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외출장 자제령의 역설…지자체들 위약금만 수천만원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에너지 수급 위기에 대응해 국외 출장을 자제하라는 정부 지침에 각 지방자치단체가 많게는 수천만 원씩 출장 취소 위약금을 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항공권은 이미 발권한 경우에만 취소 수수료를 부과하는데도 ‘보여주기식 행정’으로 또 다른 비용을 감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안부, ‘에너지 절약’ 공문 배포
15일 중앙일보가 확인한 행안부의 ‘에너지절약 관련 복무관리 사항 안내’ 공문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일 공공부문의 선도적 에너지절약 시행을 위해 국외 출장 등 일정을 조정하라고 243개 지자체와 지방의회(17개 광역·226개 기초)에 전파했다. 불가피한 국외출장은 복수 과제를 통합하거나 체류 기간을 최소화하고 시찰성 출장 등 비긴급 사업은 일정을 조정하라는 내용이다. 온라인 프로그램으로 대체하라는 내용도 담겼다.
이에 각 지자체는 국외 출장을 자제 내지 취소해야 한다고 공지했다. 수도권 지자체 곳곳도 행안부 공문을 근거로 국외 출장을 연기했다. 서울 송파구는 공무 국외 출장 20여건을 잠정 연기했고, 서초구는 공무원 61명에게서 정책 벤치마킹 국외 출장 신청을 받았지만, 잠정 연기했다. 송파구 관계자는 “시찰성 출장은 자원안보 경계 단계가 내려갈 때까지 미루기로 했다”며 “일부 취소 수수료는 공무상 부득이한 경우로 판단되기 때문에 구청 자체적으로 부담하기로 했다”고 했다.

경기도 지자체들도 적게는 10건에서 많게는 50건에 달하는 국외 출장을 취소·연기했다. 수원시는 행안부 공문에 따라 상반기 중 예정된 공무국외 출장을 전면 취소한다는 자체 공문을 생산, 취소수수료가 발생하는 경우 공무원 여비 규정에 따라 수수료를 지급한다고 안내하며 시찰성 출장 10여건을 취소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위약금은 출장 건당 수십만원 선”이라며 “정부 방침에 따라 시찰성 출장과 비긴급 사업을 조정한 것”이라고 했다.
경기남부의 한 지자체는 오는 23일 출국하는 항공편과 현지 숙소 등을 전부 취소하면서 미리 지불한 400여만원을 몽땅 위약금으로 내게 됐다고 한다. 용인시도 위약금 2800만원을 물고 42건을 취소하기로 했다. 30년 장기 재직 모범공무원 연수는 올해 퇴직해야 하는 공무원에 한해 정상 추진하기로 했다.
“외유성도 아닌데…수수료까지 내고 취소하나”
문제는 항공권의 경우 발권한 경우에만 취소 수수료가 부과된다는 점이다. 공직사회 내부에선 “외유성도 아니고 예정된 출장인데, 수수료 내고 취소한다고 해서 비행기가 안 뜨냐”며 “보여주기 행정의 표본”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게다가 행안부 공문은 향후 자원안보위기 경보 해제할 때까지 국외 출장을 자제하라는 수위인데, 일부 지자체가 전면 취소를 공지해 ‘중앙정부에 충성 경쟁하느냐’는 비난 여론도 일고 있다.
국적 항공사인 대한항공의 항공권 환불 규정을 보면, 출발일 기준 90일 전부터 위약금을 문다. 단거리(일본·중국·홍콩 등)와 중거리(동남아 등), 장거리(미주·유럽 등)로 나뉘고 예약등급(플렉스, 스탠다드. 세이버)에 따라 적게는 1인당 3만원에서 30만원이 부과된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이미 발권한 항공권을 위약금 내고 취소하는 건 세금 낭비”라며 “항공권은 위약금이 적은 편이고 현지에 미리 지불한 경비와 위약금이 훨씬 더 클 것”이라고 했다.
손성배·오삼권·김예정 기자 son.sung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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