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교황 옹호’ 멜로니에 맹공 “받아들일 수 없는 그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교황을 옹호하며 자신을 비판한 조르자 멜로니 총리를 향해 거친 비난을 쏟아냈다. 한때 유럽 내에서 가장 가까운 관계로 평가되던 두 정상 간 균열이 중동 정세를 계기로 표면화되는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의 인터뷰에서 “멜로니 총리는 이란이 핵무기를 가지는 것을 신경 쓰지 않고 2분 안에 이탈리아를 날려버릴 수 있다는 점도 개의치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그녀”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교황에 대한 비판을 “용납할 수 없다”고 지적한 멜로니 총리의 발언에 맞받아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멜로니 총리는 핵무기를 제거하려는 우리를 돕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석유를 확보하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마음에 드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녀에게 용기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틀렸다”며 “그녀는 미국이 이탈리아를 대신해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아울러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를 “좋은 친구”로 지칭하며 “이탈리아처럼 이민자들이 들어와 나라를 망치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이는 최근 총선에서 패배한 오르반 정부와 대비해 멜로니 총리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녀는 더이상 같은 사람이 아니며 이탈리아도 더는 같은 나라가 아닐 것”이라며 “이민이 이탈리아와 유럽 전체를 죽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럽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에너지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호르무즈 해협을 위해 싸울 준비조차 돼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레오 14세 교황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교황은 이란이 핵 위협이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전쟁에 대해 말해서는 안 된다”며 “교황은 이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전혀 모르고 지난달 시위대 4만2000명이 살해됐다는 것도 이해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란 내 반정부 시위 유혈 진압은 올해 1월 발생했다.
멜로니 총리는 그동안 유럽 주요국 정상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온 지도자로 평가됐다. 지난해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도 유럽 정상 중 유일하게 참석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1년 전만 해도 멜로니 총리를 “모두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친구”라고 치켜세운 바 있다.
한편 멜로니 총리는 이날 이탈리아 베로나에서 열린 와인 박람회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관련 논란에 대해 “친구이고 특히 전략적 동맹이라면 의견이 다를 때 그것을 말할 용기도 있어야 한다”며 “그것이 유럽과 미국 서방 전체에 좋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우리의 전략적이고 최우선적인 동맹이기 때문에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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