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안 플라자] 대통령의 한 줄, 국정은 얼마나 흔들리는가 - 풍선 리더십을 경계하며
소통의 아닌 왜곡의 물살로 변져
대통령이 가볍게 던진 한 문장
국정은 풍선이 아냐…방향 잃어

인터넷을 정보의 바다라 부른다.
다만 그 바다 위에는 쓰레기가 엄청 떠있다.
정보는 넘쳐나지만 그만큼 걸러내야 할 것도 많다. 속도는 빨라졌고, 책임은 가벼워졌다.
특히 정치가 SNS라는 파도를 타기 시작하면서, 이 바다는 소통의 공간이 아닌 선동과 왜곡의 물살로 변질되고 있다.
SNS는 정치의 문턱을 낮췄다. 누구나 말하고, 누구나 퍼뜨린다. 그리고 열광한다.
말은 쉬워졌지만, 그 말이 감당해야 할 무게는 사라졌다.
정치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는다. 짧게, 강하게, 그리고 감정적으로 던질 뿐이다.
이미 여러 연구가 지적했듯, SNS는 정보의 양을 늘렸지만 이해의 깊이를 만들지 못한다.
사람들은 사실보다 '내 편'을 선택하고, 판단보다 '반응'을 앞세운다.
결국 SNS 정치란 설득이 아니라 '주입'에 가깝다.
이것이 바로 '풍선형 리더십'이다.
가볍게 떠오르지만, 방향은 바람에 맡겨진다.
우려는 이것이 국정의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SNS는 그 단면을 보여준다. 국가적 사안이 숙의의 결과가 아니라 게시물의 형태로 먼저 등장한다.
이스라엘을 둘러싼 논쟁이 그랬다.
대통령은 SNS를 통해 이스라엘의 인권 문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후 이스라엘 측이 즉각 반박에 나섰다.
이에 다시 재반박이 이어지며 논쟁은 단순한 의견 표명을 넘어 외교적 긴장으로 번졌다.
외교적 사안에 대한 판단과 가치 규정, 그리고 국내 정치적 메시지가 한 공간에서 동시에 발화된 것이다.
외교가 조율이 아니라 게시물에서 시작되는 구조다.
외교는 단어 하나가 관계를 만들기도 하고 균형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대통령이 가볍게 던진 한 문장은, 국가가 무겁게 감당해야 한다.
국정은 풍선이 아니다.
가볍게 띄우면 멀리 가는 것이 아니라, 방향을 잃는다.
국내 정책도 다르지 않다.
SNS에서 던져지고 곧바로 정책 논쟁으로 번진다.
'설탕세'라는 복잡한 조세·보건 정책이 단 한 문장으로 시작됐고, 부동산, 생리대, 교복 등 주요 정책 역시 던져진 메시지를 따라 사회가 반응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정책은 설명되기 전에 소비되고 있는 것이다.
외교에서는 그 위험이 더 선명하다.
캄보디아 범죄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은 메시지를 SNS에 올렸다.
"한국인을 건들면 패가망신한다"며 현지어(크메르어)로 말이다.
'사이다'를 염두에 둔 의도는 분명했겠지만 결과는 달랐다. 캄보디아 정부는 즉각 항의했고 외교적 파장이 뒤따랐다.
게시물은 삭제됐지만, 외교는 삭제되지 않는다.
대통령의 SNS는 개인의 의견이 아니다.
일반인의 글은 견해로 남지만, 대통령의 문장은 권력의 입장으로 읽힌다.
이 무게의 차이를 잊을 때, 국정은 전략이 아니라 순간에 흔들린다.
이 대통령이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반복되는 SNS 정치는, 가벼움으로 읽힌다.
대통령이 곧 국가라는 사실을 망각한 것은 아닌지 묻게 된다.
우리에게 직면한 '현재'가 얼마나 특수한가?
굳이 '보편적 가치' 논쟁을 꺼낼 여유가 없다. 보편적으로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보편적인 건 보편 사람들 사이의 논쟁으로 맡기면 된다.
대통령은 보편적 가치가 아니라,
특수한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이익을 위해 묘수를 찾는 자리다.
그래서 그 판단은 더 신중해야 하고, 더 정교해야 한다.
보편적 대처로는 특별한 돌파구를 찾을 수 없다.
필자는 보편적 가치를 중시하는 대통령으로서 북한이나 중국 등의 인권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것은
특수한 원려(遠慮)가 있기 때문이라 여겼다.
이번 이스라엘 관련도 보편적 상식에 대한 표명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이면에는 말 못 할 국제 정세에 대한 고도의 전략이 숨어 있다고 믿고 싶다.
왜냐하면 대통령이란 대한민국의 운명을 짊어진 특별한 존재로서,
굳이 느긋하고 한가하게 보편적 가치 운운할 시간이 없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이스라엘 논란 재반박과정에서 '사익과 공익'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보편적으로 지당한 말씀이었다.
우리 국민은 권력이 사익을 위해 사용되는 순간을 비판하고 저항해 왔다.
그렇다면 지금, '사익괴 공익'에 대한 권력의 기준은 어디에 서 있는가.
굳이 사법, 인사, 정책을 둘러싼 여러 논란을 열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그것이 공익인가, 사익인가? 아니면 계산된 정치인가?
만약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권력의 공익은 숏폼과 짤의 수준으로 축소된다.
SNS 국정은 빠르고, 짧고, 그리고 얕다.
메시지가 먼저 나오고 현실이 뒤따른다.
민주주의는 느린 시스템이다. 충돌하고 숙의한 끝에 결론에 이른다.
그러나 SNS는 기다리지 않는다. 반응을 요구하고 즉시 소비한다.
국정은 찰나의 순발력으로 이뤄가는 퍼포먼스가 아니다.
권력의 손가락 끝에 실린 무게는, 국가의 운명이다.
삭제할 수 없는 문장의 국정운영은 난망인가.
- 이 글은 필자의 보편적 상식에 의해 쓰여졌음을 밝힌다.

글/ 정상환 한경국립대 객원교수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데일리안 플라자] 국민의힘, 차라리 '멋지게 질' 용기는 없는가
- [데일리안 플라자]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 깨진 그릇 붙여도 금은 남는다
- [데일리안 플라자] BTS·케데헌 'K의 세계화'…K의 여전한 '4류 정치'로 괜찮은가
- [데일리안 플라자] 선화공주님은 행복했을까?
- [데일리안 플라자] 내란 청산 1년
- [데일리안 플라자] 대통령의 한 줄, 국정은 얼마나 흔들리는가 - 풍선 리더십을 경계하며
- 자국민의 인권은 아랑곳없는 괴물권력, 이란 혁명수비대
- '방미' 장동혁 "미국 NSC·국무부와 회담…지선에도 영향 미칠 것"
- 헤다에서 바냐로…‘아재’vs‘삼촌’, 고전의 정면승부가 불러온 연극적 시너지
- 잠실 지배한 ‘사직 스쿠발’…좌완 갈증 풀어낸 롯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