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혜리의 시시각각] 대통령은 낚였고 또 낚일 것이다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 알고리즘이 사용자의 확증편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건 이제 많이들 안다. 하지만 내가 SNS에 남긴 흔적이 누군가 내 행동을 조종하는 강력한 도구로 쓰인다는 사실에 대해선 여전히 무지한 거 같다. 한국어 공식 서비스 전인 2010년부터 트위터(현 X)를 사용하며 지금도 SNS를 24시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이재명 대통령조차 예외가 아니다. 아니, 더 많이 쓰는 만큼 더 취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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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인 공개 SNS 위험 드러나
반이스라엘 선전전 먹잇감 됐나
낚인 계정 왜 여전히 팔로우하나
」
이 대통령이 지난 10일 본인 X 계정에 공유해 결국 이스라엘과 외교적 마찰로 이어진 문제의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시신 처리 영상'은 이런 불편한 진실을 드러낸 사례다. 지난 2016년 미 대선 당시 페이스북 사용자 데이터로 심리 프로파일링해 힐러리 지지층을 투표장에 가지 않게 만든 유권자 억제 전략 '사기꾼 힐러리를 꺾어라(Defeat Crooked Hillary)' 만큼이나 전 세계적으로 두고두고 회자될 사건이 아닌가 싶다.
국제사회 발언권이 꽤 큰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2년 전 영상에 낚여 검증 없이 "아동 고문 라이브 영상"이라는 허위 사실이 포함된 혐오 영상을 SNS로 퍼 나르고, 틀린 사실이 드러난 후에도 사과·삭제 대신 반발하는 이스라엘을 향해 오히려 "끊임없는 반인권적 반국제법적 행동"이라거나 "실망"이라고 포스팅한 건 그 자체로 매우 부적절하다. 이를 비판하는 야당과 언론을 "사욕을 위해 국익을 훼손하는 매국노"로 부르거나 "오목 좀 둔다고 명인전 훈수 두는 분들"이라고 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더 큰 문제는 대통령의 이런 납득하기 어려운 행보가 사소해 보일 정도로 훨씬 큰 위협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 보편 인권을 강조했다는 대통령 설명과 달리 대한민국 대통령 발언이 반(反) 이스라엘 세력의 SNS 선전전 무기로 이미 쓰였고,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쓰일 가능성이 크다는 말을 하는 거다. 이 영상은 반이스라엘 진영이 구사해온 SNS 선전전의 전형적 패턴을 담고 있는데, 이들 입장에선 거의 완벽한 성공 시나리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0일 포스팅한 이스라엘군 영상은 Jvnior라는 계정에서 퍼왔다. 2년 전 전혀 다른 상황 속 영상이라는 게 드러난 후에도 이 계정에선 "영상은 사실이고, 세부 사항을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통령은 14일 오후 현재까지 여전히 팔로우 중이다. [X 캡처]](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15/joongang/20260415002005264cffk.jpg)
하나하나 따져보자. 반이스라엘 진영은 과거 이스라엘군 폭력 영상을 현재 시점 어린이·여성 희생자로 재포장해 이스라엘에 비인도적 국가라는 이미지를 씌우는 전술을 써왔다. 이번에 이 대통령이 리포스팅한 @Jvnior 계정은 2021년 3월 개설 이후 지금껏 6만여 건(하루 평균 32건), 그러니까 이 대통령이 17년 동안 올린 것과 맞먹는 엄청난 분량의 포스팅을 전부 이런 내용으로 채워왔다. 누가 봐도 평범한 개인 계정으로 보긴 어렵다. 대통령이 이런 사실을 사전에 인지했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평소 이 계정을 팔로우해왔기에 이스라엘 욤 하쇼아(홀로코스트 기념일, 유대력 니산월 27일로 올해는 4월 13일) 직전이라는 기막힌 타이밍에 한국 대통령 입으로 반이스라엘 메시지를 내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반이스라엘 선전전의 또 하나의 특징은 유대인이 당한 학살을 지금 이스라엘이 되풀이하고 있다는 홀로코스트 프레임 전복을 시도한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이 영상을 공유하며 "유대인 학살이나 (이스라엘의) 전시 살해는 다를 바가 없다"고 썼을 때 이들은 쾌재를 부르지 않았을까.
우연이든 의도된 미끼든 @Jvnior는 이 대통령을 낚은 후 연일 한국 관련 포스팅을 쏟아내고 있다. 이 대통령을 향한 감사 인사를 시작으로, 이스라엘 외무부를 비난하는 대통령 포스팅과 한국에서의 이스라엘 규탄 집회 영상을 공유하더니 이젠 김정은 영상까지 올린다. 포스팅마다 "이제 한국도, 너(이스라엘)를 싫어한다는 걸 받아들여"라는 댓글이 붙는다. 대통령 의도와 무관하게 선전전 무기로 쓰였다는 걸 부인하기 어렵다.
문제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다. 정교한 데이터 분석도 필요 없이 거의 0에 가까운 비용으로 대통령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게 드러났으니 하는 말이다. 위험을 깨달아야 막을 수도 있는데, 대통령은 아직 @Jvnior를 팔로우 중이다.

안혜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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