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점국립대 3곳에 1000억씩 집중 지원, 다른 6곳은 각 300억…'서울대 10개 만들기' 윤곽

교육부가 9개 거점국립대학 중 3곳을 선정해 학교당 1000억원 안팎을 추가 투입하는 집중 지원 방안을 내놨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인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첫 구체적 실행 계획으로, 거점국립대를 권역별 성장엔진(전략산업) 분야의 교육·연구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교육부는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성장엔진 연계 지역인재 양성방안’을 발표했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수도권 일극 체제를 극복하기 위해 지역인재 양성은 필수적인 과제”라며 “수도권-비수도권 대학 간 격차 해소를 넘어, 지역의 인재가 국가 성장의 핵심 원동력이 되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3개 거점국립대에 우선 1000억씩
방안의 핵심은 거점국립대 9곳 중 3곳을 골라 올해 학교당 약 1000억원을 추가로 지원하는 것이다.
우선 이들 대학엔 지역의 전략산업을 대표하는 학과를 키운다는 뜻으로 이름 붙인 ‘브랜드 단과대학’을 신설한다. 학부와 대학원, 연구소를 하나로 묶어 지원하는데, 3개 대학에 400억원씩, 총 1200억원이 투입된다.
연구 기능도 강화한다. 대학 안에 기업과 정부출연연구기관, 과학기술원, 서울대 등 국내외 대학이 함께 참여하는 연구 조직을 두고, 대학과 기업이 공동 운영하는 연구소에서 기술 개발부터 산업 현장 적용까지 한자리에서 처리한다. 교육부는 이를 ‘특성화 융합연구원’이라고 이름 붙였다.

아울러 이 3개 대학은 AI 거점대학 사업의 일환으로 학교당 100억원을 지원받는다. 대학 내 AI 학사조직과 총장 직속 전담기구를 신설하고, 비전공자가 자신의 전공과 AI를 결합할 수 있는 분야별 AI 융합교과를 개발한다.
해당 학과의 학생 혜택도 파격적이다. 학부생은 등록금과 생활비, 기숙사를 한꺼번에 지원받고, 대학원생에게는 월 200만~300만원의 연구장학금이 나온다. 정부 출연연구원의 신진 연구원 수준이다. 혜택을 받는 이들은 연간 1500명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이나 출연연 연구원이 대학교수를 겸직할 수 있는 길도 열린다.
이주희 교육부 대학지원관은 “특성화 융합연구원 교원에게 지원되는 연구비는 리미트(한도)가 없다”며 “데려오겠다는 연구진이 있다면 아무 조건 없이 허용될 만큼 파격적”이라고 설명했다.
집중 지원 대상에 들지 못한 다른 6개 거점국립대에도 학교당 약 300억원이 작년보다 더 지원된다. 전체 9곳에 투입되는 예산은 5448억원이다. 이 가운데 1200억원은 권역별 ‘공유대학’ 사업에 배정돼 같은 권역 대학들이 강의실과 연구 장비,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함께 한다.
지원이 늘어나는 만큼 성과 평가도 강화한다. 교원 승진과 정년보장 심사 기준을 수도권 주요 사립대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학생 1인당 교육비는 2030년까지 서울대의 70% 수준인 4400만원까지 높인다. 이런 변화를 장기적으로 제도화하기 위한 ‘(가칭)국립대학법’ 제정도 추진한다.
최 장관은 “3개 거점국립대 집중 지원을 통해 2030년쯤에는 이들 대학이 해당 특성화 분야에서 세계 200위 내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지원 제외 거점국립대 반발 등 공약 ‘후퇴’ 논란
다만 변수가 남아있다. 3개교 최종 선정은 산업통상부가 권역별 성장엔진을 확정한 후로 미뤄졌다. 교육부는 상반기 중 선정계획을 안내할 방침이지만, 부처 간 일정이 어긋나면 선정 시점이 늦어질 수 있다. 반도체·이차전지·바이오·미래모빌리티 등 어떤 분야가 성장엔진으로 확정되느냐가 사실상 3개교 선정의 1차 관문이 될 전망이다.
집중 지원 대학에 포함되지 못한 6개 거점국립대의 반발도 예상된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국토 균형 발전의 취지로 출발했던 만큼, ‘3대 6’의 차등 구조에 반발이 나올 수 있다. 지역의 한 국립대 기획처장은 “학교당 1000억원과 300억원의 격차는 권역 내 대학 서열에도 영향을 줄 규모”라며 “단계적 확대 로드맵이 없다면 ‘선택과 집중’이 ‘소수 편중’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공계 편중에 대한 반발도 예상된다. 교육부가 별도로 거점국립대 인문사회 대학기초연구소 사업(3개교, 120억원)을 신설했지만, 브랜드 단과대(1200억원)와는 10배 격차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국문과 교수는 “지방대 인문사회계열 학과 통폐합과 정원 감축이 빨라지는 상황에서 이번 방안이 이공계 쏠림을 더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국립대학법 제정도 변수다. 한 정부의 단발성 사업으로 그치지 않고 법으로 못 박아 오래 끌고 가겠다는 구상이지만, 국회 입법 과정에서 교원 인사 방식이나 대학 운영 구조를 바꾸는 문제를 두고 진통이 따를 수 있다.
최 장관은 “지역 살리기에 초점을 맞춰 서울대 10개 만들기로 불리는 이 사업이 후퇴하거나 축소되는 일은 결코 없다”며 “결코 3개 대학만 지원하는 게 아니다. 국운을 건 사업인 만큼 1차적으로 3개 대학에 집중 지원해 모범 사례를 만들고 나머지 6개 대학도 잘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보람·이후연 기자 lee.boram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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