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 형해화 vs 경영권 방어…국내 논쟁에 해외 투자자 '헛웃음'
'통제적 관점'과 '대응적 관점' 정면충돌
ICGN 측, 거버넌스 본질적 목적 강조
"단순히 법 준수 문제인지 묻고 싶다"

3차례에 걸친 상법 개정 이후 처음으로 열린 주주총회 시즌이 마무리된 가운데 개선과제를 두고 다양한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법 개정 속도전으로 상장회사들이 불확실성 대응 차원에서 정관 변경 등을 통해 경영권 방어에 주력하자 "상법 개정 취지가 형해화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법 개정으로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통제적 관점'과 경영권 방어에 주력하겠다는 '대응적 관점'이 정면충돌하자, 해외 기관투자자들은 헛웃음을 내뱉었다.
거버넌스 개선으로 기업과 주주가 윈윈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지만, '공통된 목표'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동섭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실장은 15일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K-자본시장특별위원회·국제기업지배구조네트워크(ICGN)·고려대학교 기업지배구조연구소(AICG)가 공동 주최한 '글로벌 기관투자자 라운드테이블'에서 최근 국내 상장사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상법 개정 취지 형해화 의도가 포착됐다고 평가했다.
이 실장은 "이사 임기와 관련해 '3년'을 '3년 이내'로 바꿔 '시차 임기제'를 만들 수도 있는 정관 개정안이 주총에 올라왔다"며 "'상법 개정 취지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려는 것 아니냐'는 입장에 따라 국민연금이 반대 입장을 냈다"고 말했다.
시차 임기제가 현실화할 경우, 집중투표제를 통한 소수주주의 이사 선임 영향력을 약화시킬 수 있어 상법 개정 취지에 반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실장은 경영상 목적으로 자사주 보유·처분 근거를 신설하는 정관 안건이 주총에서 통과된 것도 문제 소지가 있다고 짚었다.
정관을 변경해 두면, 매년 자사주 보유·처분 승인 계획서를 '결의'로 처리할 수 있어 사실상 최대주주 마음대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 취지와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이 실장은 "최대주주 지분율이 평균 43% 정도 된다"며 "주총 참여율이 60% 정도이니 최대 주주 지분율이 40% 언저리만 되면, 최대주주 마음대로 자사주를 보유하거나 처분할 수 있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자사주) 관련 정관 변경에 (국민연금이) 모두 반대했음에도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가결됐다"며 "내년부터 상법 취지는 다 형해화됐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상법 개정 피하는 꼼수?
경영권 유지 의지 반영"
기업들은 상법 개정에 따라 경영권이 위협받을 소지가 있는 만큼, 대응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김춘 한국상장사협의회 정책본부장은 "주주총회가 투자자들이, 주주들이 보기에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실질적 상법 개정 시행은 내년부터다. 올해는 준비 과정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상법 개정을 피하는 꼼수'라고 표현하는데 물론 그 의도가 있는 것"이라며 "그 의도는 당연히 회사 입장보다는 지배주주 입장에서 기업 경영권을 유지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영권이 쉽게 바뀌는 형태가 기업 경영에, 주주에게 적절한 것인지 판단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그는 시차 임기제가 상법 개정 취지에 반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프랑스와 호주에선 공식적으로 적절하다며 권유하는 경우도 있다"고 반박했다.
해외 기관 투자자의 '일침'
"서로 소송하는 것이
거버넌스 목표 아냐"
이날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한 해외 기관 투자자들은 국내 이해관계자들의 논쟁에 헛웃음을 지었다. 일부 인사는 고개를 젓기까지 했다.
밸리 기포드(Ballie Gifford) 소속으로 ICGN에서 거버넌스·지속가능성 분야 이사를 맡고 있는 마리안느 하퍼 고우(Marianne Harper Gow)는 "단순한 법 준수의 문제인지 포부의 문제인지 묻고 싶다"며 "이사회나 경영진으로 하여금 우리가 왜 이런 것을 요구하는지 이해하게끔 하는 것이 목표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거버넌스 개선의 본질적 목적을 망각한 채 상법 준수 여부로 논의 초점이 함몰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젠 시슨(Jen Sisson) ICGN 최고경영자(CEO)도 "거버넌스의 목표는 서로 소송하는 것이 아니다"며 "사고방식의 변화, (거버넌스가) 일반적 관행으로 받아들여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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