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무기력, 달리기로 극복했다"... 58세 교수의 인생 역전기
[김부규 기자]
◈ 2025년 10월 남서울대학교 스마트팜 마케팅 교수 임용
◈ <아들아, 돈 공부해야 한다>(2022) <언제까지 흘러가는 대로 살 것인가>(2025) 외 다수 출간
◈ 2026년 3월 27일 <달리고 읽고 쓰는 사람의 하이 HIGH> 출간
◈ TBS '경제발전소 박연미입니다' 경제 전문 패널
◈ EBS '이희경의 오전만의 생활경제' 재테크 전문 패널 활동
은퇴 전후로 확실한 무언가를 손에 쥔 게 없어 불안한 사람이 많다. 불안한 마음을 다잡기 위해 잘 나간다는 자격증을 여러 개 취득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자격증이 많아도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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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선용 교수 그는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소재 수도학원에서 고졸 검정고시를 마쳤다. 이후 수도학원 재단이 설립한 남서울대학교 교수로 임용되었다. 이 학원 설립 이사장이 한 말 중에 "배움에는 때가 없다"라는 말을 늘 가슴에 담고 있었다고 한다. |
| ⓒ 김부규 |
- 많은 퇴직자가 "회사만 떠났을 뿐인데 세상에서 밀려난 느낌"이라고 말합니다. 대기업 임원까지 올랐던 교수님도 퇴직 후 무기력과 우울을 겪으셨다고 하셨는데, 어떤 감정이었나요? 그 감정을 어떻게 극복하셨는지요?
저도 퇴직 다음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고, 갈 곳이 없다는 사실을 느끼며 굉장히 절망스러웠습니다. 전날 밤에는 불면증처럼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30년 전 직장 입사 첫날부터 퇴직 때까지를 되짚으며, 직장에서 있었던 좋고 나쁜 일들, 특히 혼났던 순간들이 많이 떠올랐습니다. 후배들이나 동료들, 그리고 함께 일했던 협력사들이 점점 나에게서 멀어져 가는 느낌이 들어 가장 힘들었습니다. 이런 상태가 두 달 넘게 이어졌던 것 같습니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가장 큰 고통은 첫 번째가 배우자의 죽음이고, 그다음이 퇴직이래요. 저는 운이 좋게도 2021년 3월 25일 책이 출간됐고, 퇴직 후 약 6개월 만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면서 다른 사람들보다 고통의 기간이 짧았습니다.
퇴직으로 인한 역할 상실감을 극복하기 위해, 나에게 주어진 하루를 주도적으로 온전히 나의 것으로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달리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이 하루의 리듬으로 자리 잡으면서 정신적으로 많이 나아졌습니다. 이렇게 하루를 쌓아 일주일, 한 달, 100일이 되자 몸에 리듬이 형성됐고, 그 리듬으로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 하루 6km 달리기, 30쪽 독서, 2000자 글쓰기 습관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 세 가지 활동을 100일 동안 이어가며 가장 힘들었던 순간과 보람된 순간은 언제였나요?
"하루를 온전히 나의 것으로 붙잡기 시작할 때 밀도 있게 채울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강력한 자극이 되는 운동은 '달리기'였어요. 처음에는 3km 달리고 3km 걷고 하다가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난 후에는 6km를 달렸어요.
그렇게 하면 내 몸이 깨어나요. 걷다가 달리다가 하면서 어떤 고통의 구간을 넘어가야지 내 몸에 러너스 하이(Runner's High, 달리기 통증의 고비를 넘기면 어느 순간 통증이 사라지고 기분이 아주 상쾌해지는 상태)가 나와서 내가 온전히 깨어났어요.
달리기로 몸이 깨어나고 에너지가 충만해지자, 독서를 통해 마음을 확장해 나갔습니다. 하루 30쪽 이상을 꾸준히 읽으며 '리더스 하이(Reader's High)'를 경험했고, 책의 내용이 머릿속에 생생하게 그려지며 내면의 정화와 확장이 일어났어요.
2000자 글쓰기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본받은 거예요. 그는 하루 10km 달리기, 2000자 이상 글을 썼다고 해요. 그를 따라 하며 반복해서 100일이 넘게 글을 쓰다 보니까 라이터스 하이(Writer's High)가 와서 실력이 점점 단단해졌어요.
이 세 가지 습관 중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시작 단계였습니다. 몸이 익숙해지기 전까지 단련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일주일이 가장 고비였고, 그 시기를 넘기자 점차 적응할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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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년 3월 27일 출간한 <달리고 읽고 쓰는 사람의 하이>. 그가 책 표지에 달리기를 넣은 이유는 모든 것의 기본이 몸이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몸을 만들지 않으면 기본이 무너지기에 움직이고 걷고 달리라고 한다. |
| ⓒ 정선용 |
- 솔직히 말해 '습관'은 누구나 압니다. 그런데 대부분 실패합니다. 교수님은 왜 끝까지 갔고, 다른 사람들은 왜 무너진다고 보십니까?
"대부분 실패하는 이유가 목표를 크게 가져가는 것, 또 완벽하게 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에요. 실패하지 않으려면 그냥 시작하세요. 달리기 하는데 새 운동화나 새 운동복이 꼭 필요한 건 아니에요. 그냥 집에 있는 신발 신고 평상복 입고 나가서 동네 몇 바퀴 뛰면 돼요.
뛰고 나면 책이 있는 책상에 그냥 앉으세요. 저는 책상을 거실에 뒀어요. 지나가다 앉아요. 근사하게 뭘 시작하려고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요. 글쓰기도 다른 사람들은 완벽하게 쓰려고 하는데 저는 처음에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막 써놔요. 그 후 몇 번 수정하면 돼요."
- 러너스 하이 · 리더스 하이 · 라이터스 하이, 세 가지 '하이'가 서로 연결된다고 하셨는데, 실제로 삶의 에너지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구체적인 경험을 들려주세요.
"달리기 하면서 가장 많이 바뀐 건 '집중도'입니다. 처음에 2시간 정도 글쓰기에 몰입하면 체력이 완전히 바닥나서 진이 빠져버렸거든요. 지금은 글쓰기를 3~4시간 해도 지치지 않아요.
퇴직 후 나이 들수록 몸의 에너지가 빠져나가는 게 가장 큰 문제라서 달리기로 제 몸에 에너지를 충전시켰고, 달리기는 내가 변화를 시작할 힘이 되어줬어요. 제가 맨 앞에 달리기를 넣은 이유가 모든 것의 기본이 몸이라서 그랬어요. 책 안 읽어도 괜찮아요. 글쓰기 안 해도 상관없어요. 그러나 몸을 만들지 않으면 기본이 무너져요.
또 제가 아내나 가족들, 예전에 직장에서 대화할 때 내 뜻대로 안 되면 버럭 화를 내는 일이 많았어요. 이 세 가지를 하고 난 다음에 바뀌었어요. 어떤 판단을 할 때 좀 더 심사숙고하게 되고, 또 현명한 행동을 할 수 있는 힘을 얻었어요."
"50대 이후에는 속도가 아니라 밀도"
- 50대 이후 삶을 의미 있게 설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원칙은 무엇인가요?
"50대 이후에는 '속도'를 버려야 해요. 20~40대까지는 속도를 올려서 빠르게 치고 나가야 하지만, 50대는 속도를 낮추고 좁게 깊게 파고 들어가야 해요. 속도가 아니라 '밀도'인 거죠. 서울에서 부산까지 KTX 타고 가면서 우리나라 산천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나요? 걸어가야죠. 그래야 보이고 느낄 수 있잖아요."
- 교수로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그 과정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제가 어릴 때 꿈이 대학교수였어요. 저희 아버지가 서울대학교에서 9급 행정직 공무원으로 일하셨어요. 교수님들의 권위에 눌려 있는 아버지를 보면서 나는 대학교수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었어요.
직장 퇴직 후에 대학교수까지는 아니더라도 박사학위 과정은 밟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연구했고, 글 쓰는 것도 교수처럼 학문을 연구하고 자기 삶을 기록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늘 있었기에 그게 힘이 돼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거예요.
제가 쓴 글들이 모여서 책이 됐잖아요. 책이 출간되니까 사람들이 작가님이라고 불러요. 마치 전문가를 부르듯이 하더라고요. 내가 전문가로서 한 단계 도약한 것처럼 느꼈고, 이후 박사학위를 받고 난 뒤에는 명함에 표기하고 사람들한테 얘기해 줄 때 벌써 달라요.
또 교수님이라는 호칭은 그게 직업이 되니까 그 모습 그대로 살게 되더라고요.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더라도 내가 가지고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 직장 생활 경력 등의 업적이 있었기에 늦은 나이지만 교수 임용이 가능하지 않았나 싶어요."
- '결심이 아니라 반복이 삶을 바꾼다'라는 메시지를 강조하셨습니다. 독자들이 오늘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작은 반복'의 예시를 하나만 추천해 주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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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선용 교수는 2024년 건국대학교 식품유통공학과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
| ⓒ 정선용 |
- 지금 무기력한 퇴직자나 중년 독자에게 "딱 하나만 오늘 당장 시작하라면" 무엇을 권하시겠습니까?
"아침에 일어나서 뛰세요. 뛰는 게 힘들면 일단 걸으세요. 자기가 정해놓은 시간에 무조건 나가서 걷고 뛰세요. 그거 이외에 지금 자기의 무기력한 삶을 바꿀 수 있는 건 없어요. 이번에 출간한 제 책이 나오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달리기 때문이에요. 달리기만으로는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가 없으니까 최소한 책 읽고 글쓰기까지 해서 삶 전체를 바꾸려고 한 거예요."
- 교수로서, 작가로서, 또 개인으로서 앞으로 10년의 삶을 어떤 방향으로 그리고 계신가요?
"좀 더 깊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깊어지는 사람. 깊다는 거는 풍부한 지식을 가진 것보다는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는 것이고 누구한테든 인생이란 무엇이라고 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는 정도의 의미가 있다고 봐요.
자꾸 위로 올라가려는 생각만 하면 행복하지 않을 것 같아요. 10년 후보다는 나에게 주어진 오늘 하루만 충실하겠다는 생각으로, 내가 지금 얘기하는 방향으로 10년 후에도 놓지 않고 걸어갔으면 해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와 다음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현재까지 총 68화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이전 인터뷰 기사가 궁금하시면 <퇴직 후 나는 다른 일을 한다> 책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2999879)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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