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수육 부먹파’ 이 와인 챙겨라…전세계 1위 이탈리아 스파클링

이영지 2026. 4. 15.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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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키드 와이프의 일상와인⑰ 탕수육스파클링

「 안녕하세요, 위키드 와이프 이영지입니다. 오늘은 복습으로 시작할까요? 일상와인 5회에서 저는 스파클링 와인을 소개한 적이 있어요. 이른바 ‘곱창스파클링’이었죠. 스파클링 와인도 종류가 다양한데, 이 중에서 곱창구이의 기름진 곱을 고소하게 바꿔주는 건 프랑스의 스파클링 와인 크레망(Cremant)만 한 게 없다고 말씀드렸어요.

저는 스파클링 와인마다 제철이 있다고 생각해요.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축배를 들 때는 프랑스 샴페인(Champagne)이 제격이고, 여름날 맥주 한 잔을 대신하는 와인으로는 스페인의 카바(Cava)가 최고다, 이런 느낌인 거죠. 오늘 소개하는 이탈리아의 유명 스파클링 와인 프로세코(Prosecco)는 왠지 봄을 떠오르게 하는 와인이에요. 너무 무거운 것도 아니고, 너무 가볍지도 않은 딱 중간적인 와인이어서 그래요. 봄에 마시면 더 좋은 프로세코를 왜 ‘탕수육스파클링’으로 추천하는지, 지금부터 이유를 알려드릴게요.

위키드 와이프 이영지. 이번 주 일상와인에서는 탕수육에 어울리는 스파클링 와인을 소개한다. 사진 이영지

빨간 탕수육


2013년 가을, 와인 잡지 기자였던 저는 홍콩에서 열리는 ‘와인앤다인 페스티벌(Wine & Dine Festival)’에 출장을 갔어요. 와인앤다인 페스티벌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와인 축제예요.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부터 길거리 포장마차까지 별의별 홍콩 음식을 맛보고 다녔어요. 와인 잡지 기자다 보니 홍콩 음식에 맞는 와인 페어링을 취재해야 했고요. 프랑스 음식이나 이탈리아 음식에 와인을 맞추는 취재는 여러 번 했었지만 홍콩 음식에 맞는 와인 페어링은 처음이어서 살짝 겁을 먹었어요.
홍콩 빅토리아 하버의 야경. 온갖 산해진미를 맛볼 수 있는 세계 미식의 본고장이기도 하다. 백종현 기자
하루에 식당 다섯 곳을 가는 강행군이었어요. 내내 중식을 먹었는데, 한국 중국집에서 먹었던 짜장면은 한 번도 못 먹어봤어요. 대신에 바싹 튀긴 마늘과 고추를 수북히 올린 게 요리, 소시지를 납작하게 저민 광둥식 소시지 요리 같은, 발음이 어려워 지금은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홍콩 요리를 먹고 다녔어요. 대신 페어링 와인은 기억나요. 게 요리에는 프랑스 보졸레의 가메(Gamay) 레드 와인이 나왔고, 소시지 요리는 남아공의 피노타주(Pinotage) 레드 와인이 깔렸었네요.

‘탕수육스파클링’을 발견한 건 출장 셋째 날이었어요. 빅토리아 하버가 내려다보이는 광둥 요리 레스토랑에 앉았는데, 식탁에 깔린 요리 중에 눈에 띄는 음식이 있었어요. 이름을 물어보니 ‘구루러우(咕嚕肉)’라고 했어요. 돼지고기를 파인애플·피망 같은 채소와 함께 볶은 요리였어요. 처음엔 이게 탕수육인 줄 몰랐어요. 색깔이 우리가 먹는 탕수육보다 훨씬 빨갛고 진했거든요.

한 입 먹어보니 케첩 맛이 확 올라왔어요. 다시 먹고 나서야 탕수육이란 걸 알았어요. 구루러우는 웍에서 고기를 볶을 때 케첩 소스를 넣어 함께 조리하는 광둥식 탕수육이었어요. 이 음식이 우리나라 탕수육의 원조라는 설명도 들었고요. 우리가 아는 탕수육에 케첩이 들어가니까 불량식품 같은 새콤달콤함이 더해져 첫입에는 잘 몰랐던 거예요. 나중에 보니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케첩을 넣은 빨간색 ‘부먹’ 탕수육을 내는 중국집이 꽤 있더라고요.

위키드 와이프가 제안하는 '탕수육스파클링' 차림. 이탈리아의 대표 스파클링 와인 프로세코가 탕수육의 기름기를 적절하게 잡아준다고 한다. 사진 이영지

빨간 탕수육에 감탄하고 있는데 소믈리에가 페어링 와인을 맞춰보래요. “샴페인이요?”라고 물었더니, 아니래요. 샴페인은 산도가 너무 날카로워서 케첩이 들어간 소스의 신맛을 더 세게 만든다네요. 그러더니 오늘의 주인공 프로세코를 따라줬어요. 프로세코는 기포가 자글자글 올라오면서 흰 꽃 향과 아몬드 향이 가볍게 퍼지는 와인이에요. 잔잔하고 여리여리해요. 날카롭거나 모난 데가 없어서 샐러드에도 어울리고 김밥에도 어울리고, 솔직히 안주 없이 마셔도 충분히 맛있는 와인이에요.

이 순한 프로세코가 케첩의 신맛이랑 파인애플의 열대과일 향과 딱 맞아떨어지는 거예요. 튀김 옷의 기름기는 기포가 깔끔하게 씻어줬어요. 샴페인처럼 칼로 자르듯이 날을 세우는 게 아니라 부드럽게 감싸면서 정리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건 프로세코만 할 수 있는 일이에요.

그날 이후로 저는 중국집에 갈 때 꼭 프로세코를 챙겨요. 아 참, 프로세코에 짜장면은 추천하지 않을게요. 춘장의 구수하고 달큰한 맛이 프로세코의 섬세한 과일 향을 덮어버리거든요. 짜장면 한 젓가락에 프로세코가 바로 탄산수가 되고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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