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가족과 공산주의에서 탈출" 지지했던 한국계 스틸 전 의원, 주한미대사로

김형구 2026. 4. 14.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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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트럼프 2기 행정부 첫 주한미국대사 후보자로 한국계 미셸 박 스틸(한국명 박은주) 전 연방 하원의원을 지명했다. 백악관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주한미국대사 지명 사실을 발표하고 연방 상원에 인준을 요청했다. 사진은 2024년 11월 4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부에나파크에 위치한 선거 사무실에서 미셸 박 스틸 당시 공화당 하원의원이 지지자들에게 연설하는 모습.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첫 주한미국대사로 한국계인 미셸 박 스틸(70·한국명 박은주) 전 연방 하원의원이 13일(현지시간) 지명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틸 전 의원을 주한미대사로 지명하고 연방 상원에 인준을 공식 요청했다고 백악관이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주한미대사는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때 임명된 필립 골드버그 전 대사가 지난해 1월 이임한 뒤 약 1년 3개월간 공석 상태였다. 이 기간 조셉 윤 전 대사대리, 케빈 김 전 대사대리 체제로 각각 9개월, 3개월 이어오다 최근에는 제임스 헬러 차석이 대사대리를 맡는 등 공백이 길어졌다.


부임시 한·미 양국 주재 대사 모두 여성


이 때문에 한국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외교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는데, 스틸 대사 지명자가 공식 임명되면 한·미 간 외교 소통 채널이 정상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강경화 주미한국대사와 함께 한·미 양국 주재 대사를 모두 여성이 맡는 기록도 세우게 된다.

1955년 서울에서 태어난 스틸 지명자는 외교관인 부친을 따라 일본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뒤 1975년 미국으로 이주해 페퍼다인대(경영학)를 졸업하고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스틸 지명자 부모는 한국전 당시 북한을 탈출한 실향민이다.


한국계 권익 신장 위해 정계 진출 결심


평범한 주부였던 그가 정계 진출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1992년 로스앤젤레스(LA) 폭동을 겪으면서였다. 당시 한인 사회가 정치적 실권이 없어 큰 피해를 보면서도 미 주류 사회에 제대로 목소리가 전달되지 못하는 것을 목도하며 한국계의 권익 신장과 정계 진출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다.

1993년 LA 시장 후보로 출마한 리처드 리오단 후보 캠프에 합류하면서 정계에 입문한 스틸 지명자는 캘리포니아 조세형평국 선출 위원, 오렌지카운티 행정책임자 등을 거치며 바닥부터 입지를 다졌다. 이때 얻은 별명이 성(姓)을 딴 ‘철(Steel)의 여인’이다. 이후 2020년 선거에서 현역 민주당 의원을 꺾고 처음으로 연방 하원에 입성했다. 이후 재선에 성공했지만, 2024년 11월 선거에서 600여 표 차이로 석패했다.

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한미국대사 후보자로 지명한 미셸 박 스틸 전 공화당 하원의원. 연합뉴스


트럼프, 2024년 선거 때 “미 애국자” 지지


비록 3선에 실패했지만 공화당 내에서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등 지도부와 두터운 교분을 갖고 있다. 지난해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때부터 존슨 의장,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 등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스틸 지명자를 주한 미대사로 추천하는 등 유력 후보자로 거론돼 왔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2024년 선거 직전 소셜미디어 글을 통해 스틸 지명자에 대해 “가족과 함께 공산주의에서 탈출한 미국 우선주의 애국자”라며 공식 지지 입장을 밝히는 등 각별한 신뢰를 드러낸 바 있다.

스틸 지명자가 미 상원 인사청문회와 인준 표결, 한국 정부의 아그레망(동의) 절차를 거쳐 공식 임명되면, 성 김 전 대사(2011~2014년) 이후 두 번째 한국계 주한미대사가 된다. 골드버그 전 대사가 대통령 지명 이후 공식 부임까지 약 5개월 걸린 점을 감안하면 스틸 지명자도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어·영어·일어 능통…트럼프 등과 직접 소통


한국 정부로선 스틸 지명자의 대사 부임 시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외교 채널 강화에 상당한 도움이 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어·영어·일어에 두루 능통해 언어 장벽이 없고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해 미 정치권 최고위층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갖췄다는 점에서다.
2016년 5월 20일(현지시간) 당시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최초의 한국계 여성 수퍼바이저(행정위원)인 미셸 박 스틸 부의장이 워싱턴 DC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본부에서 열린 한국 특파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틸 지명자는 의정 활동 때 한국 관련 현안에 큰 관심을 보이며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2021년 3월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위안부 피해자 역사 왜곡 사태가 불거지자 이를 규탄하며 한국계 의원들과 함께 미 연방 의회 차원의 대응을 촉구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이던 같은 해 6월에는 미 행정부에 한국 등 동맹국에 대한 백신 공급 확대를 요구하는 등 한·미 협력 강화를 촉구했다.


‘한·미 협력 강화’ 지지…대중 강경 노선


2024년에는 한국계 미국인들이 6·25 전쟁 이후 헤어진 북한 가족을 다시 만날 수 있도록 미 국무부가 가족 정보를 수집·관리하고 재회를 지원하는 ‘한국계 미국인 이산가족 국가등록 법안’을 공동 발의해 주목받기도 했다. 스틸 지명자는 당시 “수만 명의 한국계 미국인이 여전히 가족과 생이별 상태”라며 “더 늦기 전에 가족 재회를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원의원 재임 때인 2023년 초당적 기구 ‘미·중 전략경쟁 특별위원회’에 참여하는 등 중국에 대해 강경 노선을 견지하기도 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공급망 재편 계획, 대만 문제 등에서 대(對)중국 견제에 꾸준히 목소리를 낸 이력을 감안하면 트럼프 행정부가 스틸 지명자에게 ‘경제안보 외교’ 측면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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