들이 모여들긴 했지만, 10주기 이후 급격히 줄어든 인파에 현장은 예년보다 한산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과거 방파제 입구부터 등대까지 200m 구간을 가득 메웠던 추모 물결은 이제 간간이 이어지는 발길로 바뀌었다. 1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대중의 기억이 무뎌지고, 전국 곳곳에 분산된 추모 공간의 영향으로 이곳 팽목을 직접 찾는 이들이 줄어든 탓이다.

참사 이후 매년 가족과 함께 팽목항에서 '기억의 차(茶)' 봉사를 해온 박소희 씨(31·진도)는 "예전엔 줄을 서서 차를 받아 가실 정도로 사람이 많았는데, 올해는 평일이라 그런지 더욱 조용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박 씨는 "사람이 줄어드는 것보다 무서운 건 사람들의 마음에서 이 공간이 지워지는 것"이라며 "우리에겐 이 자리를 지키고 기록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억과 상생 사이… "지워지지 않는 낙인 아닌 교훈으로"

진도항은 연안여객터미널이 들어서며 물류와 관광의 거점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항구의 발전을 반기는 목소리도 높지만, 그 과정에서 '팽목의 기억'이 걸림돌처럼 취급받는 것에 대한 유가족과 시민단체의 우려도 깊다.

방파제 끝 빨간 등대 아래에서 묵념하던 윤상호 씨(67)는 "항구 이름이 바뀌고 건물이 새로 올라간다고 해서 여기서 일어난 일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일상적인 삶의 공간 속에 아픈 역사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야 진정한 '상생'이 가능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호남취재본부 민현기 기자 hyunki@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