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사로잡은 '개운산행' 열풍…등산용품 수요도 ‘쑥' [MZ템 연구소]

남가희 2026. 4. 16.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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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 트인다” 소문에 관악산 등 산행 인기
등산화·애슬레저 등 아웃도어 수요 증가
직접 체험해 보니 성취감·기분 전환 효과 확인
지난 11일 오전 9시 30분부터 '개운산행'을 위해 직접 아차산을 올랐다. 사진은 아차산 중턱에서 찍은 사진. ⓒ데일리안 남가희 기자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이른바 '개운산행(開運山行)'이 유행이다. 개운산행이란 운을 트이게 하기 위해 산에 오르는 행위를 뜻한다.

고물가·저성장과 취업난 등 불확실한 상황에 지친 청년들이 ‘기운’, ‘운’ 등에 기대 위안을 얻으려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유행은 한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역술가가 관악산의 기운을 언급하며 “운이 풀리지 않으면 관악산 연주대에 가보라”고 조언한 이후 SNS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며 시작됐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개운산행' 관련 콘텐츠. 32만건이 넘는 게시물이 검색되고 있다. ⓒ인스타그램 캡쳐

실제 역술가가 언급한 관악산은 주말마다 ‘오픈런’이 이어질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관악산’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4월 15일 기준 32만 건이 넘는 게시물이 확인될 정도로 열기가 확산된 모습이다.

최근에는 산마다 얻을 수 있는 ‘운’을 정리한 콘텐츠까지 등장했다. 관악산은 취업운, 아차산은 새로운 시작과 연애운, 북한산은 사업운 등으로 구분되며 하나의 놀이 문화처럼 소비되고 있다.

이 같은 '개운산행' 유행은 관련 상품 소비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그재그에 따르면, 최근 한 달(3월14일~4월13일)간 '등산' 관련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했다. '등산복'(33%), '애슬레저'(236%), '등산가방'(46%), '등산화'(61%) 등 등산 관련 패션 제품 검색량도 일제히 늘었다.

검색량 증가는 실제 거래액 성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등산' 관련 상품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으며, '등산복' 거래액은 138%, '애슬레저' 거래액은 286%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분위기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기자도 직접 새 등산화를 신고 '개운산행'에 나서봤다. 등산화는 네파의 ‘휘슬라이저 맥스 고어텍스’를 착용했다.

초보자에게 난도가 높은 관악산 대신, 비교적 완만해 접근성이 좋은 아차산을 택했다. 아차산이 새로운 시작과 연애운을 상징하는 산으로 알려진 만큼, 솔로인 친구들과 함께 등반에 나섰다.

그렇게 지난 11일 오전 9시 30분경 아차산역 앞에 모였다. 주말 아침임에도 산행을 위해 이곳을 찾은 이들로 역 앞은 이른 시간부터 북적였다.

50대 이상 등 중장년층이 주를 이룰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등산복을 갖춰 입고 또래를 기다리는 20~30대의 모습도 쉽게 눈에 띄었다. 실제로 기자가 동행을 기다리던 약 15분 동안 20여 명의 2030 세대가 연이어 지나갔다.

친구를 만나 산행을 시작하기 위해 아차산 입구로 향했다. 평소 스스로를 ‘평지인간’이라 부를 정도로 등산을 즐기지 않는 편이지만, 막상 산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자 기분이 한층 가벼워졌다. 주변 풍경을 통해 봄기운도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기자는 입구에서 고구려정을 거쳐 정상까지 향하는 루트로 산행을 감행했다. ⓒ데일리안 남가희 기자

기자는 입구에서 고구려정을 거쳐 정상까지 향하는 루트로 산행을 감행했다. 물론 끊임없이 이어지는 오르막길에 후회의 시간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한 발 한 발 오르다 보니 어느덧 고구려정에 가까워졌고, 시야가 트이기 시작하자 힘들었던 순간도 금세 잊혔다.

고구려정에 올라 잠시 숨을 고르며 주변을 둘러봤다. 시선을 옮기자 또래 방문객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기자처럼 오랜만에 친구들과 산행에 나선 이들부터, 공통된 취미를 가진 동호회 단위로 산을 찾은 사람들, 운동을 위해 빠르게 오르막을 오르는 이들까지 다양한 모습이 공존했다.

이들의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자극을 받았다. '나 역시 힘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시 정상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기자는 네파 ‘휘슬라이저 맥스 고어텍스’를 신고 등산을 진행했다. 아차산 특유의 바위 구간을 지나며 등산 관련 제품 수요가 많아진 이유를 체감할 수 있었다. ⓒ데일리안 남가희 기자

다만 전날 내린 비로 일부 구간은 땅이 젖어 있었고, 아차산 특유의 바위 구간도 곳곳에 이어졌다. 준비 없이 방문했다면 다소 부담을 느꼈을 법한 구간이었다.

이 과정에서 등산 관련 제품의 수요가 증가하는 이유를 체감할 수 있었다. 네파 ‘휘슬라이저 맥스 고어텍스’를 착용한 상태에서 상당히 경사진 바위 구간을 올랐음에도, 접지력이 안정적으로 확보돼 미끄러짐 없이 산행을 이어갈 수 있었다.

또한 기자의 경우 얼마 전 발목을 크게 접질려 인대가 늘어난 이후 발목이 불안정한 상태였지만, 신발이 발목부터 발바닥까지 단단히 지지해줘 무리 없이 산행을 이어갈 수 있었다. 신발도 300g대로 비교적 가벼워 발걸음 역시 한층 수월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20·30세대의 경우 아웃도어 활동임에도 복장에 신경을 쓴 모습도 두드러졌다. 기능성은 물론 스타일을 함께 고려한 애슬레저 차림이 주를 이루며, 산행에서도 ‘보여지는 요소’를 중시하는 최근 흐름이 반영된 것으로 보였다.

기자 역시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디자인적인 요소를 고려한 등산룩을 착용했다. 기능성 뿐 아니라 스타일을 갖춘 복장을 갖춰 입은 것 만으로도 기분 전환 효과를 느낄 수 있었고, 산행에 대한 부담감 역시 한층 덜어지는 느낌이었다. 등산화 역시 전체 복장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착용 만족도를 높였다.

아차산 중턱에서 돌탑을 쌓으며 '개운산행'의 의미를 되새겨 봤다. ⓒ데일리안 남가희 기자

정상에 도착하자 이미 많은 방문객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일부는 인증 사진을 남기거나 소원을 비는 모습이었고, 또 다른 이들은 돗자리를 펴고 간단한 음식을 즐기며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탁 트인 도심 풍경을 배경으로 삼삼오오 사진을 찍는 모습도 이어졌다.

기자 역시 잠시 숨을 고르며 주변을 바라봤다.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없었지만, 산을 오르는 과정에서 느낀 개운함과 성취감은 분명했다.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 함께 산행을 동행한 직장인 최인혁(33·가명)씨에게 "연애운이 올라간 것 같냐"고 물었다. 돌아오는 답변은 "무슨 소리냐. 과거 썸녀와 멀어진 계기가 된 장소인데"였다.

그의 말처럼 이 산행이 실제로 ‘운’을 바꿔주는지 여부는 확인하기 어려웠다. 다만 산에 올라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스스로의 힘으로 정상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얻는 성취감은 분명했다. 또한 활기차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동기부여를 받는 느낌도 들었다.

산행을 마친 뒤 내려와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소소한 순간 역시 일상에 작은 활력을 더하는 요소로 다가왔다.

관악산 정상 가는 길. ⓒ데일리안 남가희 기자

이처럼 직접 ‘개운산행’을 체험해보니, 취업난과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불안을 해소하려는 청년들의 방식이 비교적 건강하고 건전한 선택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다가왔다.

한 지인은 “운이라는 것도 결국 밖으로 나와 움직일 때 기회가 생기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렇게라도 밖으로 나와 무언가를 해보는 것 자체가 이미 변화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각자의 이유로 발걸음을 옮기는 이 과정 자체가 또 다른 기회를 만들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개운산행’은 보이지 않는 운을 바꾸기 위한 시도라기보다,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가려는 작은 실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산행을 통해 한 걸음씩 내딛는 청년들의 작은 움직임이 눈앞의 난관을 넘어서는 힘으로 이어지길 바라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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