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거부하던 제주, K-우주 허브로 떠오른다 [최준호의 사이언스&]
위성에 우주로켓 발사장까지
과거 우주발사장 반대했지만
이젠 도청까지 나서 산업유치
![2023년 12월 4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남방 해상에서 우리 군이 한국형 고체연료 우주발사체 3차 시험발사를 실시하고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이날 시험발사는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한 한국형 고체연료 발사체의 소형 인공위성 발사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제주도 중문으로부터 4㎞ 남쪽 해상에 설치된 바지선에서 진행됐다. [뉴스1]](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15/joongang/20260415154950612vndd.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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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이 세운 스페이스파크
제주공항 남서쪽 한림읍 상대리. 중산간 지역 왕복 2차선 도로를 따라 올라가니 한쪽 길가에 검은 현무암 바탕에 흰 글씨로 ‘Asian Space Park’(ASP·아시안 스페이스 파크)라고 쓴 대형 안내석이 나타났다. 소나무 숲 너머 벌판에 지름 5m짜리 흰색 구(球) 모양의 레이돔들이 설치돼 있었다. 이곳은 대전의 우주 스타트업 컨텍이 지난 2일 문을 연 민간 지상국이다. 1만7546㎡(약 5300평) 면적의 부지에 자체 위성안테나 2기와 미국·노르웨이 등의 글로벌 파트너사 위성안테나 10기가 집결해있다. 때마침 서귀포시청 공무원 20여명이 방문해, 현황을 듣고 있었다.
이곳을 관리하는 김동욱 선임연구원은 “제주 ASP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민간 지상국 단지”라며 “당장은 글로벌 파트너들의 위성 안테나를 관리 운영하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조만간 인공지능(AI) 기반 위성 데이터 처리와 분석까지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주 한경면에 들어선 컨텍의 제주ASP. 글로벌 파트너사들의 위성 데이터를 송수신하고 관리한다. [사진 컨텍]](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15/joongang/20260415154951927nrqf.jpg)
컨텍을 나와 한라산을 돌아 서귀포 하원동 한화 제주우주센터를 찾았다. 해발 500m 중산간 지역 옛 탐라대학교 부지에 들어선 우주센터에서 남쪽을 바라보니 서귀포의 푸른 앞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강정해군기지에는 군함 바로 옆으로 2023년 12월 고체연료 우주발사체를 쏜 것과 비슷한 해상발사 바지선이 눈에 들어왔다. 한화 제주우주센터는 3만㎡ 부지에 연면적 1만1400㎡ 규모로, 지난해 12월 준공식을 했다. 위성 개발·조립장과 위성기능 및 성능 시험장, 위성통합시험장 클린룸, 우주센터 통제실, 우주환경시험장 제어실 등의 시설이 들어섰다.
윤창배 제주우주센터장은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위성제조 인프라로는 국내 최대 규모이면서 최첨단 위성제조 허브로 조성됐다”며 “연간 최대 100기의 위성이 이곳에서 생산된다”고 말했다. 한화는 현재 이곳에서 지구 상공 400㎞ 이하 초저궤도에서 14㎝급 영상촬영이 가능한 초고해상도 위성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한화 제주우주센터에서 만든 위성들은 이달 말부터 본격적으로 서귀포 앞 해상발사장의 고체연료 우주로켓을 통해 지구 저궤도로 발사될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ADEX 2025 한화 부스 내 한화시스템의 VLEO UHR SAR 위성 목업 [사진 한화시스템]](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15/joongang/20260415154953220ukso.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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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우주산업 육성
제주에는 컨텍ASP와 한화 제주우주센터 외에도 적지 않은 우주 관련 기관과 시설이 있다. 제주 동쪽 구좌읍에는 우주항공청이 운영하는 국가위성운영센터가 들어서 있다. 급증하고 있는 여러 정부부처의 저궤도 위성을 통합관제하기 위해 세운 시설로, 2022년 11월 문을 열었다. 이곳엔 저궤도 위성의 신호를 수신할 수 있는 대형 파라볼라 안테나와 관제 안테나, 종합관제실, 위성정보 수신·처리실 등이 들어서 있다. 우주항공청에 따르면 국가위성은 2023년 4기에 불과했으나, 2030년이면 70기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이외에도 한국천문연구원의 KVN탐라전파천문대가 한화 제주우주센터 바로 뒤쪽에 있다. 우주에서 오는 미세한 전파를 수신해, 블랙홀이나 은하의 중심 등을 관측하는 시설이다. 제주 동쪽 표선면에는 항공우주연구원의 제주추적소가 들어서 있다. 누리호처럼 발사되는 우주로켓의 비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받아내고, 위치를 파악한다.
![제주 구좌읍에 들어선 우주항공청의 국가위성운영센터. [사진 우주항공청]](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15/joongang/20260415154954517ltyx.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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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내 최적의 우주입지
제주도는 한반도 내에서 우주산업을 위한 최적의 입지로 평가받는 곳이다. 로켓을 쏘아올리기 위해선 주위에 인가와 같은 장애물이 없어야 한다. 특히 수백㎞의 고도와 수천㎞의 거리 반경 안에 다른 나라가 있으면 로켓을 발사하기 어렵다. 실패해서 추락할 경우 위험하기도 하고, 전략 미사일로 전용할 수도 있는 우주로켓이 타국 영공을 침범하는 건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킨다. 제주도는 한반도에서 남쪽으로 가장 많이 열려있는 곳이다. 타국의 영공을 넘지 않고 우주로켓을 쏠 수 있는 발사방위각이 남쪽으로 30도에 이른다. 일본의 우주발사장이 일본 규슈 남단인 가고시마현 다네가시마에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지구궤도를 돌고 있는 위성과 교신하는 우주센터의 위치 또한 주변 전파방해를 받지 않는 곳이 좋다. 제주도는 한라산을 제외하고는 높은 산과 건물이 없어 우주센터가 들어서기 최적의 입지다. 그런데 왜, 나로호와 누리호를 쏘아올린 우주발사장은 전남 고흥에 있을까. 항공우주연구원이 발사장 입지를 찾던 1999년으로 돌아가 보자. 조사결과 우주발사장 입지 1순위는 제주 서귀포 서부의 대정읍 일대였다. 당시 제주에서는 도지사를 포함, 생태계 파괴와 군사기지화에 대한 반대 여론이 거셌다. 결국, 우주발사장은 다음 후보지였던 전남 고흥의 외나로도로 결정됐다.
![서귀포시 한화 제주우주센터 바로 위에 자리한 한국천문연구원의 KVN탐라전파천문대. [사진 천문연구원]](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15/joongang/20260415154955809bjce.jpg)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제주는 우리나라 내에서 우주산업의 최적 조건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뒤늦게 우주에 눈을 떴다”며 “2023년 2월 제주 민간 우주산업 육성 기본방향 발표 이후 한화시스템의 우주센터 유치와 우주산업 클러스터 조성 등을 통해 다양한 우주 관련 산업을 키워오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 취재를 마치고 상경한 3일 뒤 더불어민주당 제주지사 후보 선출을 위한 본경선에서 오 지사가 3위에 그쳐, 탈락했다. 22대 국회의원인 위성곤·문대림 후보가 최종경선에 올랐다. 그간 두 후보가 발표한 공약에는 ‘우주’가 없었다. 현 도지사의 정책을 내세우는 건 유리하지 않다는 판단 때문일까. 그러나 우주가 어디 도지사 선거에 좌우될 이슈이던가. 제주는 우주를 계속 살려가야 한다.

제주=최준호 과학전문기자, 논설위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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