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노동' 금지한다는 정부, 택시는 예외로 하겠다는 국회?

황규수 2026. 4. 15.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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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공짜노동 근절'과 반대되는 국토교통위 택시발전법 개정안을 비판한다

[황규수]

 택시노동자들이 지난 4월 8일, 고영기 택시지부 전북지회 대림교통분회 사무장 고공농성 11일차 첫 투쟁문화제에 모여 택시발전법 개정안 폐기를 촉구했다.
ⓒ 공공운수노조
정부가 '공짜노동 근절'을 내걸고 포괄임금제 규제에 나섰다. 포괄임금제는 기본급과 각종 수당을 구분하지 않고 미리 포함해 임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초과근로수당 지급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비판받아 왔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8일 '포괄임금 오남용 방지 지도 지침'을 발표하고 실제로 일한 시간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임금체불로 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포괄임금제를 원칙적으로 금지해 공짜노동을 근절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공짜노동 근절'은 택시 앞에서는 힘이 없다. 같은 시기 국회에서는 '공짜노동'을 오히려 부추기는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 3월 30일 여야 합의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한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택시발전법)에는 일부 택시 기사의 주 40시간 미만 근로를 허용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주 40시간제 정착과 원활한 인력 수급을 목적으로, 일부 노동자에 대해 소정 근로시간을 주 40시간보다 적게 설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근로시간을 줄일 수 있게 한 것이니 문제될 게 없는 것일까.

간주근로시간제와 기준운송수입금제가 만든 공짜노동

택시발전법은 '실제 근로시간이 아니라 일정한 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간주하는 방식'을 전제로 한다. 현행법은 이러한 간주 근로시간을 주 40시간 이상으로 정하도록 강제하나, 개정안은 간주 근로시간을 그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도 설정할 수 있게 허용한 것이다.

간주 근로시간제는 근로시간을 정확히 산정하기 어려운 업무에 대해, 실제로 일한 시간이 아니라 사용자와 근로자 대표가 합의한 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보는 제도다. 원래는 예외적으로만 허용되어야 하나, 택시업계에서는 초과 근로수당 지급을 피하기 위한 방식으로 광범하게 활용되어 왔다.

포괄임금제와 비교해보자. 포괄임금제는 '임금'을, 간주 근로시간제는 '근로시간'의 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임금, 근로시간은 실제보다 많게도 또 적게도 정할 수 있다. 현실은 대부분 실제보다 적게 정한다. 포괄임금제가 임금을 줄이는 것이라면, 간주 근로시간제는 근로시간 자체를 줄이는 것인데, 결국 공짜노동이 발생하는 것은 같다.

택시 사업장에서 간주 근로시간은 고정급과 연동된다. 실제 근로시간보다 간주 근로시간이 적으면 택시회사는 지급해야 할 고정급보다 적게 지급할 수 있게 되고, 택시기사는 간주 근로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 일해도 초과 시간에 대해서는 임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대신 택시회사는 기준운송수입금을 정해두고 기준운송수입금을 초과한 수입의 일부를 성과급이라며 근로자 몫으로 준다. 기준운송수입금이 일종의 사납금 역할을 하는 셈이다. 문제는 간주 근로시간에 대응하는 고정급은 적고 기준 운송수입금은 너무 많다는 것이다. 근로자는 성과급을 확보하기 위해 장시간 노동으로 내몰리게 되나, 손에 쥐는 성과급은 초과 시간에 대한 대가로는 충분하지 않다. 공짜노동이 발생하는 것이다.

간주 근로시간의 허용 범위가 늘어나면, 공짜노동도 확대될 수밖에 없다. 현행법이 간주 근로시간을 굳이 주 40시간 이상으로 정하고 있는 것도, 공짜노동을 방지하고 최소한의 임금 수준을 보장하기 위한 취지다.

이렇듯 간주 근로시간제는 사납금제의 변형된 형태인 기준운송수입금제를 지탱하는 수단이다. 간주 근로시간제와 기준운송수입금제가 있으니, 택시회사는 택시기사가 몇 시간이나 일을 하고 얼마나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지는 관심 없다. 오로지 운송수입금이 얼마인지만 따질 뿐이다. 근로의 내용이나 서비스 품질을 제대로 관리할 리 없으니, 택시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느끼는 만족감은 그다지 높지 않다.

현실과 동떨어진 간주 근로시간제와 개정안의 입법적 모순
 택시월급제를 촉구하는 택시노동자들
ⓒ 공공운수노조
이렇게 문제가 많음에도 택시는 간주 근로시간제를 지속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있다. 종일 밖에서 돌아다니는데 운행시간과 근로시간을 어떻게 산정하느냐는 말이다.

그러나 이는 오늘날의 변화된 환경을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것이다. 이미 택시는 디지털 운행기록장치(타코미터)와 GPS, 호출 플랫폼을 통해 운행시간과 대기시간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인공지능이 이런 영역에서 활용될 수 있는 시대이기도 하다. '근로시간을 알 수 없다'는 전제 자체가 첨단 기기 없이 수기에 의존하던 시대의 낡은 발상이다.

개정안은 주40시간제의 정착을 입법 목적으로 내세우면서도 주40시간제의 예외를 핵심 내용으로 하고 있어, 입법목적 달성을 스스로 방해하는 자기모순이 있다. 원활한 인력 수급을 또 다른 입법목적으로 하고 있으나, 현행 제도 하에서도 단시간 근로계약 등 다양한 근로형태로 일하는 택시기사들이 많다.

결국, 개정안의 진정한 입법목적은 간주 근로시간 제한을 해제하여, 기준운송수입금제라는 변형된 사납금제를 유지·확대하고 공짜노동의 이익을 택시회사가 효율적으로 수취할 수 있게 하는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짜노동을 금지한다면서, 왜 택시만 예외로 하고 더 늘리려고 하는지 도대체 알 수 없는 일이다.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황규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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