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위 무조건 또 가야죠!" 한가람, '축구 봉사 인연' 치주물루 친구들과 넉 달 만에 재회하다 [어서와 치주물루①]

김진혁 기자 2026. 4. 16.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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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람(왼쪽부터), 맥팔른 마푸루 감독, 로버트 피리 팀 닥터, 이동훈 구단주, 맥슨 툰두 코치. FC안양 제공

[풋볼리스트=안양] 김진혁 기자= 한가람이 약 4개월 만에 치주물루유나이티드 친구들과 한국에서 재회했다. 지금 벌어진 모든 일들이 신기하다고 눈을 동그랗게 뜬 한가람은 언젠가는 꼭 말라위를 재방문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한가람은 지난해 12월 아프리카 말라위로 축구 봉사를 떠났다. 대학생 유튜버 '창박골' 이동훈 씨와 인연으로 정규 시즌이 끝나고 치주물루에서 1주일 정도 함께 시간을 보냈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축구 선수의 꿈을 이어가는 선수들과 동고동락하며 본인이 배워온 선진 축구 문화를 전파하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실제로 한가람은 유럽축구연맹(UEFA) B급 지도자 자격증 보유자다. 치주물루 팀 입장에선 최고의 지도자를 만난 셈이었다.

한가람이 치주물루를 다녀온 뒤 4개월이 흘렀다. 그리고 이번엔 치주물루가 좋은 기회로 직접 한국을 찾았다. 치주물루는 지난해 11월 한가람 소속팀 FC안양과 공식적인 업무 협약을 맺었다. 그 첫 프로젝트로 4월 13일부터 5월 5일까지 치주물루 코치진의 코칭 연수가 성사됐다. 안양 구단의 숙식 및 인프라 지원 아래 치주물루 코치진 맥팔른 마푸루 감독, 맥슨 툰두 어시스턴트 코치, 로버트 피리 팀 닥터가 20일가량 한국에서 연수를 받게 됐다.

치주물루 코치진은 지난 1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치주물루에서 1주일간 인연을 쌓은 한가람은 방한 소식을 듣자, 버선발로 공항까지 마중을 나갔다. 직접 만든 환영 문구까지 손에 든 채 전매특허 밝은 미소로 19시간 비행을 마친 세 친구를 반갑게 환영했다.

한가람(FC안양). 김진혁 기자

15일 '풋볼리스트'와 인터뷰에서 한가람은 "원래는 구단과 같이 갈 생각은 없었다. 그냥 제 차를 몰아서 혼자 가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구단에서) 같이 가겠다고 해 주셔서 이제 큰 차로 갈 수 있었다"라며 "진짜 너무 신기했다. 제가 공항으로 데리러 나갔다. 조금 늦게 도착했는데 벌써 입국장을 나와 있더라. 30분 동안 그려서 만든 '웰컴 투 코리아' 팻말을 들고 갔는데 너무 반가웠다. 처음 온 새로운 나라니까 피곤하고 적응도 잘 안됐을 텐데 너무 신기하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밥 먹다가도 그 말만 몇 번을 했던 것 같다"라며 아직도 어안이 벙벙한 듯 놀라워했다.

한가람의 지도자 잠재력 덕분일까. 한가람이 말라위를 다녀간 뒤 치주물루의 성적은 가파른 우상향을 탔고 말라위 3부리그 최종 6위로 시즌을 마칠 수 있었다. 특히 맥팔른 감독을 포함한 코칭 스태프의 코칭 숙련도가 한가람의 지도를 받은 뒤 눈에 띄게 올랐다는 이동훈 구단주의 증언도 있었다.

"사실 특별한 건 당연히 없다. 제가 뭐라고(웃음). 그래도 '어떤 부분 덕분일까?' 생각해 보면 다른 시각에서 보는 걸 같이 공유했다고 보면 쉬울 것 같다. 당시에는 치주물루 코치진들이 훈련장에 미리 나가서 훈련 장비를 세팅하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저희한테는 당연한 일인데 그런 시각으로 생각을 해본 적이 없으니, 그 부분을 이야기 해줬다."

"미리 세팅하는 게 무언가를 더 준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시간을 쏟으면 그만큼 (선수들도) 준비가 더 될 수밖에 없다. 아까 들어보니까 낮은 순위로 시작해 6위로 마무리했다고 하더라. 내심 제가 다녀간 뒤로 잘되면 저도 기분 좋으니 계속 응원하고 지켜봤다. 결론적으로 잘 돼서 너무 다행이다."

창박골과 치주물루유나이티드 선수들. 창박골 본인 제공

한가람은 세트피스 훈련 방식도 전수했다고 설명했다. 열악한 현지 환경상 상대 팀을 분석할 여건이 되지 않다 보니 세트피스 전술이 사실상 없다시피 했다고 한다. 돌멩이가 섞인 울퉁불퉁한 그라운드 상태에서 매끄러운 세트피스는 어렵더라도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걸 하나씩 시도하는 데 의미를 뒀다고 설명했다.

"제가 전문적으로 세트피스를 알고 있는 건 아니다.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말라위에서 '내가 뭘 해야 할까'를 계속 생각했다. (이)동훈이한테 '너희 세트피스 훈련 같은 건 해봤어?'라고 물었다. 왜냐하면 치주물루는 팀 훈련을 경기 이틀 전과 하루 전에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안양도 보통 이틀 전에 세트피스 훈련을 하는데 이걸 해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동안 세트피스 훈련은 안 했다더라. 그러면 이것도 하나의 새로운 시도나 도전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세트피스는 결국 상대 팀 분석을 토대로 진행하는데 말라위 현지는 그럴 상황이 아니긴 했다. 그래도 한번 시도해 보자 해서 일단 했는데 경기장에서 잘 나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시도 자체가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다."

FC안양 팀 훈련을 지켜보는 치주물루유나이티드 코치진. 김진혁 기자

지난 15일은 공식적인 연수 일정 첫날이었다. 첫 일정부터 안양 1군 훈련을 참관하게 된 치주물루 코치진은 사전 비디오 미팅부터 1시간 40분가량 본 훈련까지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눈에 담았다. 훈련이 끝나고는 한가람과 반갑게 인사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코치진 세 명은 한가람을 둘러쌓고 훈련에 관해 질의응답 하는 시간을 나누기도 했다.

"사실 제가 먼저 물어봤다. 훈련 세션이 어땠냐고 물었는데 전술적이나 훈련을 미리 준비하고 비디오 미팅으로 경기장 안에서 어떻게 전술을 구현하고, 그걸 위해서 어떻게 훈련을 준비하는 등 체계적으로 준비돼 있는 부분을 엄청 만족스러워했다"라고 이야기했다.

한가람은 말라위에서의 1주일 경험을 토대로 치주물루 코치진이 이번 연수로 어떤 부분을 중점으로 배웠으면 좋겠는지 개인적인 바람도 전했다. 한가람의 답변을 요약하자면 '백문이 불여일견'이었다. 말과 영상으로만 접하는 것 보단 직접 눈으로 보고 몸으로 익힐 수 있는 이번 기회를 최대로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훈련 프로그램 등을 알려준다고 해도 직접 그 흐름을 보지 않으면은 따라 하기 어렵다. 제가 흐름을 보여주고 싶어도 가르치는 코치도, 배우는 선수도 함께 따라와 줘야 하는데 그걸 제가 혼자서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당시에는 제가 잠깐 들어가서 패스 훈련을 함께하다가 맥팔른 감독 옆에서 코칭 방식을 이야기하려고도 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둘 다 가능한 상황이다. 훈련을 어떤 식으로 진행하는지 프로그램도 보겠지만, 훈련 흐름을 어떻게 끌고 가는지를 중점적으로 보고 갔으면 좋겠다."

"말라위에 갔을 때 치주물루 1경기와 우연한 기회로 말라위 1부 팀 1경기까지 딱 2경기를 보고 왔다. 유병훈 감독님도 중요시하는 부분 중 하나가 포지셔닝이다. 포지셔닝이 잘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보니 우당탕 하거나 우르르 몰려다니는 상황이 많이 나왔다. 한 공간에 한 명씩 들어가야 더 좋은 플레이가 나오는데 2명 이상 들어가니 다른 공간을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많았다. 포지셔닝 형태를 어떻게 잡는지만 가르쳐도 쉽게 더 재밌는 축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부분을 많이 배워가면 좋겠다."

맥팔른 마푸루 치주물루유나이티드 감독. 김진혁 기자

한가람은 치주물루를 이끌고 있는 맥팔른 감독에 대한 평가도 조심스레 남겼다. 본래 이발사가 본업이던 맥팔른 감독은 이번 시즌부터 미용실을 동생에게 맡기고 축구 감독으로 본업을 옮길 예정일 정도로 축구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연수 내내 맥팔른 감독은 새롭게 얻은 정보를 수첩으로 옮겨가며 시차적응이 덜 된 몸에도 대단한 집중력을 보였다.

"굉장히 열정 있는 친구다. 솔직히 조금 놀랐던 게 사실 훈련을 진행하거나 훈련 프로그래밍을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모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근데 경기장에서 전반전 끝나고 패트릭 지하라는 수비형 미드필더 선수가 중앙 수비 두 명 앞을 커버하지 못하면서 공간이 많이 비는 상황이 나왔다. 속으로 이따가 이야기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미팅 때 그 이야기를 바로 하더라. 경기를 보는 눈이 확실히 있다. 하프타임 때 어드바이징을 주는 게 쉽지 않은데 굉장히 긍정적으로 본다. 이번 연수로 배워가면 더 좋은 감독이 되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한가람은 말라위 재방문 의사도 밝혔다. 다시 방문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1초 망설임도 없이 "가야죠!"라고 답했다. 정정할 시간을 주겠다는 재질문에도 연신 웃으며 언젠가 꼭 다시 가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당연하다. 처음에 간다고 했을 땐 솔직히 농담 반 진담 반이었다. 근데 다녀오고 나니 약속하기도 했고 그게 아니더라도 무조건 갈 생각이다. 사실 군대 문제 등 때문에 해외를 못 나가는 상황이긴 한데 동훈이한테 '무조건 3~4년 더 해라'라고 했다. 그때쯤이면 무조건 승격해 있을 거라고 하더라. 더 좋은 경험을 하고 또 좋은 사람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무조건 다시 갈 거다."

사진= 풋볼리스트, 창박골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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