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찾아 사육장 탈출?… 대한민국은 지금 ‘늑구’ 열풍
이 대통령도 “안전”… 사살 배제 방침
8시간 대치하다 포위망 뚫고 달아나

대전의 한 동물원을 탈출한 수컷 늑대 ‘늑구’가 이례적인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포획 작전에 촉각을 기울이는 늑구 팬들은 “늑구가 잡히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인다. 2살짜리 늑구가 동물원의 비좁은 사육장을 탈옥해 자유를 찾아 떠났다는 이른바 동물 의인화 스토리가 인기를 끌어올렸다. 포획망을 신출귀몰 빠져나가는 늑구의 모습이 ‘자유의 상징’ ‘탈출의 달인’ 등 인터넷 공간의 ‘밈’으로 확산한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늑구는 지난 8일 오전 9시18분쯤 대전 중구 오월드를 탈출했다. 전기 울타리 아래에 있는 흙과 모래를 파낸 뒤 철망을 뚫고 밖으로 빠져나갔다. 늑구는 다음 날인 9일 오전 1시30분쯤 오월드 인근 야산에서 드론 열화상카메라에 잡히고는 5일간 행적이 묘연했다.
그사이 시민수색대도 등장했다. 늑구를 찾아 안전하게 돌려보내는 게 이들의 목표다. 이 중에는 늑구를 발견한 목격자도 있었다. 신고자는 13일 오후 10시45분쯤 늑구를 발견해 소방에 신고했다. 구조 인원 60여명은 마취총과 포획 장비를 동원해 늑구 포획에 나섰다. 하지만 늑구는 14일 오전 6시35분쯤 수색 당국과 8시간 동안 대치하던 끝에 수색 인원들을 따돌리고 달아났다. 마취총이 발사됐지만 날렵하게 뛰어다니는 늑구에게 맞지는 않았다.
포획 작전이 허탕을 칠수록 관심은 더 커졌다. 늑구가 사람 손에 길들여진 들개 수준의 늑대라는 전문가 분석이 알려지면서 무사귀환을 바라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수색 당국의 목표 역시 생포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어떠한 인명 피해도 발생하지 않길 바라며 늑구 역시 무사히 안전하게 돌아오길 기원한다”고 밝히면서 사살 작전을 시도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한때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늑구의 합성사진이 온라인에서 퍼졌다. 탈출 당일 오월드네거리 신호등 앞에서 도로를 걷는 늑대의 뒷모습이 담긴 사진이 퍼지면서 수색 초기 혼선이 빚어진 것이다. 이뿐 아니라 다양한 합성사진이 소셜미디어를 타고 번지면서 고라니 등을 오인한 신고도 급증했다.
늑구를 테마로 한 ‘밈 코인’(화제성 가상화폐)까지 제작됐다. 해외 일부 가상화폐 탈중앙거래소(DEX)에는 늑구 이름을 딴 코인 ‘Neukgu’가 유통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엑스(X·옛 트위터)에도 ‘Neukgu’라는 영문 계정이 문을 열었다.
늑구의 건강을 걱정하는 시민들은 늑구의 쌩쌩한 도주 상황을 지켜보며 안도했다. 이와 관련해 최현명 청주대 동물보건복지학과 교수는 “물은 기본적으로 마시고 있을 것이고 사냥 능력은 떨어지지만 고라니·오소리 등 야생동물 사체를 발견해 허기진 배를 채우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늑구의 인기가 과거 동물원을 탈출한 선배 동물들을 뛰어넘을지도 관심사다. 2023년에는 서울어린이대공원을 탈출해 광진구 주택가를 돌아다니던 수컷 그랜트 얼룩말 ‘세로’가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세로는 2019년 동물원에서 태어나 부모와 함께 지내다가 부모가 죽자 외로움과 스트레스로 인해 탈출했다는 ‘휴먼 스토리’로 관심을 끌었다.
전문가들은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전우영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반려동물을 사람과 같은 하나의 생명체로 생각하는 인식이 생기고 반려동물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늑구를 안타까워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늑구를 동물원의 좁은 공간에 갇혀 살게 한 데 대해 인간으로서 미안한 감정을 갖고 응원하는 마음도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늑구의 ‘앳된’ 외모가 보호 본능을 불러일으켰다는 해석도 있다. 전 교수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어려 보이는 생명체를 보면 본능적으로 보호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며 “늑구의 앳된 모습이 사람들에게 안타깝고 보호해주고 싶은 마음을 갖게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대전=전희진 김성준 기자 heej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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