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참정권 위협하는 지방선거 '무투표당선'
[최지선 기자]
지난 지방선거 당선자 10명 중 1명은 유권자가 뽑지 않았다'
21세기 대한민국, 대의제 민주주의 속에 사는 우리는 각종 선거를 통해 유권자들이 뽑는 '의원'이나 '장'들이 유권자들을 대변할 것으로 기대한다. 유권자 표를 단 1표도 얻지 않고 당선되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무투표 당선'으로 선출된 이가 전체 선출직의 12%를 차지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지난 2022년 열렸던 제 8회 지방선거에서는 전국적으로 508명의 선출직들이 무투표로 선출됐다. 전체 당선자 4132명의 12.3%에 해당하는 숫자이며, 역대 최고 수치이다.
무투표 선거구가 발생하는 이유는 경쟁이 없기 때문이다. 가령 1명만 뽑는 선거에 후보가 1명만 나왔을 때, 우리나라 선거법에서는 찬반투표도 없이 입후보한 후보들이 자동으로 당선된다. 주로 정당에서 공천한 인물들이 당선되지만, 유권자는 정착 한 표도 행사하지 못하니, 유권자의 소중한 권리인 투표권이 박탈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럼 왜 무투표당선 선거구에서는 경쟁이 없을까? 바로 거대 양당 구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거대 양당 구조와 기초의원 2인 선거구제가 '악순환의 시너지'를 내며 구조적 원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먼저, 무투표 당선자 508명 모두가 거대양당 후보이다. 이 중 절반이 넘는 54%(276명)가 기초의원 2인 선거구에서 나왔다. 전체 기초의원 지역구 무투표 당선(294명)의 95%가 2인 선거구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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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년 지방선거 무투표 당선자 508명 선거구별 현황 무투표 당선자별 선거구 현황 |
| ⓒ 최지선 |
전체 무투표당선자의 19%인 99명이 비례대표 기초의원 선거에서 발생했다. 기초의회의 비례대표 의석이 1~3석으로 적게 배정된 상황에서 양당이 의석수만큼 후보를 내거나, 우세 정당이 의석을 독점하도록 후보 수를 맞춘 결과다. 반면, 경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기초의원 3인 선거구에서는 전체 무투표 당선자 수의 3.5%(18명)만 발생했다. 앞서 전체 기초의원 무투표 당선자의 93%가 2인 선거구에서 나온 것과 대비되는 숫자이다. 발생한 지역을 보면 서울의 강남, 서초, 송파, 대구 달서, 전남 나주, 전북 군산의 경우인데, 3인 선거구여도 한쪽 정당세가 우세한 경우 결과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우세 정당에서 후보를 2명 내고 '상대'정당에서 1명 낼 경우 역시 '사이좋게 나눠먹기'가 가능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체 무투표 당선자의 1%인 6명은 자치단체장이었다. 광주 광산구청장, 대구 달서구청장과 중구청장, 경북 예천군수, 전남 보성군수와 해남군수가 그 주인공이다. 수도권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투표 없는 구청장 선거'는 특정 정당이 압도적인 지역에서만 벌어지는 기이한 광경이다.
경쟁자가 없다고 후보자들을 유권자의 검증 없이 그대로 당선 시키는 것은 민주주의 상식에 어긋난다. 심지어 대학 학생회 선거나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 선거도 단독 후보일 경우 찬반투표를 거치는데, 공직선거에서 경쟁후보가 없을 경우 역시 찬반투표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결국 거대 양당이 1등과 2등을 나눠 먹는 2인 선거구제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2인선거구에서 후보자들이 유권자보다 공천권을 쥔 정당의 눈치를 보는 경향이 훨씬 셀 수 밖에 없다. 정당 내부 줄세우기와 공천 헌금 같은 비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2인선거구에 대한 대안으로 3-5인 중대선거구제가 논의되고 있으나, 이는 앞서 살펴봤듯 일보 전진일 뿐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더 정확한 민의 반영을 위해서는 비례대표제를 확대해야 한다. 정당이 일방적으로 순번을 정하는 폐쇄형이 아니라 유권자가 정당과 후보를 동시에 선택할 수 있는 개방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여, 무소속 후보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인물에 대한 선택권도 보장해야 한다. 지방자치는 중앙의 권력을 주민에게 돌려주는 과정이다. 지방자치의 본래 의미를 살려, 비례대표제 확대를 통해 주민의 손에 더 실질적인 권력을 쥐어주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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