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소멸? 노동시간 단축? AI 에이전트 시대, 인간의 쓸모를 묻다

김경년 2026. 4. 14.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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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오마이포럼 현장] 마당의 자연지능과 와인이 곁들여진 날선 질문들

[김경년 기자]

 지난 11일 오후 서울 서교동 오마이뉴스 마당집에서 열린 오마이포럼에서 최문정 교수, 박태웅 분과장, 오연호 대표(왼쪽부터)가 종합토론하고 있다.
ⓒ 김영애
"지금은 달리는 자동차의 바퀴를 갈아 끼우는 상황입니다. 지각이 변동하고 있는데 그 위에 집을 짓고 있는 거예요."

4월 11일 오후 서울 서교동 오마이뉴스 마당집에서 열린 오마이포럼 제3부 종합토론에서 박태웅 국가AI전략위원회 공공AX분과장이 한 말이다.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의 사회로 박 분과장, 최문정 카이스트 석좌교수, 그리고 일반 참가자 등 30여명이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는 AI 시대,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AI 때문에 실직을 하고 은둔형 외톨이가 된 아들의 아버지, 30년간 민주주의를 연구한 정치학자, 자연지성을 추구하는 대안학교 교사, 진로의 방향성이 극단적으로 다른 두 대학생의 아버지, 알고리즘에 의해 왜곡되는 민주주의 문제의 해결책을 찾고 싶어하는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 등이 참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잔디밭 위의 서두... "10억 개의 생명이 여기 있다"

토론 시작 전, 오 대표는 참가자들과 함께 마당집 잔디밭을 거닐며 라일락, 백일홍, 쑥부쟁이, 더덕, 머위가 자라는 모습을 가리켰다. 이들을 가리켜 "스스로의 협력을 배워가고 있는 자연지능"이라고 말한 그는 "우리는 1을 보고 있지만, 안 보이는 것은 10억 개의 생명이 여기 서식합니다. AI는 엄청난 전기를 먹고 작동하지만, 이들은 아무런 도움 없이 이렇게 가고 있어요. 무엇이 빠르고 무엇이 느린지 기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만합니다"고 화두를 던졌다.

그는 이 풍경에서 위로를 받는다고 했다. "저는 막 따라가야 될 것 같고 뒤처지면 안 될 것 같은데, 저 식물들은 한결같잖아요. 계절이 바뀌면 완전히 자기를 내려놓고 충분히 쉬어요. 우리가 지금까지 10억 개의 생명을 모르고 살아온 것처럼, 이 변화도 모른들 무슨 걱정인가 싶기도 합니다."
 4월 오마이포럼 참가자들이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오마이뉴스 마당집에서 오연호 대표(가운데)의 안내로 정원을 둘러보고 있다.
ⓒ 김경년
 4월 오마이포럼 참가자들이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오마이뉴스 마당집에서 오연호 대표의 안내로 정원을 둘러보고 있다.
ⓒ 김영애
맥주·와인 마시며 문답... "AI를 쓰면 뇌는 명백히 비활성화된다"

참가자들이 커피와 맥주, 와인을 마시는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종합토론에서 우선 오 대표가 "AI를 활용할수록 우리 뇌가 더 멍청해지는 게 아닌가"라며 환갑이 지나서도 새로운 공부를 해야하는 데 대한 위로를 구하자, 박 분과장은 단호했다. "명백히 활성화되지 않아요."

그는 최근 뇌과학 연구를 인용했다. "AI를 이용해 글을 쓴 사람과 직접 쓴 사람의 뇌를 MRI로 찍어보면, AI를 쓴 사람의 뇌가 명백히 비활성화돼 있어요. 더 의미심장한 건 그 다음인데, 두 그룹이 방법을 바꿔도 처음에 자기 머리로 글을 썼던 사람이 이후 AI를 써도 더 활성화돼 있고, 처음부터 AI를 쓴 사람은 자기 힘으로 쓰게 해도 덜 활성화됩니다."

그는 이를 뉴런의 연쇄고리로 설명했다. "개념이란 뉴런의 덩어리예요. 교육에서 세 단계를 묻습니다. 이런 개념이 있다는 걸 아는가, 이해하는가, 응용해서 문제를 풀 수 있는가. 이 세 단계를 다 AI에 떠넘기면 AI가 똑똑해지고, 여기 뇌의 연결고리는 점점 없어지는 거예요. 헬스클럽에서 트레이너한테 내 대신 운동해달라고 돈 주는 것과 똑같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AI 교과서를 강하게 비판했다. "AI 교과서가 교육적 효과가 있다는 논문은 단 한 장도 나온 바가 없어요. 반대되는 논문은 만 가지가 있고요. 미신 기반 정책입니다. 16세 전까지는 AI 안 하는 게 맞아요."

최 교수는 보다 유연한 입장을 취했다. "사람마다 AI를 쓰는 방식이 다 다릅니다. 어떤 학생은 AI를 썼을 때 점점 발전하고 어떤 학생은 오히려 나빠져요. 저는 AI를 쓰기 전에 내 생각을 정리하고 AI와 비교하면 발전하지만, 아무것도 안 하고 AI에 다 맡기면 자동차를 타도 운동을 안 하면 근육이 약해지는 것과 같습니다."

그는 수학 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수학이 뇌의 스쿼트예요. AI를 잘 쓰는 사람은 결국 논리적·수학적 사고가 가능한 사람입니다. 그 능력을 충분히 기르면 16살 이후 AI를 접해도 순식간에 다른 사람보다 훨씬 잘 쓸 수 있어요."
 지난 11일 오후 서울 서교동 오마이뉴스 마당집에서 열린 오마이포럼에서 최문정 교수, 박태웅 분과장, 오연호 대표(왼쪽부터)가 종합토론하고 있다.
ⓒ 김영애
"대안학교는 20살까지 아이들을 지키겠다"

숲나학교(대안학교) 문상이 교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저희 학교는 스마트폰 반입이 금지돼 있고, 글도 연필로 노트에 씁니다. 1년에 3개월은 교실 밖에서 보내고, 직접 차를 따고 텐트를 치고 코펠로 밥을 해 먹어요." 그는 "AI가 줄 수 없는 것, 직접 몸으로 하는 경험을 아이들에게 주고 있다"며 "20살까지는 이렇게 자라게 하고, 그 이후에 AI를 자기 중심으로 활용하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자신의 자녀 교육관을 밝혔다. "저희 아이는 오늘 광물 수집하러 산에 갔어요. 물리적인 세계에서 AI가 수집할 수 없는 희귀한 경험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래 사회는 직업보다 어떤 일을 하느냐가 중요한데, 그 일의 질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경험에서 옵니다."

"AI 선택 안 할 자유도 보장받아야"

오 대표가 "AI를 더 이상 따라가지 않겠다는 사람에게도 그 선택이 유의미하다고 해줘야 하지 않을까"라고 물었다. 박 분과장은 "AI가 죽기 살기로 덤벼들지 않는 모든 사람에게 불행하게 작동하는 기제라면 그 기제는 옳지 않다"고 답했다. "모든 사람에게 유용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들 책임이 우리에게 있는 겁니다. 그리고 시민으로서는 공론화에 참가할 책임도 있어요. '그럴 줄 몰랐다'는 말이 책임을 면제해 주지는 않으니까요."

키오스크를 모르는 노인이 모멸감을 느끼는 현실에 대해서는 "디지털 접근성의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떤 경우든 아날로그 경로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동사무소에 반드시 사람이 앉아 있어야 해요. 디지털 리터러시를 갖추지 못한 사람들도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새로운 접근성의 정의가 돼야 합니다." 그는 "키오스크 문제는 노인들이 원하지도 않는 해법을 준 다음에, 그 해법을 쓰는 방법을 또 가르쳐주는 격"이라며 "그 자리에 사람이 그냥 앉아 있었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가AI전략위원회 공공AX분과장(녹서포럼 의장)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서교동 오마이뉴스 마당집에서
ⓒ 김영애
"알고리즘도 담배처럼 유죄 판결 받을 것"

알고리즘에 의해 왜곡되는 민주주의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박 분과장은 네이버의 광고 수익 배분 알고리즘을 예로 들었다. "기사를 많이 쓸수록, 클릭을 많이 받을수록 돈을 많이 줍니다. 그러니 기자 한 명이 하루에 30개씩 써요. 취재할 시간이 없으니 베껴야 하죠. 경악, 충격, 단독. 몇 줄짜리 알고리즘이 만들어낸 결과예요." 그는 "최근 페이스북이 알고리즘이 중독을 조장한다는 유죄 판결을 받았다"며 "소셜미디어들이 앞으로 담배 산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알고리즘을 시장에 내다 팔아도 되는 것과 팔면 안 되는 것을 평가하는 제도가 지금 없어요. 너무 이상하지 않습니까."

최 교수는 유럽의 한 대학이 교수 1인당 연간 논문 수를 제한한 사례를 소개했다. "그렇게 하면 퀄리티로 가게 됩니다. 기사도 비슷한 방식으로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요."

"일자리 소멸이냐, 노동시간 단축이냐... 인간이 선택할 수 있다"

AI로 인해 신입 채용이 줄어드는 현실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박 분과장은 "사람이 어떻게 해야 될까? 놀면 됩니다"라고 답했다. "생산성이 100배 올라가면 일자리 소멸로 갈 수도 있고, 노동시간 단축으로 갈 수도 있어요. 일주일에 이틀만 일하는 사회가 될 수 있는 겁니다."

그는 자본가들을 향한 논리도 제시했다. "AI가 일을 다 하면 사람을 안 뽑을 거고, 그럼 돈이 없어서 아무도 안 사요. 현대차가 아무리 잘 만들어도 살 사람이 없으면 망합니다. 수요를 유지하려면 노동시간을 줄이고 부를 분배해야 해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삼성전자고 현대차고 내일 망하거나 모레 망합니다."

이어진 기본소득 논쟁에서 그는 "기본소득이라는 단어 자체가 이미 정치적으로 오염됐다"며 다른 방식의 접근을 제안했다. "신안군 태양광 연금, 여주군 구양리 태양광 소득처럼 인간의 자립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잘 먹고 잘 사는 방법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태양광 연금이 됐는데 AI 연금이 왜 안 되겠어요."
 4월 오마이포럼 참가자들이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오마이뉴스 마당집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 김영애
"지각이 유동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포럼 마지막, 빠르게 변화하는 AI 시대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냐는 질문에 박 분과장은 "끊임없이 작게, 빠르게, 급진적으로 파일럿을 돌려야 한다"고 답했다. "법도 5년씩 가는 게 아니라 6개월 단위로 바꿀 수 있다고 인정해야 합니다. 지각이 변동하고 있는데 꼼짝 안 하는 것처럼 집을 지으면 다 틀렸어요. 지금은 그게 움직인다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최 교수는 "어떤 인간을 중심으로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토론을 마무리했다. "AI가 심화될수록 가장 영향받는 사람은 데이터에도 잡히지 않는, 사회 밖에 있는 분들입니다. 인간 중심 AI를 얘기할 때, 과연 어떤 인간을 중심에 놓을 것인지를 더 깊이 고민해야 합니다."

이날 포럼은 오마이뉴스가 지난 2월 20일 개최한 창간 26주년 글로벌포럼에 이은 두 번째 AI 포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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