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전쟁으로 끌어들일지도” 트럼프 봉쇄 파장은
이란, 말레이·중국 해상에 1억 배럴 저장
“미 봉쇄, 이란 압박보다 긴장만 키울 것”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추가적 유가 상승은 물론 중국과의 정면충돌 등 또 다른 분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경고가 쏟아지고 있다. 이란은 봉쇄 상황에서도 최대 6개월까지 버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 매체 악시오스는 13일(현지시간) “성공적인 봉쇄는 이란이 적대 행위를 끝내고 호르무즈 해협을 모든 국가에 개방하도록 양보하게 만들 수 있다”면서도 “해결책이 나오기 전까지 봉쇄는 수백만 배럴의 원유를 시장에서 빼내 모두의 가격을 끌어올리게 된다”고 해설했다.
월요일인 이날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며 금요일이던 지난 10일 대비 7% 상승했다.
지난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이 해협을 장악하면서 오히려 전쟁 전보다 많은 석유를 수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유조선 추적업체 크플러를 인용해 “지난 6일 동안 유조선들은 하루 평균 210만 배럴의 이란산 원유를 선적했다”며 “이란이 2월에 수출했던 하루 평균 200만 배럴보다 높은 수치”라고 전했다.
이어 “이란의 수출량은 매주 변동이 있지만 최근 증가세는 다른 산유국들과 달리 이란의 원유 수출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으며 중국이 테헤란산 원유에 대한 수요를 잃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정작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이라크에 이르는 걸프 아랍 산유국은 생산량을 줄이고 해협을 우회하는 새 항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외교협회(CFR) 산하 지경학센터 에드워드 피시먼 소장은 이런 상황에 대해 “지금까지 전쟁이 낳은 역설적 결과 중 하나”라고 악시오스에 평가했다.

흥미로운 점은 미국이 석유 가격을 우려해 이 흐름을 차단하려고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정책 전문가들과 전직 당국자들은 이를 실수로 보고 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석유와 가스 수출은 이란 국내총생산(GDP)의 약 15%를 차지한다.
브룩스 연구원은 “이 조치는 이슬람 성직자들을 진지한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것”이라며 “유가 상승도 관리 가능한 수준일 것”이라고 봤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석유·가스시장 데이터 분석가 어니스트 센시에르의 평가를 인용해 현재 원유 저장 수준을 고려할 때 완전하고 효과적인 봉쇄가 이루어지면 이란은 20일 안에 생산을 줄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우에 따라 그 기간이 10일로 줄어들 수도 있다고 센시에르는 평가했다.
브룩스 연구원은 이코노미스트에 “이란의 원유 수출이 붕괴되면 수입에 쓸 현금이 사라지고 경제 활동이 붕괴된다”며 “통화는 평가절하의 악순환에 빠지고 초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경제를 압박한 2020년에도 이란의 원유 수출은 하루 220만 배럴에서 40만 배럴 이하로 떨어졌지만 이란은 견뎌냈다는 점을 바트망헬리지 대표는 상기시켰다.
이란은 말레이시아와 중국 인근 해상에 약 1억 배럴의 원유를 저장하고 있다고 한다. 이를 팔면서 비공식 신용을 확보하고 통화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6개월 정도는 버틸 수 있다고 바트망헬리지 대표는 분석했다.

센시에르가 소속된 해운 분석업체 보텍사의 유럽시장 분석 책임자 파멜라 먼거는 악시오스에 “미국의 봉쇄는 단기적으로 이란에 의미 있는 경제적 압박을 주기보다 긴장만 고조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협 봉쇄는 이미 빡빡한 원유 공급 상황에 더 큰 불확실성을 더하는 요소라고 악시오스는 평가했다.
군사적 측면에서 이 계획은 “완전히 실행 가능하다”고 퇴역 해군 소장 마크 몽고메리는 이코노미스트에 말했다. 미국은 지난해 12월부터 2월 사이 베네수엘라와 연계된 유조선 10척을 나포했다.
몽고메리는 “모든 선박을 잡을 필요는 없다”며 “메시지를 전달할 만큼만 잡으면 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는 ‘다른 나라 화물이 자유롭게 통과할 수 없다면 이란의 화물도 못 지나간다’는 것이다. 해협 봉쇄 논리이기도 하다.
해협 봉쇄는 협상 전략의 일환이다. 이 조치가 이란을 압박하지 못할 경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습을 재개할 수도 있다고 미 정부 관계자는 악시오스에 설명했다.
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최고사령관인 제임스 스트라브리디스 칼라일그룹부회장은 “봉쇄가 이뤄지면 이란 경제는 숨통이 조여들 것”이라며 “이는 이란이 해협을 인질로 잡은 이후 상황보다 더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미 정부 관료 출신인 발리 나스르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이란 입장에서는 오히려 괜찮은 상황”이라며 “글로벌 경제에 대한 압박을 더 오래 지속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 선박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문제다. 피시먼 소장은 악시오스에 “만약 중국 선박을 실제로 차단한다면 중국을 전쟁에 끌어들일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의 호르무즈 봉쇄는 위험한 도박”이라며 “국제법을 더 훼손하고 새로운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휴전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이란이 해협을 다시 열 유인은 거의 없다”며 “중립 선박에 대한 공격도 거의 확실히 재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공격은 이라크 같은 나라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이라크는 지난 5일 전쟁 이후 처음으로 호르무즈를 통과해 말레이시아로 가는 선박을 보내며 숨통이 트이는 듯한 참이었다.
봉쇄 기간 수입국들이 재고를 소진하면 브렌트유 선물 가격을 4월 말 배럴당 150달러 수준까지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
여기에 사우디·아랍에미리트 등 걸프 지역 생산시설과 항구에 대한 이란의 공격 위험, 예멘의 후티 반군을 통한 홍해 공격 가능성까지 더해지면 호르무즈 봉쇄는 몇 주 안에 또 다른 가격 급등을 촉발할 수 있다.
그는 이란에 통행료를 지불하는 선박의 항해를 막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 역시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기업은 이미 제재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옌센 CEO는 “대부분의 해운사는 잠정적 평화 합의가 이뤄질지, 그리고 그 합의가 유지될지를 지켜보며 관망할 가능성이 크다”며 “그 경우 해운 물동량은 점진적으로 회복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해협 봉쇄 후 관심은 ‘누가 먼저 배짱 좋게 통과할 것인가’에 쏠려 있다고 경제전문지 포춘은 전했다.
자신의 이름을 딴 에너지 컨설팅업체를 운영하는 댄 피커링은 “지금은 두 정부 모두 해협 출입 통제권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배럴당 100달러 유가를 감수할 의사가 있는 듯하다”며 “추가 군사 충돌로 이어질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경제전의 다음 단계로 들어간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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