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듀오의 아이콘’ 라베크 자매, 18년 만의 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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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사에서 피아노 듀오는 18세기 후반 모차르트에서 시작된 것으로 본다.
모차르트는 누나 또는 제자들과 함께 연주하기 위해 피아노 듀오 곡을 작곡했다.
오는 26일 LG아트센터 서울 무대에 서는 프랑스 출신 라베크 자매는 연주 레퍼토리를 확장하고 대중성을 강화함으로써 현대 피아노 듀오의 대표 아이콘으로 꼽힌다.
당시 파리 음악원 측은 피아노 듀오가 실내악 범주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반대했지만, 자매의 뜻을 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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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가까운 파트너십… “함께하되 독립적” “치열한 논쟁으로 결과 도출”

음악사에서 피아노 듀오는 18세기 후반 모차르트에서 시작된 것으로 본다. 모차르트는 누나 또는 제자들과 함께 연주하기 위해 피아노 듀오 곡을 작곡했다. 모차르트보다 앞서 하나의 건반악기를 두 명이 연주하거나 두 건반악기를 두 명이 한 무대에서 연주하는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등한 협주를 통해 음악적 이야기를 만드는 형태까지 도달하지는 못했다.
19세기가 되면 슈베르트, 브람스 등 작곡가들이 피아노 듀오를 위한 명곡을 다수 남겼다. 특히 리스트는 오케스트라 곡을 2대의 피아노나 4개의 손을 위한 곡으로 즐겨 편곡했다. 당시 오케스트라 공연을 집에서 즐길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피아노 이중주용으로 편곡해 연주하곤 했다.
하지만 연주자로서 피아노 듀오의 등장은 20세기 들어와서다. 20세기 전반 영국 출신의 에델 바틀렛-레이 로버트슨 부부, 러시아 출신으로 미국에 정착한 비탸 브론스키-빅터 바빈 부부 그리고 20세기 중반 미국 출신 아서 골드-로버트 피즈데일 커플은 피아노 듀오라는 장르를 개척했다.

오는 26일 LG아트센터 서울 무대에 서는 프랑스 출신 라베크 자매는 연주 레퍼토리를 확장하고 대중성을 강화함으로써 현대 피아노 듀오의 대표 아이콘으로 꼽힌다. 언니 카티아와 동생 마리엘 자매는 파리 음악원 재학 중이던 1968년 듀오를 결성했다. 당시 파리 음악원 측은 피아노 듀오가 실내악 범주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반대했지만, 자매의 뜻을 꺾지 못했다. 이듬해 자매는 프랑스의 거장 작곡가이자 파리 음악원 교수였던 메시앙을 만나며 음악계에 이름을 알리게 된다. 메시앙이 자신의 ‘아멘의 환영’(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7개 악장으로 구성)을 연습하는 자매의 연주를 듣고 녹음을 제안한 덕분이다. 당시 자매의 나이는 겨우 18세와 16세였다. 그렇게 해서 1970년 발매한 음반이 그들의 데뷔 음반이 됐다.
데뷔 음반을 시작으로 라베크 자매는 정교한 테크닉과 독보적인 해석력으로 금세 클래식계를 매료시켰다. 루치아노 베리오, 피에르 불레즈, 리게티 죄르지, 필립 글래스, 니코 뮬리 등 현대음악의 거장들이 이들 자매에게 앞다퉈 작품을 헌정하거나 초연을 맡겼다. 이들이 1981년 발매한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는 클래식 음반 역사상 이례적으로 ‘골드 디스크’(50만장 이상 판매)를 달성하기도 했다. 자매는 또 영국 록밴드 라디오헤드의 톰 요크와 더 내셔널의 브라이스 데스너 등 대중음악 아티스트들과 협업하며 음악적 스펙트럼을 확장하고 있다. 심지어 세계적인 조향사 프란시스 커정과 손잡고 무대를 기획하는 등 피아노 듀오가 도달할 수 있는 예술적 경지를 개척해 왔다. 2016년부터는 자신들의 레이블인 KML 레코딩스를 도이치 그라모폰과 협력하여 운영 중이다.

라베크 자매는 18년의 내한 무대에서 필립 글래스가 자매를 위해 편곡해 헌정한 ‘장 콕토 3부작-오르페, 미녀와 야수, 앙팡테리블’(이하 ‘장 콕토 3부작)을 선보인다. ‘장 콕토 3부작’은 글래스가 프랑스 전방위 예술가 콕토의 영화를 바탕으로 작곡한 세 편의 오페라를 두 대의 피아노 버전으로 재구성한 작품으로 30여 곡이 연주된다. 2021년 3부작 중 ‘앙팡테리블’을 편곡해 공연한 것이 호평을 받자 자매는 글래스에게 나머지 두 작품의 편곡을 요청해 2024년 3부작으로 공연했다. ‘시네마틱 퍼포먼스의 선구자’ 시릴 테스트가 연출을 맡은 무대는 거대한 샹들리에 아래 펼쳐지는 자매의 연주가 초현실주의적인 이미지를 만든다.
라베크 자매는 공연을 앞두고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60년 가까운 오랜 파트너십에 대해 “기적과도 같다”고 입을 모았다. 동생 마리엘은 “함께 음악을 만들고자 하는 열망, 연습하고자 하는 열망, 새로운 레퍼토리를 배우고자 하는 열망을 잃지 않는 것이다. 다만 우리는 함께하되 각자의 독립성을 지키려고 한다”고 오랜 호흡의 비결을 밝혔다. 또 언니 카티아는 “친밀한 사이여도 갈등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때로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그런 긴장감이야말로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낸다”고 부연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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