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반복되는 폐현수막 논란, 갈 길 먼 자원순환 인프라 [6.3 지방선거, 현수막 필요악인가 上]

6.3 지방선거가 두 달이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선거철 어김없이 등장하는 홍보 현수막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쓰레기 발생, 소각·매립에 따른 환경오염 문제가 매해 지적돼 사용 감축 및 자원순환 인프라 마련이 시급하지만, 현실적 제약이 많아 갈 길이 먼 상태다.
16일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직전 2022년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폐현수막은 약 1557톤(t)으로, 장당 1.5kg를 가정하면 100만장을 훌쩍 뛰어넘는 무게다. 2020년 총선 1739톤, 2022년 대선 1110톤, 2024년 총선 1235톤 등 매 선거철마다 1000톤 이상의 폐현수막이 발생해 왔다.
지난해 총 폐현수막이 약 5000톤에 가까웠던 점을 고려하면, 전국 단위의 지방선거가 있는 올해 총 폐현수막은 약 6500톤~7000톤 사이 규모로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선거철 현수막은 정치 선전 및 홍보를 위해 대량으로 제작됐다가 단기간에 버려지는 대표적인 자원낭비로 그간 지목받아 왔다. 특히 현재 수도권매립지가 포화 상태인 가운데 대량의 쓰레기 발생뿐만 아니라 환경오염 문제 또한 동반한다.
현수막은 석유화학 기초원료 ‘나프타’를 기원으로 하는 폴리에스테르 섬유와 합성수지 코팅(PVC, 폴리염화비닐 등)으로 구성돼 있다. 현수막 자체에 코팅과 더불어 잉크가 칠해져 있어 순수한 플라스틱 원료로 돌리기 힘들뿐만 아니라 수거·세척 등 부수적 절차까지 더해 경제성 문제도 뒤따른다.
때문에 폐현수막의 재활용률은 30% 안팎(기후에너지환경부 자료)에 그치는 실정이다. 이마저도 원료 상태로 돌리는 ‘화학적 재활용’ 또는 ‘리사이클링’보다는, 생활소품 등 형태를 변형해 사용하는 ‘업사이클링’이 대부분이다.
나머지 폐현수막의 70%가량은 소각·매립되는데, 플라스틱·코팅제·잉크 등이 연소되는 과정에서 다이옥신 등 발암물질과, 미세먼지, 염화수소 등이 발생한다. 현수막 한 장(약 1kg)을 소각할 때 약 4~5kg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해 탄소배출에도 취약하다.
우리나라는 주요 기업을 중심으로 화학적 재활용 기술력은 이미 확보, 상용화 단계에 성공한 상태다. 섬유산업을 기반으로 고부가가치(스페셜티) 소재를 양산하고 있는 SK케미칼은 2024년 군산시를 시작으로 지난해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5개 지자체(세종·청주시·창원시·나주시·강릉)와 ‘폐현수막 재활용 상생, 순환 이용 촉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 약 10~20톤의 재활용 시범사업을 마치고 수거·공급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에는 서울도시금속회수센터(SR센터)를 통해 수거 거점을 마련, 올해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폐현수막 재활용률을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SK케미칼 관계자는 “당사 화학적 재활용 기술(해중합)은 폐플라스틱을 파쇄·용융해 만드는 기계적 재활용과는 달리 플라스틱을 분자단위까지 분해하는 기술”이라며 “특히 폐현수막에는 색감이 들어가 있어 기계적 재활용이 어려운 만큼, 분자단위로 분해해 원료로 되돌리는 게 재생산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올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폐현수막 발생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특히 단순 시범사업을 넘어 참여 지자체 수가 확대되더라도 즉각 대응이 가능한 재활용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선거 현수막을 자원으로 재활용하는 구조가 정착될 경우, 탄소배출 및 폐기물 저감에 큰 도움을 줄 수 있기에 폐현수막 재활용 활성화 및 활용을 위한 정책적 지원 확대 또한 필요하다”고 짚었다.
다만 이러한 인프라가 중소 등 생태계 전반으로까지 자리 잡기에는 현실적 한계도 존재한다. 경북에서 자원순환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우선 기술적으로 중소업체가 화학적 재활용 기술·장비를 도입할 여력이 되지 않아 업사이클링으로 재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직 시장가치로서 높게 평가받기가 쉽지 않다”며 “폐현수막을 비롯해 폐자원을 수거·선별·운반하는 비용뿐만 아니라, 지자체별로도 선별 등 기준이 상이해 원료 수급의 안정성 문제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진수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는 “여러 선결과제들이 있지만 우선적으로, 폐자원을 활용 가능한 자원으로 인식하고 법적 지위를 향상하는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또, 부처 간 정책 조율을 위한 다부처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자원순환으로 생산된 제품의 공공조달을 확대하는 방안이 도입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동시에 중견·중소 생태계 확대를 위해 중소 순환경제 전용 금융상품 및 보증제도를 확대하고, 지역 순환경제 거점 육성을 위해 지자체 차원에서 순환경제 센터를 구축해 생태계 조성에 기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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