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당에서 지옥으로…삼천당제약 미스터리 [스페셜리포트]
“2500억원 규모 지분 매각은 취소하겠다. 대주주로서 성실한 납세 의무를 이행하려 했던 순수한 의도였다. 악의적인 프레임에 갇혀 기업가치가 훼손되는 것을 막고자 이를 철회한다.”
지난 4월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천당제약 본사. 최근 주가 급락 사태를 겪은 삼천당제약 전인석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비만 치료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위고비 제네릭(복제약)으로 인정받았다”라며 “삼천당제약은 국내 최초로 점안제 제네릭을 수출한 기업이다. 기술력의 실체가 없다면 처벌을 받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삼천당제약은 간담회를 통해 ▲2500억원 규모 대주주 지분 매각 ▲S-PASS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S-PASS 경구용 인슐린 ▲미국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계약 등 의혹을 해소하려 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은 시장에서 제기된 숱한 의혹에 대한 해명을 듣고자 취재진 수십명이 모였다.
올 들어 지난 3월 30일까지 5배(400%) 치솟으며 코스닥 시가총액 1위에 올랐던 삼천당제약 주가는 기자회견 직후에도 급락했다. 지난해 말 종가 기준 23만2500원이었던 삼천당제약 주가는 지난 3월 30일 118만4000원까지 치솟아 종가 기준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이후 ▲15조원 규모 계약 의구심 ▲한 블로거의 주가 조작 의혹 제기 ▲기술력 논란 등 숱한 의혹에 휘말려 주가는 50만원대로 곤두박질쳤다.
전문가들은 삼천당제약 사태를 두고 코스닥 현주소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진단을 내놓는다. 삼천당제약이 우후죽순 쏟아진 상장지수펀드(ETF) 수급 쏠림을 타고 시총 1위까지 질주하는 동안, 시장에서는 단 한 편의 분석 보고서도 없었다. 전문가들은 ETF 수급 쏠림을 경계하는 한편, 기업 공시 사후 규제 시스템 등으로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석연찮은 대응 입길
삼천당제약은 코스닥 역사상 극적 변동성을 보인 종목 가운데 하나라는 데 이견이 없다. 연초 20만원대였던 주가는 지난 3월 30일 장중 123만3000원까지 올랐다. 기폭제는 지난 3월 19일 공시였다. 경구용 인슐린의 유럽 임상 1·2상 시험계획서(IND) 제출 완료 공시에 이어 다음 날 한국투자증권이 목표주가 없이 내놓은 보고서가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지난 3월 30일에는 미국 파트너사와 라이선스 계약 공시도 나왔다. 정점은 짧았다. 지난 3월 19일 공시 뒤 하루 만인 3월 20일 에코프로를 제치고 코스닥 시총 1위에 올랐다. 이후 3월 31일까지 1위를 유지했지만, 숱한 의혹에 떠밀려 속절없이 무너졌다. 삼천당제약을 둘러싼 논란은 크게 기술 실체와 계약 신뢰, 연구·개발(R&D) 인프라, 대응 방식으로 확산했다. 시장에서는 제한적인 연구개발 인프라와 석연치 않은 간담회 대응, 과한 법적 대응이 오히려 의문을 키웠다는 평가가 나왔다.
[의혹 1] 제네릭·S-PASS 진위 여부
가장 논란이 된 대목은 ‘S-PASS’ 플랫폼이다. 이는 인슐린과 세마글루타이드·리라글루타이드(삭센다) 등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치료제에 별도 물질을 결합해 주사제를 경구제(입으로 복용하는 형태)로 변환하는 기술이다. 삼천당제약은 S-PASS 플랫폼에 세마글루타이드와 인슐린을 각각 결합한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제네릭·경구용 인슐린을 개발해 상용화에 나선 상태다.
삼천당제약 S-PASS 플랫폼 기술은 실체가 없다는 의혹으로 진위 여부가 입길에 올랐다. 전인석 삼천당제약 대표는 논란을 불식시키려 지난 4월 6일 기자간담회에서 “삼천당제약의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가 FDA로부터 제네릭으로 인정받아 추가 임상 없이 연내 상업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며 FDA에 제출한 공식 논의 문서를 공개했다.
이 대목에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삼천당제약이 공개한 문서가 FDA와 개발·허가 요건을 사전 협의하는 ‘Pre-ANDA’ 단계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제네릭 의약품 허가를 받으려면 정식 신청 단계인 ANDA를 통과해야 한다. Pre-ANDA는 그 전 단계다. FDA가 제네릭 인정을 위한 사전 미팅 요청을 승인했을 뿐 제네릭으로 인정한 건 아니라는 뜻이다. 시판까지는 ‘ANDA 신청 →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BE) 통과 → 승인’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에 전 대표는 “제네릭이 아니라면 Pre-ANDA 미팅 접수 단계에서 거절됐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회사는 기자간담회 다음 날인 4월 7일 FDA가 Pre-ANDA 미팅 협의를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또, 삼천당제약 측은 경구용 약물 흡수를 돕는 물질인 ‘SNAC’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 제형 특허를 회피해 시장 진입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SNAC은 노보노디스크가 2039년까지 특허권을 갖고 있다. 전 대표는 “삼천당제약의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는 SNAC을 사용하지 않는 ‘SNAC-Free’ 구조”라며 “제네릭(ANDA) 트랙으로 분류됐다”고 강조했다. 특허 침해 없이 자율적으로 기술 활용이 가능하다는 특허법률사무소 의견서도 공개했다.
그럼에도 삼천당제약이 S-PASS 플랫폼 기술 자체 특허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은 명확하다. 이는 전 대표 역시 기자간담회에서 인정했다.
단, 삼천당제약 측은 S-PASS·세마글루타이드·기타 부재료를 혼합한 기술과 S-PASS·인슐린을 혼합한 기술을 각각 특허로 등록했다고 강조한다. 또, 대만 위탁 연구 파트너인 서밋바이오테크가 대리 출원한 S-PASS 특허에 대한 권리도 주장한다. 삼천당제약은 지난 4월 8일 대만 지식재산권청(TIPO)으로부터 서밋바이오테크가 2024년 대리 출원한 S-PASS 특허 등록 결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서밋바이오테크 R&D와 인건비를 삼천당제약이 전액 부담하고 있어, S-PASS의 실질적인 소유권과 상업화 권리를 100% 갖는다는 게 삼천당제약 측 입장이다.
[의혹 2] 美 계약 부풀리기?
미국 파트너사와 체결한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계약 또한 의심스럽다는 반응이 뒤따른다. 삼천당제약 공시에는 파트너사로부터 1억달러(약 1506억원) 규모 마일스톤과 향후 10년간 판매 수익의 90%를 받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수익 배분 조건이 이례적으로 삼천당제약에 유리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제품·기술을 제공하는 회사와 제공받는 회사가 이익을 비슷하게 나누는 5 대 5 배분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수익 분배 방식에서 마일스톤은 제품 공급 계약의 착수금 성격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일회성 기술 판매가 아니라 파트너사가 제품을 독점으로 판매해 발생한 매출을 지속적으로 공유받는 구조이므로, 9 대 1 배분 계약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전 대표는 “파트너사가 목표 매출의 50%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계약 해지권을 발동할 수 있다”며 “삼천당제약이 주도권을 쥔 ‘바인딩(Binding)’ 조항이 포함됐다”고 강조했다.
삼천당제약의 원료의약품 원가가 약 20달러(약 3만원) 수준으로 저렴하다는 점도 9 대 1 배분 계약을 가능케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노보노디스크 등 경쟁사 원료의약품 단가는 100~200달러 규모다. 여기에 SNAC-Free를 통한 특허 회피도 가격 절감 요소다. 이에 따라 삼천당제약에 유리한 계약을 맺더라도 파트너사 역시 상당한 수익을 확보할 수 있어 이런 수익 배분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회사는 주장한다.
그럼에도 삼천당제약이 계약 파트너사를 공개하지 않은 점은 찜찜한 대목이다. 전 대표는 “특허는 등록되는 순간부터 모방의 위험이 따른다”며 “숨기는 것이 아닌 삼천당제약의 경쟁 전략”이라고 항변했다.

삼천당제약의 R&D 역량과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논란거리다. 지난해 말 기준 삼천당제약 R&D 인력은 박사급 연구원 1명을 포함 35명 규모로 파악된다. 다른 제약사 대비 박사급 인력이 지나치게 적다. 대웅제약은 R&D 인력 271명 중 박사 80명, 유한양행은 459명 중 99명, 알테오젠은 112명 중 17명 등 여러 경쟁사는 두 자릿수의 박사급 연구 인력을 확보했다.
삼천당제약은 해외 연구소 50명, 종속회사 옵투스제약 8명 등 R&D 인력을 갖췄다고 주장한다. 전 대표는 “분산형 오픈 이노베이션 구조를 통해 글로벌 연구소와 외부 파트너를 운영 중”이라며 “효율과 보안을 위해 프로젝트별 조직을 분리하고 접점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해외 연구소 위치나 인력 규모에 대해서는 답변을 피했다. 제약 업계에서는 이 같은 삼천당제약 행보에 의문을 제기한다. 한 제약 업계 관계자는 “해외 인력을 고용하고 연구소를 운영하면서 규모와 위치를 밝히지 못한다는 것은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인력과 인프라는 숨겨야 하는 정보가 아니라 기업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지적했다.

삼천당제약의 과도한 대응도 의혹을 키웠다는 평가다. 삼천당제약은 주가가 하한가를 기록한 다음 날인 4월 1일 한 블로거와 iM증권, iM증권 소속 애널리스트에 대해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삼천당제약은 “한 블로거가 사실무근의 글로 시장을 혼동케 하고 있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또 iM증권과 소속 애널리스트에 대해 “특정 증권사와 애널리스트가 유포한 악의적인 허위 사실에 대해 즉각적인 고소와 손해배상 청구를 진행한다”며 “단순히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지 않고, 증권사 차원의 조직적 개입 여부를 끝까지 추적해 선량한 주주들의 피해를 반드시 보상받겠다”고 밝혔다. 이에 iM증권은 “삼천당제약 주가가 하한가를 찍은 후 기자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설명일 뿐”이라며 회사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증권 업계에서는 삼천당제약 대응을 두고 과도한 처사라고 비판한다. 한 리서치센터장은 “인과관계를 보면 삼천당제약이 이미 하한가로 직행한 상황에서 제약·바이오 담당 애널리스트 발언이 나온 것”이라며 “애널리스트 발언으로 주가가 하한가를 기록했다는 주장은 다분히 감정적인 대응”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애널리스트 의견은 다양할 수 있는데 이를 두고 소송을 걸면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더욱 코스닥 기업을 분석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HBM 기술 논란을 겪을 때 부정적인 의견을 낸 애널리스트를 고발한 사례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기자간담회에서 삼천당제약 소속이 아닌 파트너사 대표가 질의응답에 나선 점도 논란을 부추겼다. 당시 석상제 디오스파마 대표는 아무런 소개 없이 질의응답 도중 투입돼 전 대표 답변을 대신했다. 삼천당제약의 특허·계약 등에 관해 답한 석 대표는 이름과 직책을 밝히지 않은 채 자리를 떴다. 디오스파마는 삼천당제약의 무채혈 혈당측정기 사업 파트너사다. 삼천당제약은 “석 대표는 2014년부터 해외 사업개발(BD) 영역 자문을 맡아 전문 지식이 많은 인물”이라며 “첫 기자간담회여서 미숙한 점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ETF 쏠림·제도권 분석 실종
전문가들은 삼천당제약 사태가 코스닥의 구조적 문제점이 압축된 사례라고 지적한다. 차별점 없이 쏟아진 ETF 수급에 올라탔고 시총 1위에 오르기까지 제도권에서 제대로 된 분석은 실종됐다. 분석 공백으로 개인투자자들은 검증 안 된 유튜브·커뮤니티발 투자 서사에만 매달렸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공시 제도 전반을 비롯 코스닥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 ETF가 만든 ‘패낳괴’?
삼천당제약 주가 급등 과정에는 눈덩이 굴리듯 따라붙는 ETF 수급이 한몫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ETF 같은 패시브 자금은 기업가치 판단과 무관하게 기계적으로 유입돼 ‘정보 없는 수요’를 만든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ETF는 개인투자자 매수·매도 주문에 대응해 증권사 같은 유동성 공급자가 기계적으로 물량을 공급한다. ETF 개인 매수 → 유동성 공급자의 ETF 매도 → 유동성 공급자 현물 헤지 매수로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기초자산 주가가 기업 실적이나 정보 변화보다 ETF 자금 유출·입과 유동성 공급자 리밸런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
삼천당제약은 코스닥150·바이오·헬스케어 계열 ETF에 광범위하게 편입됐다. 주가가 오르며 시총이 커질수록 지수 내 비중도 자동으로 높아졌다. 비중이 높아지면 이를 추종하는 패시브 ETF는 물론, 벤치마크를 의식하는 액티브 ETF까지 기계적으로 편입 규모를 늘릴 수밖에 없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삼천당제약을 담은 ETF는 41개, 투자 규모는 약 6300억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TIGER 코스닥150바이오테크의 삼천당제약 비중은 약 12%였고 주가가 고점이던 지난 3월 30일에는 이보다 더 늘었다. 주가 상승 → 시총 확대 → 지수 비중 상승 → ETF 추가 매수 → 주가 재상승이라는 자가복제 구조가 형성됐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이런 구조가 하락기 때 같은 방식으로 시장 전체 충격을 증폭시킨다는 데 있다. 가령, 삼천당제약이 미국 계약 공시 이후 급락하자 ETF도 타격을 입었다. 삼천당제약 비중이 높았던 TIGER 코스닥150바이오테크와 RISE 헬스케어는 물론, 액티브 ETF도 뒤늦게 비중 축소에 나섰다. 특히, ETF에 편입된 핵심 종목이 하한가로 사실상 거래가 막히면, 증권사 등 유동성 공급자는 상대적으로 거래가 수월한 다른 편입 종목을 팔아 현금 확보와 위험 축소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삼천당제약이 하한가에 묶여 거래 불능 상태가 되자 유동성 높은 바이오 대형주에 매도 압력이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던 이유다.
[2] 시총 1위인데 분석 ‘0’
삼천당제약 사례는 코스닥 정보 비대칭을 극단적으로 드러난 사례로 지목된다.
한때 코스닥 시총 1위 종목이지만, 분석 보고서를 낸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 한 곳뿐이다. 이 보고서조차 목표주가를 내지 않았다. 익명을 원한 바이오 업종 애널리스트는 “시총 상위주는 원래 증권사, 기관투자가, 언론의 교차 검증을 받으며 가격이 형성돼야 한다. 삼천당제약은 수십조원대 시가총액을 형성하는 동안 기술, 계약, 임상, 수익 구조를 정면으로 검증하는 리서치는 사실상 실종됐다”고 털어놨다.
이런 상황에서는 급락 때 투자자 의사결정이 무력화될 수 있다. 통상 목표주가 등 기업가치 분석은 시장 참여자에게 의사결정 기준점 역할을 한다. 삼천당제약처럼 이런 기준점 자체가 없는 상황에서는 투자자가 무엇을 근거로 보유·매도·추가 매수를 판단해야 하는지 불분명해진다.
시선이 따가운 대목은 액티브 ETF조차 삼천당제약을 대거 편입했다는 점이다. 액티브 ETF는 지수를 기계적으로 따라가는 패시브 ETF와 달리, 매니저의 재량 판단이 일정 수준 반영된다. 분석 보고서가 없는 상태에서도 삼천당제약은 여러 액티브 ETF의 핵심 편입 종목이 됐다. 이후 주가가 급락하자 이들 ETF는 뒤늦게 비중 축소에 나섰다.
운용 업계 관계자는 “개별 종목의 가격 발견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ETF 자금이 시총 상위 종목에 집중됐다. 삼천당제약 주가는 기업가치의 결과라기보다 수급 구조의 산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천당제약의 이례적 급등락을 제도권 분석 공백이 빚어낸 투자자 확증편향의 결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삼천당제약은 독립적인 외부 분석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는 투자자가 기업의 기술력, 허가 가능성, 계약 구조를 다층적으로 검증하기보다, 자신이 이미 믿고 싶은 투자 서사를 반복 확인하는 쪽으로 기울기 쉽다고 행동경제학은 설명한다.
행동경제학에서 주장하는 확증편향은 정보가 부족할수록 더 강해진다는 게 여러 실증 분석 결과다. 삼천당제약처럼 제도권 분석이 거의 없는 종목에서는 유튜브·커뮤니티 게시물이 그 빈자리를 채운다. 검증된 분석 기반이 취약할수록 투자자는 사실보다 반복 노출과 집단 분위기에 더 쉽게 기대고 시장 판단 기준도 기업가치 검증보다 투자 서사 쪽으로 이동한다는 주장이다.
제도권 분석 보고서와 목표주가 등은 시장 참여자에게 투자 의사결정 기준점을 제공하지만, 삼천당제약처럼 그 기준점이 없다면 투자자는 타인의 행동을 자신의 판단 근거로 삼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일종의 군집행동 현상이다. 여러 실증 연구도 확증편향이 군집행동을 강화하고 정보가 불완전한 시장일수록 투자 판단 왜곡을 키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삼천당제약 사태가 남긴 것
정보 투명성 높이고 시장 정화 속도
삼천당제약 사태는 개별 기업 논란에 그치지 않는다. 코스닥 취약성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평가다. 정보 비대칭과 기업 분석 부재 등 꾸준히 지적된 구조적 문제가 한꺼번에 수면 위로 떠올랐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코스닥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시급한 과제로 공시 체계 표준화가 꼽힌다. 현재 코스닥 시장은 기업마다 공시를 통한 정보 공개 수준이 제각각이다. 이마저도 공식적인 채널 외 자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선택적으로 정보가 전달되는 경우가 많다. 삼천당제약 역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대신 자사 홈페이지를 주로 활용했다. 단순히 공시 의무를 이행하는 수준을 넘어 계약 구조, 사업 진행 상황, 리스크 요인 등 핵심 정보를 정기적으로 공개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코스닥 정보 불투명성은 절대적인 정보의 양보다 비대칭성과 비표준화에 따른 문제”라며 “기업마다 공개 범위가 다르고 애널리스트 탐방을 제한하는 경우가 상당해 시장 참여자 간 정보 격차가 확대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동일한 정보가 시장에 공정하게 공개되는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며 “사업 목표가 달성되지 않았을 경우 사유와 진행 상황까지 구체적으로 공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코스닥 상장사의 기업설명회(IR) 방식 변화도 요구된다. 선별된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폐쇄적 설명회에서 벗어나 모든 투자자가 동일한 정보를 동시에 접할 수 있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A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다수 코스닥 기업이 IR을 주가 부양 수단이나 형식적 절차로만 여기는 분위기”라며 “지금처럼 선별적인 IR이 아닌 모든 주주가 같은 시간에 접속할 수 있는 온라인 생중계 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스닥 기업의 폐쇄적인 IR 문화는 기업과 투자자 사이 정보 비대칭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에 충분한 기업 분석 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리서치 지원 필요성도 제기된다. 이번 사태는 코스닥 시총 1위 기업임에도 시장에 충분한 분석 자료가 존재하지 않아 문제를 더욱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단, 현재 증권사 리서치센터 인력 구조상 1800개 이상의 코스닥 상장 기업을 모두 분석하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지난 4월 9일 기준 코스닥 상장 기업 수는 1820곳으로, 코스피 상장 기업 수(840곳)를 2배 이상 웃돈다. 통상 증권사에서는 애널리스트당 분석 종목으로 10~12개를 최대치로 판단한다. 실적 발표 기간이 몰려 그 이상 기업을 맡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이유다.
이 때문에, 리서치 인프라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기업 분석 보고서가 없으면 검증되지 않은 정보에 의존하게 돼 투자자는 변동성 위험에 더욱 노출될 우려가 크다. 운용 업계 관계자는 “코스닥 기업 분석을 확대하기 위해 독립 리서치 지원을 검토해볼 수 있다”며 “증권사를 대상으로 중소형주 분석에 대한 인센티브 도입 또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스닥 기업 가운데 재무안정성이 높거나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 수혜가 기대되는 기업 중심으로 분석을 확대하는 방향이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자체 정화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정부가 코스닥 좀비기업 퇴출을 강조하는 이유 역시 시장 정화를 통해 투자자 신뢰를 높이겠다는 의도다. 유망 기업은 과감하게 상장시키되, 부실기업은 신속히 시장에서 퇴출시켜야 시장 신뢰를 제고할 수 있다. 코스닥 시장의 질적 수준 향상을 위해 유망 종목의 코스닥 우선 상장 방안 마련도 고려할 만하다.
B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정부가 강조하듯 코스닥 자정 기능이 우선 강화돼야 한다”며 “우량기업은 남기고 부실기업은 시장에서 내보내야 하는데, 현재 상황은 부실기업만 남고 우량기업은 줄줄이 코스피로 이전 상장하는 기형적인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수 상승 측면에서도 종목 수가 줄어야 유리하다”며 “성장성 높은 비상장 기업을 코스닥에 우선 상장하도록 한다면 투자 심리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탰다.
[배준희·문지민·이채원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5호(2026.04.15~04.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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