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에 빠진 찬송가, 목숨 건 예배 길… 500년 전 그들이 찾은 ‘진정한 예배’

김아영 2026. 4. 16.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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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4년 어느 주일 아침, 프랑스 파리.

재세례파를 제외한 가톨릭 루터교 개혁교회 성공회 등 대부분의 신앙 전통에서 주일 예배 출석은 종교적·정치적 권력에 의해 공동체 전체에 부과된 의무였다.

책 '종교개혁자들과 함께 드리는 예배'(대한기독교서회)의 저자인 커린 막 미국 칼빈대 교수는 세인트앤드루스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종교개혁 전문 연구자로, 방대한 1차 사료를 바탕으로 16세기 가톨릭 루터교 개혁교회 성공회 재세례파 등 다섯 신앙 전통의 실제 예배 현장을 복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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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책 ‘종교개혁자들과 함께 드리는 예배’
“기도가 믿음을 결정한다… 삶 전체를 관통하는 신앙의 엔진”
장 페리생이 그린 '파라디 성전'(1569~1570). 위키피디아

1604년 어느 주일 아침, 프랑스 파리. 위그노 학자 이삭 카소봉은 아내와 누이, 두 아들을 데리고 새벽 일찍 부두로 나섰다. 당시 프랑스의 개혁파 프로테스탄트였던 위그노들은 1598년 낭트 칙령으로 공식 용인된 존재였지만 사실상 환영받지 못하는 소수였다. 파리 5리그(약 10마일) 이내에서는 예배 자체가 금지되어 있었기에 카소봉 가족은 샤랑통의 개혁교회까지 배를 타고 가야 했다.

그러나 아침 7시에 부두에 도착했을 때 배는 이미 가득 차 있었다. 가족은 결국 강변을 터벅터벅 걷던 한 남자가 끄는 작고 물이 새는 배에 올라탔다. 아내는 부두를 떠나는 순간부터 시편을 노래하기 시작했다. 시편 91편을 마치고 92편 7절에 이르렀을 때 배는 뜻밖에 더 큰 배와 충돌했다. 물이 차오르며 가족 전체가 익사 위기에 처했다. 모두 구조됐지만 카소봉은 22년 전 아내에게 준 결혼 선물이었던 시편찬송가를 강물에 잃었다.

목숨을 건 예배 길이였다. 하지만 이것이 16세기 유럽의 현실이었다. 재세례파를 제외한 가톨릭 루터교 개혁교회 성공회 등 대부분의 신앙 전통에서 주일 예배 출석은 종교적·정치적 권력에 의해 공동체 전체에 부과된 의무였다. 어떤 이들은 신앙에 맞는 예배 공동체를 찾아 매주 정치적 경계를 넘어야 했고, 어떤 이들은 위험한 물길과 육로를 마다하지 않았다.

책 ‘종교개혁자들과 함께 드리는 예배’(대한기독교서회)의 저자인 커린 막 미국 칼빈대 교수는 세인트앤드루스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종교개혁 전문 연구자로, 방대한 1차 사료를 바탕으로 16세기 가톨릭 루터교 개혁교회 성공회 재세례파 등 다섯 신앙 전통의 실제 예배 현장을 복원한다.

총 8장으로 구성된 책은 예배의 전 과정을 시간 순서대로 따라간다. 집을 나서 교회당 문을 열고 들어오는 교회 가기부터, 예배 공간의 배치와 좌석 질서, 설교·기도·세례·성찬, 예배 안의 시각예술과 음악, 그리고 가정예배까지 독자는 500년 전 교인과 나란히 예배당 긴 의자에 앉아 있는 듯한 감각을 경험한다.

이 책은 ‘기도의 법칙이 믿음의 법칙을 결정한다(Lex orandi, Lex credendi)’는 메시지를 전한다. 우리가 매 주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예배 순서와 공간 배치, 심지어 신자가 앉는 방식조차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깊은 신학적 확신의 결과물이라는 뜻이다. 예배 형식은 단순한 의례적 껍데기가 아니라 공동체가 하나님을 어떻게 이해하고 신앙을 고백하는지를 담아내는 그릇임을 저자는 역설한다.

이 책의 흥미로운 지점은 종교개혁자들의 사상뿐 아니라 당시 성도들의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까지 가감 없이 드러낸다는 데 있다. 16세기 유럽 교회에서도 설교 시간에 꾸벅꾸벅 조는 교인들은 목회자들의 골칫거리였고, 더 좋은 상석을 차지하기 위해 예배당 안에서 벌어진 자리다툼은 오늘날의 교회 내 갈등과 묘하게 닮았다. 라틴어 미사에 소외되었던 평민들이 처음으로 모국어 찬송을 부르며 흘린 감격의 눈물, 그리고 성찬의 빵과 포도주를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를 두고 벌어진 치열한 논쟁 등은 당시 예배가 얼마나 역동적인 삶의 현장이었는지 보여준다.

이 책을 번역한 박경수 장로회신학대 총장은 “이 책은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많은 예배 관행들이 얼마나 치열한 고민과 논쟁 끝에 자리 잡았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겉으로는 취향 차이처럼 보이는 것들이 사실은 오랜 신학적 씨름의 결과라는 뜻이다. 예배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시대, 낡은 기록 속에 숨겨진 ‘오래된 나침반’은 오늘날 우리가 회복해야 할 진정한 예배가 무엇인지 가장 구체적이고 확실하게 일러준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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