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막아선 美군함 15척…동맹 없인 이란 기뢰 못 뚫는다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 작전이 감행된 13일(현지시간) 호르무즈해협 주변엔 항공모함을 비롯한 최소 15척의 미군 함정이 배치됐다. 이에 대해 이란이 “적들이 대응할 수 없는 새로운 전술을 선보일 것”이라고 맞서면서 호르무즈해협의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미국은 이란 봉쇄와 함께 이란과 무관한 선박의 자유로운 항행을 보장했지만 대부분의 유조선들은 어디에 설치됐는지 모를 기뢰의 위험성과 함께 이란의 보복 공격에 대한 불안감에 출항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작전은 미군이 지금까지 수행했던 군사 작전 가운데 최고 난이도가 될 거란 관측이 나온다.
함정 15척 투입…곧 ‘항모’ 3척 동시 작전
CNN은 이날 미 해군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봉쇄 작전이 시작된 이날 항공모함 1척과 구축함 11척을 포함해 최소 15척의 함정이 배치됐다”고 보도했다. 여기엔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를 비롯해 다수의 구축함과 상륙준비단 병력이 포함됐다. 다만 각 함선이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또 어떤 함선이 봉쇄 작전에 참여하고 있는지 등은 불분명하다.

좁은 호르무즈해협에 대규모 병력을 투입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SNS)에 “이란 해군 158척의 선박이 완전히 파괴돼 바다에 가라앉아있고, 타격하지 않은 것은 소수의 고속 공격정뿐”이라며 “이 배들 중 어느 하나라도 우리의 봉쇄(구역)에 가까이 온다면 그들은 즉각 제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기에 수리를 위해 중동을 떠났던 제럴드 포드 항공모함은 현재 동부 지중해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고, 지난달 말 버지니아 노퍽 해군기지를 출발한 조지 부시 항공모함 전단도 중동으로 이동하고 있다. 조만간 좁은 호르무즈해협에 미군 항공모함 3척이 동시에 배치될 가능성이 있다.
여전히 발 묶였는데…“전날 34척 통과”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미국의 봉쇄 개시 몇 시간 전 이란과 관련 있는 선박 2척이 해협을 통과했다”고 보도했다. 작전 개시 이후 해협을 통과한 이란 관련 선박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

전쟁 이전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은 하루 평균 130여척이었다. 전쟁 이후 이란 관련 선박을 제외하곤 사실상 해협 통과가 중단됐다. 해양 데이터 업체 케이플러(Kpler)에 따르면 미국의 역(逆)봉쇄 작전이 예고됐던 지난 이틀간 각각 14척씩만 해협을 통과했다. 대부분 이란 관련 선박이다. 10척이 넘던 이란 선박의 운항 규모가 2척으로 줄어든 건 일단 이란을 봉쇄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가 어느정도 달성되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통행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했던 이란과 무관한 선박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전날 34척의 (이란과 무관한)선박이 해협을 통과했다. 어리석은 봉쇄가 시작된 이후 단연코 가장 높은 수치”라고 주장했지만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NYT는 “미국은 이란과 무관한 상선들의 통행을 어떻게 보호할지 밝히지 않았다”며 “이란의 보복 공격 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보호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은 극히 적은 수준을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호르무즈해협 서쪽에는 유조선 244척, 동쪽에는 156척이 발이 묶여 있다. 여기엔 한국 선박 총 26척과 선원 173명도 포함돼 있다.
![호르무즈 해협에 대기 중인 선박들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마린트래픽, 한국해양진흥공사]](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14/joongang/20260414140103864uqva.jpg)
“대응 못할 새로운 전술로 보복”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사상 초유의 ‘두 국가 봉쇄’가 현실화된 이날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침략 행위가 재개될 경우 적의 상상을 훨씬 초월하는 새로운 역량을 공개할 것”이라며 “적들이 대응할 능력이 없는 새로운 전쟁 전술을 선보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레자 탈라에이 니크 국방부 대변인도 “미사일과 드론을 포함한 군의 전략적 비축물자가 완전히 보충됐다”며 “군은 국가를 방어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란 측은 특히 “적대 세력에 속한 선박은 호르무즈해협 통과가 허용되지 않는다”며 “이란군의 규정을 준수하는 한 통행을 계속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의 한시적인 통행 정상화를 조건으로 2주일간의 휴전에 합의했지만, 사실상 상대방의 통제를 받는 선박을 무차별 공격을 하겠다고 위협하면서 이란 선박은 물론 이란과 무관한 선박들까지 호르무즈해협을 지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의미다.
“美해군, 가장 어려운 임무 부여받아”
CNN은 이러한 상황에서 시작된 봉쇄 작전에 대해 “전쟁 시작 6주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미 해군에게 가장 어려운 임무를 부여했다”고 평가했다. 미군은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이란의 기뢰를 제거하면서 좁은 해협 양쪽에서 날아올 수 있는 이란의 공격을 차단해야 한다. 동시에 이란과 관련된 선박을 골라 항행을 막으면서도 이란과 무관한 일반 상선들을 보호해야 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최고사령관을 지낸 전 미 해군 제독 제임스 스타브리디스는 “작전 성공을 위해선 해협 양쪽을 동시에 봉쇄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해협 외부에 항공모함 타격단 2개와 군함 12척이, 해협 안쪽엔 최소 6척의 구축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는 선박수는 하루 6척 정도다. 매일 130척의 배가 지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물리적 한계가 있다.
더구나 이 작전은 기뢰 제거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미군은 지난 11일 기뢰 제거를 위해 유도미사일 구축함 2척을 투입했다. 그러나 미국의 기뢰 제거 역량에는 한계가 있어 동맹국의 지원이 없이는 자칫 작전을 위해 투입된 군함까지 발이 묶일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봉쇄 작전에 “다수 국가가 협력할 것”이라고 했지만, 누가 참여할지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다. 앞서 영국은 해상 봉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기뢰 제거 역량을 갖춘 일본은 자위대 파견에 대해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힌 상태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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