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은 글로벌 기업도 떨게 한다

이수정, 김수민 2026. 4. 16.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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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시장 핵심 거점으로 주목받던 한국의 투자 매력도가 주춤하고 있다.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이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따른 불확실성을 최대 리스크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15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암참)는 ‘2026년 국내 경영환경 설문조사’에서 한국의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 선호도가 3위로 집계됐다고 15일 밝혔다. 한국은 그동안 싱가포르(1위)에 이어 4년 연속 2위를 지켰지만, 이번 조사에서 홍콩(2위)에 밀렸다. 암참은 “글로벌 기업들은 한국을 안정적인 시장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규제와 노동 제도를 중심으로 한 구조적 제약이 경쟁력을 제한하고 있다는 인식이 뚜렷하게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경영상 최대 어려움으로 꼽은 제약 요인은 ‘노동 정책과 노동시장 유연성’이었다. 응답자의 무려 71%가 이 점을 지목했는데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이 대답이 9.4%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새 부정적 인식이 급증한 것이다.

재계에서는 이런 인식의 변화 원인으로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한 노란봉투법을 꼽는다. 앞서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 등은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법으로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려는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15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선 박상만 민주노총 금속노조 위원장을 필두로 현대차그룹 계열사 하청노조 직원 약 1000명(노조 추산)이 “진짜 사장 정의선 나와라” “책임자 나와라”며 공동요구안·항의서한을 전달하려 30분 넘게 대치했다.

실제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하청업체와 원청 간 교섭권이 법적으로 마련됐지만 하청노조와의 교섭은 대부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금속노조는 현재 21곳 원청사에 하청노조 교섭을 요구했는데, 교섭 요구 조합원 2만549명 중 현대차그룹 계열사 5곳 조합원이 1만6304명으로 약 80%에 달한다.

하지만 하청노조 교섭 요구를 받은 현대차그룹 5개 계열사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노동조합법 시행령에 따르면 사용자가 교섭 요구를 받으면 그 날로부터 7일간 이를 공고하도록 한다. 이에 불응 시 노조는 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사용자성 판단 시정 결정을 구하게 된다. 한 계열사 관계자는 “지노위 판단 전까지는 대응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금속노조의 속내도 복잡하다. 금속노조는 현대차그룹 5개 원청사가 교섭 요구를 공고하지 않았지만, 지노위 시정신청은 한 곳도 내지 않았다.

만약 사용자성을 인정받지 못했을 때의 타격이나 어느 한쪽이 지노위 판단에 불복할 때 법적 절차가 길어지는 상황 탓에 쉽사리 시정신청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10일 전남지노위는 한국노총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조가 중흥토건·중흥건설을 상대로 낸 공고 시정 신청을 기각했다. 원청 사용자성이 부정된 첫 사례다.

권혁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사측도, 노측도 제도에 대한 생소함, 사법 결과에 대한 예측 가능성 저하로 우물쭈물하게 되는 것”이라며 “현대차그룹이 노란봉투법의 시금석이 될 수 있어 양측 모두 조심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노란봉투법발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이라 본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사용자 범위와 쟁의 대상이 되는 경영 결정의 범위, 교섭 창구 단일화 절차 등 법 해석을 둘러싼 쟁점이 너무 많다”며 “대법원 판례가 확립될 때까지 향후 최소 5년간은 현장의 극심한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수정·김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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