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에 먹고 복사꽃에 멈춰라…치명적 미식, 복요리 최고맛집
■ 송원섭의 식판
「 우리 주변에서 사라지면 안 될 식당들을 소개하려 합니다. 당장 머리에 떠오르는 좋은 식당의 미덕이라면 맛있고, 가격이 합리적이고, 친절하고, 깔끔한 곳이어야겠죠. 물론 이 모든 것을 다 갖춘 식당은 점점 찾기 어려워지고 있지만, 아직도 도시의 깊은 골목 어딘가에는 여전히 손님들을 놀라게 하는 식당들이 있습니다. 오늘도 그런 곳들을 찾아 여행을 떠납니다. 누군가 “나는 그런 거 안 먹어” 할 때 “네가 잘하는 집을 안 가봐서 그래”라고 말할 수 있도록.
참, ‘식판’이란 말은 학교나 군대, 구내식당의 식판처럼 먹을 것을 쌓아놓는 판이라고 읽어도 좋지만, 굳이 거기에 의미를 추가하자면 식판(食判), 먹을 것(食)을 판단한다(判)는 뜻입니다.
그럼, 여기서부터 더중앙플러스 [송원섭의 식판]의 일곱 번째 식당을 소개합니다.
」

세종 6년인 1424년 12월, 묘한 살인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전라도 정읍에 정을손이라는 사람이 사위에게 살해당한 사건입니다. 성격이 좀 포악했던 정을손이 같이 살던 딸과 사위를 마구 때리며 내쫓으려 하자 사위가 정을손이 먹는 국에 하돈(河豚)의 독을 타서 죽인 것입니다.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이 하돈은 바로 복어를 가리키는 한자 이름입니다. 이 사건 기록은 이때 이미 복어에는 사람을 죽이는 독이 있다는 걸 사람들이 알고 있었고, 그런데도 복어는 식용으로 쓰였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조선시대 지식인 사이에서 복어는 일종의 기피 음식이었습니다. 수많은 선비가 “도대체 왜 복어 같은 것을 먹느냐”고 경계했거든요. 실학자 이덕무는 “대체 삼각산 백운대는 왜 올라가고, 복어는 왜 먹는 거냐(준비 없이 험한 산에 오르다 떨어져 죽는 것이나, 맛있다고 복어를 먹다가 죽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뜻)”라고 한탄했습니다.
19세기의 유학자 이규경은 “조상의 가르침 때문에 정승이 초대해서 복어를 대접하는데도 나는 먹지 않았다. 아무리 맛있는 것이라 해도 순간의 욕망 때문에 생명을 거는 것은 선비의 태도가 아니다”라고 꾸짖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말들이 많다는 것은 실제로 복어를 먹다 변을 당한 사람이 적지 않았다는 얘기겠죠.

복어의 독인 테트로도톡신은 치사량이 0.5mg 정도라 복어 한 마리에서 30명까지도 죽일 수 있는 독이 나옵니다. 제가 아는 복요리 전문점 사장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런데도 그걸 못 먹어서 난리였다니, 얼마나 맛있으면 그랬겠어요.” 솔직히 말하면 그냥 먹는 정도가 아니라 복어의 맛에 대해 극찬한 사람이 복어를 먹지 말라고 경고한 사람보다 더 많습니다.
중국 송나라 때의 문인 소동파는 복어의 맛을 ‘일찍이 한 번 죽는 것과 바꿀 만한 맛(値那一死)’이라고 극찬했습니다. 또 오래전부터 중국 미식가들은 복어의 이리(수컷에만 있는 정소)를 서자유(西子乳)라 부르며 최고의 음식 대접을 했죠. 서자유란 중국 역사상의 4대 미녀 중 하나로 꼽히는 서시의 젖과 같다는 뜻입니다.
다행히 과학기술이 발달해 요즘은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안전하게 복어를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복어를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철은 언제일까요. 전해지는 말로는 “임진강에 벚꽃이 필 무렵이 가장 좋다”고도 하는데, 한편으로는 정반대로 “복사꽃이 피면 복어를 먹지 말아야 한다”라고도 합니다. 대체 어떤 말이 맞는 말일까요. 제가 아는 복요리 전문점 중 최고라고 생각하는 식당에 가서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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