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회사 중복상장 과반찬성 명문화 갑론을박…"주주 보호 VS 만능 아냐"
(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박경은 기자 = 정부가 국내 주식시장의 디스카운트(저평가) 요인으로 지목되는 모·자회사 중복상장을 금지하는 원칙론을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중복상장 허용 시 모회사 일반주주의 과반 동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명문화할지 여부가 주요 쟁점 중 하나로 부상하는 등 치열한 격론을 예고했다.
16일 한국거래소는 컨퍼런스홀에서 '중복상장 제도 개선' 공개 세미나를 열고 각계 전문가 및 시장 참가자들과 중복상장 해소를 위한 패널토론을 진행했다.
◇ 중복상장, 모든 주주의 동등한 주주가치 훼손…"원칙적 금지"
금융위원회는 중복상장에 대해 엄정하고 합리적인 심사 기준을 통해 '원칙금지·예외 허용'이라는 정책 기조를 확립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지는 토론에서는 금융위와 거래소 책임자와 투자자, 기업, 학계, 법조계, 금투업계 대표자 간의 구체적인 제도 설계 방안에 대한 의견 수렴이 이어졌다.
이들은 중복상장 제도 개선이 모든 주주의 주주가치를 동등하게 보호하지 않고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에 공감했다. 중복상장은 주주의 지분이 제대로 기업 지배력에 비례해 반영되지 않게 현금흐름 권리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적 문제가 중복상장"이라며 "(지배주주) 지배력에 레버리지를 일으켜 사실상 차등의결권 제도와 유사한 효과를 낸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SK하이닉스를 예시로 들었다. 최태원 회장 일가의 지분은 2~3% 수준이지만, 사실상 SK하이닉스의 이사회 전원을 임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훈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주식을 산다는 건 금융상품을 사는 행위"라며 "중복상장은 지배권과 현금수취권이라는 두 가지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중복상장 원칙적 금지에 적극 찬성한다는 뜻을 밝혔다.

◇ 일반주주 다수결 등 각론에 의견 엇갈려…당국은 속도전
예외적으로 중복상장을 허용할 경우 '모회사 일반주주 과반 동의(Majority of Minority, MoM)'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두고는 찬성과 반대가 맞섰다.
찬성 측은 이를 요건으로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창환 대표는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경우 반드시 모회사 일반주주 과반의 (중복상장) 찬성을 득해야 한다"며 "이사들은 주주 충실 의무에 따라 여러 대안을 비교해 상세히 공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서경 부산대학교 투자동아리(SMP) 부회장도 "해외에는 MoM 제도를 통해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명문화한다"며 "궁극적으로 명문화 단계로 나아가 규제에서 지속성을 시장이 확인될 때 신뢰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기존 주주의 다수결 결과만으로 본래 개선 방향의 핵심인 반드시 주주가치 실현으로 이어지진 않는다는 반대 의견도 있었다. 중복상장을 획일적으로 금지할 경우 구조적 사업 다각화를 위한 대규모 자금 조달 등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상훈 교수는 "일반주주 다수결에 맡기는 방식은 필요할 수 있어도 충분조건이 될 수 없다"며 "일반주주는 응집성 측면에서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 단일한 의사로 모아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임흥택 거래소 상무는 "과반 동의와 관련해서는 이것만 가져온다고 기준을 통과하는 걸로 보겠다고 하면 본질이 흐려진다"며 "충분한 설득 과정을 거치고, 주주들이 동의할 수 있는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벤처캐피털의 생태계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안상준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부회장은 "원칙적으로 금지하면 M&A 시장이 상당히 위축되고, 역효과가 날 것"이라며 "벤처기업은 상장까지 14년 이상이 걸리는 만큼 자회사로 시행착오를 견디고 빠르게 성장하는 경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모회사와 자회사로 지주회사 체제의 불가피성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었다.
김춘 상장회사협의회 본부장은 "지배주주 지배권 유지는 지주회사 선택 부분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영향이 있다"며 "단순히 나쁘다고 보기엔 시대적 측면을 고려해야한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연결지배종속 구조라도 실제 지배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며 "실질과 다른 부분이 많아서 굉장히 고민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중복상장 개선은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필요성도 나왔다.
고영호 금융위원회 과장은 "회사마다 상황이 다르고 주주를 보호하는거에 대해서는 하나의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기업들이 먼저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방한철 한국투자증권 본부장도 "중복상장은 밸류업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돼야 한다"면서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기업과 M&A 회사는 급작스러운 정책 변화에 크게 혼란을 느낄 것"이라며 "유연한 정책 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거래소는 이달 중으로 규정 개정안을 마련해 이르면 7월부터 새로운 제도 시행에 나서는 속도전을 예고한 상태다.
임 상무는 "이달 중 규정 예고를 거치며 의견 수렴 과정을 이어갈 것"이라며 "예고가 끝나는 대로 절차에 따라 오는 6월 내 개정하겠다는 목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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