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성이 절로 나오는 무지개 폭포, 용산에 있습니다
[전갑남 기자]
|
|
| ▲ 봄의 전령사 튤립이 수놓은 국립중앙박물관의 입구, 걸음마다 계절의 색이 묻어난다. |
| ⓒ 전갑남 |
지난 11일, 입구부터 반기는 것은 정갈한 화분에 가지런히 심긴 튤립들이다. 단정한 검은 화분들이 계단을 따라 줄지어 서서 화사한 꽃길을 열어준다. 그 길을 따라 오르는 이들의 뒷모습마저 따스한 봄의 풍경이 된다. 붉고 노란 꽃잎이 햇살에 투명하게 번지는 길을 지나며 나도 모르게 걸음이 느려진다. 꽃을 본다는 것은 결국, 시간을 천천히 읽는 일인지도 모른다.
천 년의 미소 위로 흐르는 4월의 빛
그 꽃길 끝에서 지난 7일부터 전시를 시작한 안동 봉정사 영산회상 괘불도를 보기 위해 전시실 안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2층 불교회화실에 들어서는 순간, 부처의 설법 현장을 눈앞에 펼쳐 보이는 거대한 영산회상의 자태에 숨이 멎는 듯했다. 높이 솟은 괘불의 위엄에 압도된 채, 은은한 묵향 속 불보살의 미소를 차분히 둘러보고 나니 마음속에 경건한 울림이 차오른다.
|
|
| ▲ 국립중앙박물관의 입구. 거대한 프레임 속에 담긴 서울이 살아움직인다. 과거의 공간에서 현재의 도시를 조망하다. |
| ⓒ 전갑남 |
|
|
| ▲ 하늘과 정자를 품은 거울못의 고요, 수면 위로 흩어지는 윤슬이 마음을 씻어낸다. |
| ⓒ 전갑남 |
|
|
| ▲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바라본 서울의 모습. 아스라이 남산타워가 보이고 평화로운 서울이 조망된다. |
| ⓒ 전갑남 |
중앙 통로를 따라 걷다 탁 트인 계단 위로 올라선다. 시야가 확 트이며 서울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스라이 북한산이 머리를 내밀고, 남산타워는 손에 닿을 듯 가깝다. 산허리 곳곳에 산벚꽃이 듬성듬성 피어 봄의 화려함을 수놓고 있다.
|
|
| ▲ 용의 전설이 흐르는 미르폭포, 쏟아지는 물줄기 끝에 찰나의 무지개가 피어올랐다. |
| ⓒ 전갑남 |
"아, 정말 아름답다."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온 탄성은 시공간을 초월한 사랑의 기운에 대한 화답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늘 아래 선 국보, 바람과 햇살로 쓴 역사
|
|
| ▲ 박물관 건물 옆으로 늘어선 보물급 석조물들. 비바람을 견뎌낸 돌의 얼굴 위로 따스한 봄볕이 내린다. |
| ⓒ 전갑남 |
|
|
| ▲ 고려의 기품을 간직한 남계원칠층석탑을 비롯한 석탑들. 세월의 무늬와 신록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
| ⓒ 전갑남 |
바람을 맞고 햇살을 견디며 계절을 온몸으로 받아낸 돌의 얼굴은 어쩐지 더 단단하고 깊게 느껴진다. 숲 사이로 들려오는 까치와 박새의 지저귐이 적막한 석탑의 시간에 경쾌한 박자를 더한다. 우리 동네에서 봤던 작은 새들을 서울 도심에서 마주하니 반가움에 녀석들의 움직임을 한참이나 눈으로 따라갔다.
길가에는 이름 모를 풀들이 고개를 내밀고, 연둣빛 새잎은 차분하게 산책길을 채운다. 수백 년의 비바람을 지나온 석탑의 시간과 그 곁을 스쳐 지나가는 오늘의 봄. 박물관은 과거를 보관하는 곳이 아니라, 시간들이 서로를 비추는 장소라는 확신이 든다.
'어제'와 '오늘'의 공존
걷다 보니 처음 이곳에 왔던 날이 떠오른다. 그때는 유물을 놓치지 않으려 바삐 움직였고 설명문을 읽느라 고개를 숙이고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오늘은 다르다. 유물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내가 달라졌다. 그래서 같은 장소가 전혀 다른 풍경으로 다가온다.
|
|
| ▲ 세계 3위라는 자랑스러운 기록. 묵묵히 지켜온 우리 문화의 가치가 전 세계에 닿았음을 증명하는 징표다. |
| ⓒ 전갑남 |
나는 다시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유물과 봄 사이를 지나며 오래된 시간과 지금의 시간이 한 겹으로 겹친다. 그 사이에서 나는 잠시 멈춰 서 있는 봄의 한 장면이 된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모두가 기름값에 놀랄 때... 농가는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 '다케시마 자료실', 일본인 시어머니에게 물으니... 진실은 이랬다
- 쉬는 시간 혼자 남는 아이들... 요즘 초등 교실에서 참 아픈 장면
- 도피 중인 배상윤 "모든 일은 이재명 죽이기에서 시작"
- '월간남친' 못지않은 AI에게 절대 양보 못 하는 것
- 김용범 정책실장, '석유 최고가격제' 논란 조목조목 반박한 까닭
- 숟가락으로 빡빡 긁어먹은 참치회, 감칠맛이 두둑하다
- 박용진 "식약처, 초기 임신중지 약물 도입 허용해야"
- 연이은 '1인 2투표' 파문... 논란 끊이지 않는 민주당 제주도당 경선
- 이 대통령 "첨단산업 분야는 최소 규제로, 불안하지만 믿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