숟가락으로 빡빡 긁어먹은 참치회, 감칠맛이 두둑하다
[오순미 기자]
떠나서 좋은 이유에 끼니 해방을 배제할 순 없다. 그래서 여행의 또 다른 이름은 남이 해준 음식이기도 하다. 2박 3일의 짧은 여행이지만 광활한 접시에 올라올 이국의 음식을 상상하니 떠나기 전부터 혀가 꼼지락거렸다.
도쿄 여행은 아들의 계획대로 움직였다. 음식도 가족의 성향을 고려해 적절히 안배한 티가 나 군말 없이 따랐다. 모든 음식에 거부감이 없는 남편과 딸은 문제 될 게 없지만 담백하고 소박하며 이왕이면 익힌 음식을 좋아하고, 한끼는 커피와 빵으로 충족되길 바라는 내가 좀 신경 쓰였을지 모른다.
결정한 식단은 함께 산 세월을 제대로 우려낸 듯해 은근히 만족스러웠다. 아침은 빵과 커피, 점심은 단품, 저녁은 코스 요리로 가족의 입맛을 골고루 배치한 끼니였다. 향과 식감에 민감한 편이어서 조심스러운 음식도 있었지만 앞뒤 재서 선택했을 텐데 밀어내지 않기로 했다.
낯선 저녁
그리하여 접한 것이 우설 요리. 일본이 우설을 먹기 시작한 건 2차대전 후 부족한 식량을 대체하기 위해 내장이나 혀 같은 비인기 부위에 관심을 가지면서다. 우리나라도 재료만큼은 남김 없이 사용하는 문화인데 반해 우설은 거부감에서 오는 수요 문제로 정착하지 못했다. 많고 많은 부위 중 소 혀를 먹자는 제의가 속으론 거북했지만 경험해보자는 맘으로 수긍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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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처음 접한 우설. 샐러드, 파 폰즈 타다키, 카르파초, 샤부샤부, 초밥, 숯불구이 |
| ⓒ 신연주,오순미 |
우에노역에서 가까운 우설 전문점이라고는 하나 퓨전식에 가까운 이자카야 형태로 젊은이들이 많았다. 아들의 눈높이가 찾은 식당은 분위기도 음식도 낯설었지만 어느새 내 호흡과 미각이 새로움에 묻어가는 느낌이었다.
또 다른 음식은 참치회. 일본은 세계 최대 참치 소비국답게 거래량이 압도적으로 높아 단가가 낮은 편이다. 우리나라처럼 고급 음식이 아니라 자주 먹는 음식이다 보니 가격 체감이 다르다.
우리가 간 곳은 회 뜨고 남은 뼈 사이 살을 숟가락으로 긁어 김에 싸 먹는 방식이 특이점이었다. 생선이든 고기든 뼈 근처엔 지방과 아미노산, 콜라겐이 몰려있어 감칠맛이 두둑하다. 그 부분을 공략해 메뉴로 등장시킨 점이 그 식당의 백미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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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뼈에 붙은 참치살을 숟가락으로 긁어 김에 싸먹는 참치회 코스 중 하나 |
| ⓒ 신연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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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 초밥, 육회, 조림으로 나오는 참치 요리 |
| ⓒ 신연주,오순미 |
단품으로 계획한 점심은 '라멘, 텐푸라 정식, 아부라소바'였다. 도쿄에 왔으니 요 정도는 먹어봐야 한다며 결정한 메뉴다. 히가시긴자역 근처에서 먹은 '아부라소바'는 '기름면'이란 뜻으로 양념과 기름에 비벼 먹는 따뜻한 국수다. 기본 양념과 기름이 얹혀 나온 면에 따로 마련된 후추, 고춧가루, 다진 양파, 식초, 고추기름 중 취향껏 선택해 넣으면 맛의 격이 달라진다. 죽순, 김, 고기 등 고명을 추가해 다양한 맛으로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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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점심으로 먹었던 음식들 |
| ⓒ 오순미,신연주 |
아침은 아사쿠사 좁은 골목 안에 위치한 개인 카페 'February coffee Roastery'에서 커피와 '더치베이비 펜케이크'를 포장해 숙소에서 먹었다. 사실은 '크림 브륄레'가 유명하대서 사러 간 건데 아침부터 백여 명 정도가 기다리는 바람에 다른 곳을 찾아간 것이다.
더치베이비는 빵 위에 브라타치즈와 하몽, 야채를 올린 후 달달한 소스를 뿌려먹는 독일식 펜케이크다. 쫀득한 빵과 진한 커피가 식도를 타고 내려가니 허접했던 뱃속이 탄복으로 차올랐다. 다음 날에도 크림 브륄레는 줄 선 끝이 까마득해 포기하고 대신 단조로운 '가정식'을 먹은 후 그 커피집으로 발길을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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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침을 열었던 커피와 더치베이비 |
| ⓒ 오순미,신연주 |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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