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물밑협상 낙관론… 코스피, 전쟁 후 첫 장중 6000피
외국인 석달 만에 순매수 돌아서
“추가 상승…7500까지 간다” 전망

코스피가 미국·이란 전쟁의 끝을 내다 보고 있다. 지난 주말 종전 협상은 성과 없이 끝났고, 국제 유가도 여전히 배럴당 100달러 안팎을 오가고 있다. 그럼에도 금융시장은 최종 협상 타결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2차 대면 협상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14일 코스피는 전쟁 발발 이후 30거래일 만에 처음으로 장중 6000선을 돌파했다. 외국인 투자자도 석 달 만에 코스피 순매수로 돌아섰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59.13포인트(2.74%) 오른 5967.75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는 상승폭이 3.75%까지 확대되면 6026.52까지 오르기도 했다. 미국과 이란의 물밑 협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투자심리를 끌어올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CNN 등은 미국 당국자와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 이란이 합의 도출을 위해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CNN은 양측이 다시 공식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이란 전쟁 이후 코스피는 세 차례나 5000선까지 밀리며 불안한 흐름을 보였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의 실적 기대가 유지되면서 지수 하단을 떠받쳐왔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은 이란 사태가 최악의 국면에서는 벗어난 것으로 판단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미국 증시는 이미 전쟁 이전 수준을 상당 부분 회복했다. 13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전쟁 발발 이전 수준을 되찾았다. 국제유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반도체주 강세가 시장 전반을 지탱한 결과다. 간밤 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68% 오르며 9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 증시에서도 그대로 재현됐다. 이날 삼성전자는 2.74%, SK하이닉스는 6.06% 올랐다. 삼성전자우(2.09%), SK스퀘어(10.34%) 등 반도체 관련 대형주도 동반 강세를 보이며 코스피 상승을 이끌었다. 국내 반도체 수출도 견조하다. 이번달 1~10일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2.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투자자의 수급 변화도 눈에 띈다. 외국인은 지난 2월과 3월 각각 21조원, 35조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이번달 들어서는 5조원 넘게 순매수하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순매도 압력이 시간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며 “시장의 주도주인 반도체를 보는 시각도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외국인은 이달 들어 SK하이닉스를 2조8000억원, 삼성전자를 1조9000억원어치 순매수하며 지난달까지 집중적으로 팔던 반도체 대형주를 다시 사들이고 있다.
국채 금리도 비교적 안정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쟁 발발 이후 급등했던 주요국 국채 금리는 최근 하향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평가다. 한때 4.5%에 근접했던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날 오후 5시 기준 4.27%대에서 움직였다. 미국 10년물 금리는 글로벌 자산 가격의 기준점으로 여겨지는 만큼, 4.5%에 가까워질 경우 주식 같은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해지고 기업 자금조달 비용 부담도 커져 증시에 악재로 작용해왔다.
증권가에서는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코스피 추가 상승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KB증권은 이날 코스피 목표치를 7500으로 제시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방산·조선·기계·정유·에너지·로봇 등으로 실적 성장세가 확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증권사는 올해 코스피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165% 증가한 792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2027년에는 코스피 영업이익이 100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제시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12개월 선행 코스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4배로, 전 세계 증시 평균인 3.1배와 아시아 신흥국 평균인 2.0배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라며 “상법 개정 등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대책으로 PBR이 개선되고, 반도체 중심의 실적 호전이 이어질 경우 코스피는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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