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마운자로 처방 1128% 폭증…정상체중도 ‘성지’ 찾는다

비만치료제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 월간 처방 건수가 처음으로 20만 건을 넘어섰다. 정상체중까지 약을 찾는 미용 수요가 몰리면서 정작 치료가 필요한 취약계층 비만 환자들이 약을 제때 쓰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15일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국내 마운자로 처방 건수는 22만8199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8월 국내 출시 이후 월간 기준 가장 많은 수치다. 출시 첫 달인 지난해 8월 1만8579건과 비교하면 1128% 늘었다.
약값을 30만원으로 가정하면 한 달 판매 규모는 약 685억원에 달한다. 의료계에서는 “지난해 단일 제제 약물 연 매출 최대치가 777억원 수준이었는데, 마운자로는 한 달에만 이 정도면 어마어마한 수준”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마운자로의 올해 1분기 처방은 58만2945건으로 집계됐다. 출시 이후 지난 3월까지 8개월간 누적 처방은 97만7310건에 이른다. 다른 비만치료제인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의 지난해부터 올해 1분기까지 처방 104만5360건을 합치면 두 약제의 누적 처방 규모는 200만 건을 넘었다.
문제는 이들 약의 처방이 치료 필요성이 큰 비만 환자뿐 아니라 미용 목적 수요까지 빨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비만치료제는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이거나 합병증을 동반한 BMI 27 이상 환자에게만 처방해야 한다. 하지만 현장에선 불필요한 정상 체중인 이들에게 처방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에서 처방이 가장 많은 곳은 서울 종로구(마운자로 10.2%, 위고비 16.8%)였다. 온라인에서 이른바 ‘마운자로·위고비 성지’로 알려진 의원들이 몰린 곳이다. 지하철 1호선 종로5가역을 중심으로 의원과 대형 약국이 밀집해 있다. 가격 경쟁이 치열해 약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처방도 쉽게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특히 마운자로와 위고비는 먹는 약이 아닌 주사제라서 병원 내에서 바로 살 수 있어 처방전을 잘 내주는 의원에 수요가 집중되는 양상이다.
이날 찾은 종로구의 한 '성지' 의원에는 20~30대 여성 환자들이 끊임없이 드나들어 대기실에 빈자리가 없었다. 이들 가운데 겉보기에 과체중이나 비만으로 보이는 이는 많지 않았다. 진료를 마친 여성들은 곧장 안내 데스크로 향했고, 직원은 데스크 옆 쇼케이스형 냉장고에서 마운자로 상자를 꺼내 건넸다.
이 의원에서 만난 한 30대 여성은 “식욕이 잡히지 않는다고 말하면 처방받을 수 있다”고 했다. 수요가 폭발하면서 품귀 현상도 벌어진다. 병원 관계자는 “가장 낮은 용량인 2.5㎎은 품절 상태”라고 말했다.
과열 조짐이 커지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마운자로와 위고비를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행정예고와 규제심사 등 고시 절차를 거쳐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되면 제품 포장에 경고 문구가 삽입되고, 의약분업 예외 지역에서도 의사 처방이 있어야 약을 구매할 수 있다. 다만 의료계에서는 이 정도의 규제로는 폭증하는 수요를 억제하기 역부족일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수요 급증의 여파로 정작 치료가 필요한 비만 환자들의 접근성이 낮아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오상우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처방이 필요한 고도비만 환자들은 약값 부담 때문에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장애인이나 소아·청소년 등 취약계층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작용 우려도 적지 않다. 서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마운자로와 위고비 관련 이상 사례 보고는 1017건이었다. 담석증이나 췌장염 등 부작용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된다. 서울 강남구의 한 가정의학과 원장은 “최근 마운자로 부작용으로 추정되는 환자들이 위장약을 타러 오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서미화 의원은 “비만치료제는 미용 목적이 아닌 질병 치료를 위한 약”이라며 “처방이 남용되면 비만 환자들에게 약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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