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협상 최대 쟁점 '이란 핵개발', 트럼프와 네타냐후의 위선
[정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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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
| ⓒ AP=연합뉴스 |
미국 협상 대표단을 이끌었던 JD 밴스 부통령은 협상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란이 미국의 제안을 "수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핵무기를 시도하지 않고 빠른 시일 내에 핵무기 개발을 가능하게 하는 어떤 수단도 추구하지 않는다는 이란의 확언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발등에 떨어진 가장 시급한 문제는 호르무즈 해협 완전 개방과 통행 안전 확보지만 애초 이란 공격의 가장 중요한 이유였던 핵무기 개발 문제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종전이 가능하지 않음을 보여준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13일 미국 관리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파키스탄 회담에서 미국이 이란에 20년 동안의 우라늄 농축 중단을 요구했고 이에 대해 이란은 훨씬 짧은 기간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또한 미국이 현재 이란이 보유한 고농축 우라늄의 반출을 요구했고 이란은 이를 거부하면서 대신 핵무기 개발이 어려운 수준으로 농축 우라늄을 희석하는 방법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한편 13일 밤 <뉴욕타임스>는 두 명의 이란 고위 관리와 한 미국 관리의 말을 인용해 미국의 20년 요구에 대해 이란이 최장 5년의 우라늄 농축 중단으로 답했다고 보도했다. 입장 차이가 큰 가운데 미국과 이란은 두 번째 직접 회담을 논의하고 있지만 상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고도 전했다.
국제사회의 암묵적 합의
이란의 핵개발 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원하는 건 분명하다. 이란을 영구히 핵무기 개발이 불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이란은 핵무기 개발 가능성을 완전히 포기하는 건 거부하고 있다. 미국이 요구한 20년 중단에 대해 5년 중단으로 답한 건 이런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5년 중단은 사실상 지난 2월 26일 있었던 미국과의 3차 핵협상에서 이란이 제안했던 기간과 크게 차이가 없다. 3차 협상 후 <이란 인터네셔날>은 이란이 3년 동안의 우라늄 농축 유예와 함께 농축도를 2015년 국제사회와 합의한 3.76% 수준으로 제한하는 걸 약속했다고 전했다. 그때도 현재도 이란은 우라늄 농축 중단 요구가 자국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고 원자력발전 등 핵의 평화적 이용을 막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란은 반복적으로 핵무기 개발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2025년 9월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유엔 총회 연설에서 같은 해 6월 미국-이란 간 핵협상 도중 이뤄진 이란의 핵시설에 대한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격을 "외교의 배신이자 안정과 평화 수립을 향한 노력을 전복한 것"이었다고 규탄했다. 그는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 제재의 부당성을 언급하면서 "나는 유엔 총회 앞에서 이란이 결코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결코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을 것임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미국과 핵협상이 진행 중이던 지난 2월 11일 이란 이슬람혁명 47주년 기념식 연설에서도 "이란은 핵무기를 가질 의사가 없다"면서 "우리는 반복적으로 이런 의사를 밝혔고 사찰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전쟁이 진행 중이던 지난 3월 20일에도 국영 방송을 통해 전해진 신년 메시지를 통해 핵무기 개발 의도가 없음을 밝혔다. 그러나 미국은 우라늄 농축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는 이란을 의심했고 결국 공격했다.
문제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지를 완전히 꺾기 위해 시작한 전쟁을 통해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지가 확고해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번 전쟁이 이란에게 핵무기 개발을 계속하는 것보다 영구히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는 것이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교훈을 주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거기에는 미국을 설득해 이란 공격을 감행한 이스라엘의 핵무기 보유 문제가 있다.
이스라엘은 중동 지역에서 유일하게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다. 현재 핵무기 보유국은 9개고 그중 하나가 이스라엘이다.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 인도, 파키스탄, 북한 등 8개국의 핵무기 보유는 언급되지만 유일하게 이스라엘의 핵무기 보유는 전 세계가 아는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공개적으로 언급되지 않는다. 이번 전쟁을 야기한 핵심 문제인 이란의 핵개발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전문가들과 세계 언론은 마치 금기인 것처럼 이스라엘의 핵무기 문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국제정치를 좌우하는 미국과 서방국들은 홀로코스트에 대한 죄책감과 중동 지역에서 이슬람 적대국들에게 둘러싸인 이스라엘의 상황을 고려해 지난 수십 년 동안 이스라엘의 핵무기를 묵인해 왔다. 그리고 이를 언급하지 않는 것이 마치 국제사회의 암묵적 합의처럼 굳어졌다.
이스라엘 태도 바뀌어야
2025년 6월 16일 발표된 영국 의회도서관 보고서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현재 약 90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고 핵무기 개발을 위한 플루토늄 추출도 계속하고 있다. 또한 육상, 해상, 공중에서 모두 가능한 핵탄두 발사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1960년대 핵개발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NCND 정책'을 유지하면서 핵무기 보유 문제를 회피하고 있다. 더욱 위험한 건 이스라엘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지 않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도 받지 않는 국가라는 점이다.
핵무기를 보유하고 국제기구의 감시도 받지 않는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무기가 자국에 위협이 된다며 지난해 6월에도, 그리고 이번에도 이란을 공격했다. 미국 또한 이런 이스라엘의 주장에 동조해 함께 이란을 공격했다. 미국의 판단은 이스라엘이 핵무기 보유국이지만 지역 및 세계 어느 국가도 위협하지 않는 신뢰할 만한 국가고, 이란은 핵무기 비보유국이지만 핵무기 개발 의지만으로도 지역 및 세계에 위협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이스라엘은 국제사회가 신뢰할 만하고 타국과의 평화적인 관계를 추구하는 국가인가? 지난 수십 년의 역사까지 따지지 않더라도 최근 몇 년 동안 있었던 가자지구와 레바논에 대한 공격, 그리고 작년 6월과 이번 이란에 대한 선제공격만 보더라도 이스라엘은 신뢰나 평화와는 거리가 먼 국가로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국의 핵무기 보유 문제는 외면하고 중동 지역에서 핵무기 보유를 시도하는 국가는 자국에 위협이 된다는 이스라엘의 주장, 그리고 이스라엘의 핵무기 보유는 문제가 되지 않고 핵무기 개발 의지만으로도 이란은 위험하다는 미국의 주장은 커다란 위선이다.
이란 입장에서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런 위선 때문에라도 미국의 20년 우라늄 농축 요구를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향후 20년 동안 이스라엘의 공격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위험을 감수하라는 요구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재공격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오히려 핵무기가 절실하다는 생각을 굳히게 된 것이 이번 전쟁으로 이란이 얻은 가장 큰 수확일 수도 있다.
현재 세계가 가장 관심을 가지는 문제는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통행을 위한 종전이지만 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게 이란 선제공격의 명분이 된 핵개발 문제 타결이다. 미국과 이란의 입장 차이가 크지만 많은 전문가의 예상처럼 20년과 5년 사이 그 어디쯤에서 양국이 합의를 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종전 후에도 핵무기 보유국인 이스라엘의 안하무인, 내로남불의 태도가 바꾸지 않는다면, 그리고 국제사회가 지금처럼 계속 이스라엘의 핵무기 보유를 묵인한다면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 그리고 중동의 불안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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