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에 ‘K드론’ 없다…WHY?
美·中 앞서가지만 K드론 존재감 미미
중동 전쟁이 잠시 멈췄지만 일시 휴전일 뿐 전쟁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이번 전쟁에선 공격형 드론이 그야말로 맹위를 떨쳤다. 전통적 개념의 전쟁은 병력, 화력을 앞세워야 승리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지만, 최근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인공지능(AI)을 축으로 한 알고리즘 경쟁으로 전쟁 패러다임이 송두리째 바뀐 가운데, 드론이 전쟁 판도를 바꿀 핵심 무기로 각광받는다. 수천만원짜리 드론의 벌떼 공격으로 수조원짜리 항공모함, 방공망을 무력화하는 것은 더 이상 상상 속의 시나리오가 아니다. 미국, 중국 등 세계 강대국이 드론 투자를 대대적으로 늘리고 기술력을 높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국방부 장관 자문기구인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가 제시한 드론사 해체 권고를 뒤집은 것은 다행이지만, 더 늦기 전에 드론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국내 드론 산업이 성장하려면 복잡한 인허가 규제를 풀고, 중국산에 의존하는 공급망 밸류체인을 바꿔 핵심 부품 국산화율을 높이는 것도 절실하다. K드론 산업의 실상과 과제를 들여다본다.

이번 중동 전쟁에 등장한 이란 샤헤드 드론의 가격이다. 가격은 3000만원에 불과하지만 한 발당 400만달러(약 59억원)에 달하는 미국 패트리엇 미사일과 수백만달러의 전차, 장갑차를 순식간에 무력화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드론이 중동 전쟁에서 판세를 바꾸는 핵심 전력으로 부상했다. 앞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무시못할 위력을 입증했던 드론은 저비용으로 군사 강대국 미국의 방어막을 무력화시키는 효율성을 갖췄다. 드론은 더 이상 전장의 보조 수단이 아니라, 국가의 안보 예산과 전략적 인내심을 고갈시키는 ‘비대칭 전쟁(Asymmetric Warfare)’의 핵심 변수로 등극했다는 의미다.
이란이 개발한 샤헤드 드론은 일명 ‘자폭 드론’으로 불린다. 러시아가 전쟁에서 활용해 악명을 떨쳤다. 목표 상공이나 인근을 저고도로 비행하며 배회하다 기체 자체가 폭발하는 방식으로 적을 공격한다. 최대 속도 185㎞/h에 항속거리는 구형 약 2000㎞, 신형 약 3000㎞로 후방 깊숙이 위치한 전력시설이나 군수기지, 인프라도 타격할 수 있다.
드론은 군용 암호화 위성위치시스템(GPS) 대신 민간용 위성항법장치(GNSS)와 관성항법장치(INS)를 혼합해 사용하고, 이미 입력된 좌표로 비행해 자폭하기 때문에 조종사가 필요 없다. 드론의 최대 장점은 저렴한 가격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천문학적 비용을 투입해 성능을 높이는 데 주력했던 고전 무기 시대를 지나, 값싼 드론 떼를 보내 적의 방호 시스템을 얼마든지 마비시킬 수 있다.
물론 드론은 전쟁에만 쓰이는 것은 아니다. 재난, 치안 등 공공 분야뿐 아니라 건설, 물류, 농업 등 민간 산업에도 다양하게 활용된다. 다양한 산업에서 드론 기반 솔루션 수요가 커지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융합된 일종의 ‘플랫폼 산업’으로 진화하는 중이다. 특히 드론은 인공지능(AI), 반도체, 항공전자 등 첨단 기술 융합을 필요로 하는 미래 안보·산업 필수재로 평가받는다. 전략무기이자 고부가가치 산업 중심축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드론 산업 밸류체인은 크게 장비 제작, 유통, 운용, 서비스 제공으로 이어진다. 장비 제작 단계는 기체 설계, 모터·비행제어장치, 배터리 등 핵심 부품 생산, 조립을 의미한다. 부품 내재화 여부에 따라 기술 경쟁력이 결정된다. 유통 단계는 완제품, 부품을 판매하거나 대여 형태로 제공하는 구조다. 이후 운용 단계에서는 드론을 실제로 운항하는 조종 시스템과 제어 소프트웨어의 안정성, 정보처리능력이 차별화 요인으로 작용한다. 서비스 제공 단계에선 촬영, 데이터 분석, 측량, 정찰 등 드론 기반의 각종 부가가치 서비스가 이뤄진다.

K드론 세계 수출 시장점유율 0.48%
사용 범위가 넓어지다 보니 드론 시장은 매년 급성장하는 중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전 세계 드론 교역 규모는 2022년 24억7000만달러에서 2024년 61억1000만달러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 중 중국의 드론 수출액은 21억6295만1000달러로 독보적인 1위를 달린다. 이어 폴란드(5억5036만7000달러), 네덜란드(3억4582만9000달러), 미국(3억875만2000달러), 이스라엘(1억8956만8000달러)이 뒤를 잇는다.
중국은 파격적인 정부 지원과 탄탄한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드론 산업을 빠르게 키워왔다. 전 세계 드론 부품 공급망 대부분을 중국이 차지할 정도다. 세계 최대 드론 제조사인 중국 DJI는 글로벌 드론 시장 70% 이상을 점유하는 압도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미국도 팔을 걷어붙였다. 미국 국방부는 11억달러(약 1조6600억원)를 투입해 드론 생산 기반을 키우는 중이다. 수십만대 규모의 소형 드론 확보 전략을 추진해왔고 각국 군대도 드론 전력 확대에 속도를 낸다. 중국 드론 산업이 급성장하자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산 드론 신규 판매를 금지하는 등 견제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해 말 미국 연방통신위원회는 ‘커버드 리스트’에 중국 드론, 부품 기업을 추가했다. 커버드 리스트에 오른 기업은 연방통신위원회로부터 미국 내 판매 승인을 받지 못한다.
중동 전쟁에 뛰어든 이스라엘 역시 ‘헤르메스900(Hermes900)’ 같은 정밀 타격 드론을 보유한 데다 레이저 무기를 활용해 드론을 저비용으로 격추하는 ‘드론 돔’ 체계도 갖췄다.
세계 강대국에 비해 K드론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한국 드론 수출은 2022년 281만달러에서 2024년 2754만달러로 10배 늘었지만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여전히 미미하다. 세계 수출 시장점유율은 0.48% 수준으로 전체 20위에 그친다.
드론 산업 후발 주자 이미지를 벗기 위해 우리 정부는 생산부터 상용화까지 대대적인 지원에 나섰다. 최근 국방과학연구소 주도로 드론 자체 개발에 나섰다. 최대 이륙중량 150㎏, 항속거리 1000㎞인 중형 자폭 드론이다. ‘드론봇 전투체계’ 구축을 목표로 드론작전사령부를 통해 드론 전력을 2배 이상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군당국은 드론작전사령부를 해체하는 대신 부대 명칭을 바꾸고 조직, 임무도 대폭 개편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 1월 국방부 장관 직속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는 각 군과의 기능 중복을 이유로 드론사 해체를 권고했지만 이 결정을 뒤집었다. 전장에서 드론이 비용 대비 효율이 높은 핵심 전력으로 떠오르자 군당국이 결국 존치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군의 드론 작전 수행 역량을 신속하게 강화해야 할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드론사의 작전 임무를 각 군으로 조정해 드론 작전의 통합성과 완전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또 국무조정실 주도로 ‘범정부 드론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켜 각 부처에 흩어져 있던 드론 관련 정책 컨트롤타워를 세우기로 했다.
민간 드론 산업 활성화도 속도를 내는 중이다. 국토교통부는 드론을 농업, 소방, 건설·시설관리, 물류·배송, 항공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기 위한 ‘드론 완성체 5대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대부분 외국산인 농업용 드론은 국산화를 목표로 하고, 소방 분야는 고중량 화재 대응 드론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물류 분야는 도심 내 배송을 고려한 드론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항공 분야에서는 드론을 항공기 정비나 조류 대응 등 특수 목적에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정부가 전방위적인 지원 정책을 펼치지만 뚜렷한 성과가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우리나라는 드론 기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연구개발(R&D) 인프라가 미흡하다. 무엇보다 중국산 부품 의존도가 높아 드론 수출 경쟁력이 낮다는 평가다. 그로쓰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시장에 등록된 드론의 41%가량이 수입산이고 비행제어장치(FC), 모터, 배터리 등 주요 핵심 부품의 국산화율도 절반 이하에 그친다. 부품 내재화가 한계에 부딪친 만큼 국내 드론 산업 성장세에 한계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 기반 드론 등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수출을 늘리고, 신흥 시장 진출로 수출 지역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드론 기술력을 높이는 데 적잖은 시간이 걸리는 만큼 가성비 드론 양산 체계부터 구축해 글로벌 밸류체인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설득력 있다.
김우현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자율비행 기술 발전과 주요국 규제 완화로 글로벌 드론 수요가 계속 커질 것”이라며 “국내 드론 산업 생태계가 중소기업, 스타트업에 집중된 만큼 수출 경쟁력을 높이려면 대기업-중소기업 협력 모델을 만들고 서비스형 수출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5호(2026.04.15~04.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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