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매각’
유동성 위기로 벼랑 끝에 선 홈플러스의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분리 매각이 유통 업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일단 회생의 불씨는 살아난 모습이다. 롯데·GS 등 유통 공룡들이 발을 빼며 무산 위기에 몰렸다가 2개사가 인수의향서(LOI)를 내며 겨우 매각 작업을 이어가게 됐다. 단, 아직도 실사, 가격 협상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아 홈플러스 회생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인 5월 4일까지 매각 성패를 좌우할 5가지 관전 포인트를 살펴봤다.

시너지 글쎄…유통 대기업 외면 아쉬워
4월 9일 현재 인수의향서를 접수한 두 업체 중 세간에 알려진 곳은 메가커피를 운영하는 MGC글로벌이다. 다른 한 곳은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다. 당초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GS리테일, BGF리테일, 롯데쇼핑, 유진그룹, 하림 등 유통 대기업들은 모두 고사했다.
MGC글로벌의 참전은 예상 밖이란 반응이 지배적이다. 일단 자금 여력은 있다는 평가다. 김대영 MGC글로벌 회장은 사모펀드와 함께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 메가커피를 인수한 뒤, 사모펀드 지분도 흡수하며 인수 금융에 성공한 바 있다.
관건은 시너지와 운영 역량이다. 예상 가능한 시너지는 옴니 채널로 확장이다. 홈플러스익스프레스는 293개점 중 223개점(76%)에 퀵커머스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한 신선식품 물류망과 전국 4200여개 메가커피 가맹점을 결합, ‘커피+장보기’ 형태의 신개념 생활 밀착형 플랫폼으로 진화가 기대된다.
그러나 한쪽에선 대규모 오프라인 유통업 경험과 노하우가 부족한 MGC글로벌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업형슈퍼마켓(SSM)은 영업 시간, 출점 거리 등 규제가 많은 데다, 물류 효율화와 재고 관리 역량도 뒷받침돼야 한다. 유통 대기업의 불참이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관전 포인트 2] 실사서 뒤집힐 수도
매각 후 임차, 우발 채무 등 변수 多
인수의향서 제출은 매각 과정의 첫발을 뗀 것뿐이다. 언제든지 딜이 깨져도 이상할 게 없는, 구속력 없는 제안이다. 결혼에 비유하면 약혼도 아닌, ‘맞선’에 불과하다. 실제 경영 현황과 기업가치를 가늠하기 위한 실사, 가격 협상, 이해관계자 합의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이 남았다.
과거에도 실사 과정에서 딜이 깨진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HDC현대산업개발과 본계약까지 체결했으나 실사 후 발견된 우발 채무와 업황 악화로 끝내 노쇼로 끝났다. 동원그룹의 맥도날드 인수 포기 역시 실사 과정에서 드러난 운영권 조건과 가격 이견이 발목을 잡았다. 여기에 재무 건전성 악화가 실시간으로 진행 중이어서 현금 잔고, 영업망 훼손 등 돌발 변수는 상존한다.
특히, 최근 상품 공급에 차질을 빚으며 경쟁점으로 고객이 이탈하는 등 영업권 손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뼈아프다. 공급 대란이 본격화된 지난해 실적이 확인되면 매각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업계 일각에선 과거 차입금 상환을 위해 체결한 ‘매각 후 임차(Sale and Leaseback)’ 계약도 들여다봐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MBK파트너스는 차입금 상환을 위해 알짜 점포를 매각 후 재임대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때 건물 매각가를 높이기 위해 임대차 계약 시 임차료를 시세보다 비싸게 주기로 한 ‘독소 조항’이 있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 경우 인수자는 매달 상당한 고정비를 떠안게 돼 숨은 인수 비용이 될 수 있다.
[관전 포인트 3] 고용 승계 부담
강성 노조에 구조조정 쉽지 않아
홈플러스는 대형마트 3사 중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의 세력이 가장 강력하다. 익스프레스 부문 역시 예외는 아니다. 매각 협의가 시작된 지난 4월 1일에도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는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여당에 “홈플러스 정상화 약속을 이행하라”고 압박했다. 홈플러스 회생계획안에 관리인으로 명시된 조주연·김광일 공동대표를 기업 구조조정 전문기관인 연합자산관리(유암코)로 교체하라며 사실상 경영진 교체도 요구했다.
이런 상황에서 인수자는 정치권의 높은 관심도와 강성 노조를 상대해야 한다는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오프라인 유통 업계는 마트, 편의점을 가리지 않고 점포 통폐합,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내수 침체로 갈수록 악화되는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해 중복 인력 제거, 물류 통합 등 경영 효율화를 위한 몸부림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합 효과가 2년이면 상쇄되지만 그나마도 생존을 위해 단행하는 추세다”라고 귀띔했다.
그러나 홈플러스익스프레스에서 구조조정을 단행한다면 상당한 노사 갈등 비용과 진통을 감내해야 할 수 있다. 노조 측은 “생존을 위한 매각에는 공감하나, 고용 안정 없는 매각은 저지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인수자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관전 포인트 4] 매각가 협상
3천억 몸값? ‘중복 자산’ 관건
홈플러스익스프레스의 몸값으로는 3000억원이 거론된다. 매물을 검토했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289개 점포에 깔린 보증금과 자가 점포의 부동산 가치만 해도 약 1500억원은 될 것이란 평가다.
문제는 그 이상의 가치를 무엇으로 인정할 수 있느냐다. 물류센터, 인근 점포 등 이미 중복된 인프라를 보유한 유통 대기업이 인수한다면, 해당 자산은 오히려 처분해서 제거해야 할 ‘옥상옥’이 될 수 있다.
일각에선 경쟁사들이 홈플러스익스프레스 점포들의 브랜드 전환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홈플러스익스프레스는 전체 매장의 약 23%에 해당하는 71개점을 가맹점으로 운영 중이다. 매각이 되더라도 알짜 점포를 경쟁사에 뺏기면 물류 경쟁력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것.
실제 코리아세븐이 한국미니스톱을 인수할 당시, 두 브랜드 간 근접 출점한 중복 상권은 통폐합을 하거나 브랜드 전환으로 경쟁사에 뺏겨 실제 점포 수는 훨씬 감소했다. 1+1=2가 아니라 1.7이나 1.8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업계 관계자는 “어느 원매자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몸값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3000억원도 홈플러스 경영 정상화를 위해선 넉넉지 않은 금액인데, 중복 자산이 많은 기업이 이를 근거로 가격을 깎으려 하거나 헐값 매각 논란이 일면 최악의 경우 딜이 깨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관전 포인트 5] 점포별 재분리 매각
통매각 실패 시 최악의 시나리오
홈플러스는 처음에는 홈플러스(대형마트)와 홈플러스익스프레스(SSM사업부)를 함께 통매각하려 했다. 여의치 않자 이번엔 홈플러스익스프레스만 분리 매각에 나섰다. 그런데 이렇게도 안 팔리면, 홈플러스익스프레스의 293개점을 하나씩 분리매각해야 할 수도 있다. 홈플러스 입장에선 가장 피하고 싶은 최악의 경우다. 그러나 유통 대기업들이 대부분 인수전에 불참하자, 업계에선 “매각 불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매각이 불발될 것에 대비해 플랜B를 가동 중인 업체들도 있다. 점포별로 등기부등본을 떼서 계약 기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하고, 건물주나 공인중개사를 통해 개별 접촉하는 식”이라며 “건물주 입장에선 법인 임차인을 선호하고 공실을 회피하려 하기에 물밑에서 긍정적으로 얘기가 오가는 곳도 적잖다”고 귀띔했다.
[노승욱 기자 noh.seungwook2@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5호(2026.04.15~04.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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